경기도내 농촌 지역에서 2010학년도 수능 최고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학생이 배출돼 화제다. 주인공은 가평군에 소재한 기숙형 공립 가평고등학교의 이용재(19) 학생. 이 군은 올해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영역 모두에서 만점을 받으면서 전국 최고 성적을 얻었다. 특히 이 군은 학원과 과외 등 서울과 같은 도심지에 비해 이렇다할 사교육이 없는 지역에서도 가평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심화학습과 수업(공교육),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이같은 성적을 기록, '공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군의 성적비결 "하고픈 것 참고, 하기 싫은 것 하자"
이용재 군.
수시모집으로 지난 11일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이용재 군. 올해 수능 최고점을 받은 이 군의 성적비결은 철저한 예습과 복습, 학교수업의 충실함,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수리영역은 학교 진도보다 먼저 예습한 후 수업시간에 복습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8개 과목 중 4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과학탐구의 경우 8개 과목 모두를 공부한 결과, 수능문제를 풀 때 각 과목 문제들이 연계돼 많은 도움이 됐다.
또 언어영역은 1·2학년에 세계문학과 과학동아 등 비문학 전문서적을 읽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지문을 익힌 후 3학년 들어 참고서와 문제집을 중심으로 공부했으며, 외국어영역은 학교 수업을 비롯해 학교에서 운영하는 심화학습에 중점을 뒀다.
무엇보다 다른 아이들의 공부방식이나 사교육에 흔들리지 않았다.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답안·해설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 그 가운데 열의를 가지고 지도해 준 선생님들의 도움도 컸다.
"공부하기 위해 앉아 있는 것이 가장 힘들었었다"고 고백(?)을 털어놓던 이 군은 "'엄청나게 하고 싶은 일은 잠시 참고, 엄청나게 하기 싫은 일이라도 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공부에 임했었다"며 "학원이나 과외는 받아본 적 없고 학교에서 운영하는 심화학습을 중심으로 공부했다"라고 자신만의 공부비법을 밝혔다.
공교육 산실 된 '가평高'…경기도 지원 기반마련 큰 힘
가평고등학교 전경.
'학생중심'의 공교육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학생부터 선생님, 그리고 학교까지 모두가 힘을 합쳐 기반을 닦아온 가평고등학교의 수업방식도 이 군이 최고 점수를 기록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비결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가평고가 있기까지 오랜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늦은 밤이 되도록 불을 밝히고 있는 학원가나 쪽집게로 유명한 과외강사도 없었고 보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또는 공부에 뜻을 둔 학생이나 가정은 지역과 학교를 떠났다. 서울 등 도심권에 비해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였다. 지난 2000년도까지의 가평고등학교의 현실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가평고가 지역적 교육의 차이와 사교육에 의존하는 교육현실에 대한 변화에 나서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지난 2001년, 각 학년 5명 야간 특별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휴일도 거르지 않고 매일 자정까지 야간 수업과 자율학습 지도를 이어간 결과, 20년만에 서울대학교 합격생이 배출됐다.
한영만 교장은 "서울대학교 합격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지역에서 공부하는 평범한 학생이,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이 중심이 돼 이른바 명문대 진학생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학교·학생·선생 모두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 줬다"며 "이를 통해 누구나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갖게 해준 것은 물론 농촌지역 학교에 대한 인식도 차츰 변화시켜 준 계기가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가평고는 지금까지 매년 10여 명의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있다. 특히 올해엔 수능 최고점을 기록한 이용재 학생을 비롯해 8명의 학생이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또 140여 명의 인문·자연계 학생 전체 30%에 가까운 학생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합격하는 쾌거를 올리면서 명실공히 신흥명문고등학교로 자리매김했다.
농촌학교에서 공교육이 강화된 명문학교가 되기까지 가평고의 이같은 변화 속엔 경기도와 도교육청 등 각 기관들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3년, 도의 지원을 받아 기숙사 '보납서원'을 건립한 것. 교실 외에 별다른 공부공간이 없던 상황에서 기숙사 건립은 각 학년 10명까지 우수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
가평고등학교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
또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경기도와 도교육청이 협력해 추진한 '좋은학교 만들기' 사업 학교로 선정되면서 교육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정보검색실과 영어·일본어 교실, 자기주도학습실 등의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으며,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학교의 숙원사업인 급식소를 신축하면서 학생들에게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 가평고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진 교육과학기술부와 도교육청, 가평군청의 지원으로 '농산어촌 우수고'로 선정돼 학교에서 운영하던 선택형 심화학습프로그램과 특기적성 교육 등 공교육을 강화해 나가고 있으며, 2008년 9월 기숙형 공립학교로 지정된 가평고는 내년 13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증축돼 운영할 예정이다.
한영만 교장은 "경기도와 도교육청 등 각 기관들의 관심과 지원이 지금의 가평고가 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실력있는 학생들이 더 좋은 대학과 더 많은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