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제 : 평화를 향한 종교간의 대화
사 회 : 김진 박사(크리스챤 아카데미 선임 연구원)
통 역 : 김순옥 (바하이교)
인사말 : 김경재 교수(한신대학교 교수)
발제 : 챨스 P. 깁스
우선 여러분과 이 자리를 함께 하게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평화를 향한 종교간의 대화라는 주제로서 제가 URI의 이사회 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세 가지 이미지에 대한 느낌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1997년 이사회 모임에서 한 힌두교 자매가 청중들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제가 힌두교인이기 때문에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가게 될지에 대해 여러분께 여쭙겠습니다." 누구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힌두교인은 "여러분께서 아무 대답이 없는걸 보니 제가 힌두교인이기 때문에 지옥에 가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군요" 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행위를 하면 지옥에 가게 되는지는 기독교인들은 잘 알 것입니다.
둘째, 1998년 동아프리카 나이로비 케냐에서 4일간 60명의 회원들이 URI 대회에 참석하여 대화를 했습니다. 이틀이 지난 후 한 무슬림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사실 나는 무슬림인데 이 모임에 참석하기까지 많이 힘들었고, 기독교인과 함께 대화를 하는 것이 두렵고 망설여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인 역시 저에게 와서 여기에 참석해서 무슬림과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고 하였습니다.
셋째, 브라질의 상파울로와 리오데자네이로의 경계지역에서 있었던 대회입니다.
이 대회에서 현지의 토착주민과 125명의 사람과 밤을 함께 보냈습니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비치는 광장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원을 그리며 네그룹의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였습니다. 각각의 네 그룹들이 각자 고유한 모습으로 찬양과 기도를 공동으로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공동으로 찬양하고 기도하며 춤추는 것은 전에는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공동찬양을 하기 전날 밤 그들은 서로 대화하면서 "우리가 평화를 위한 세상을 만들고 공동체를 이끌기를 원한다면 우리 함께 춤추자"라고 했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125명의 사람들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추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선불교자와 힌두 무슬림 스와미와 남녀노소 등의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을 말입니다. 나름대로의 고유한 전통을 간직하면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평화로운 세상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세계종교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자기들이 소망하는 신이라는 이름하에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는 피의 역사였습니다.
세 번째 제시한 상이야말로 우리가 건설해야 할 종교적인 삶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세 번째 상을 실제 현실의 삶에서 실천하기 위해 URI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URI가 택했던 것은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해결함에 있어서 과거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어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지켜가면서 타인이 가치를 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공유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말하는 자 역시 자신의 말을 다른 이가 경청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자신과는 다르지만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열린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수 있도록 고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이러한 자세를 견지하며 가치를 공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현실화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상호경청의 자세는 전세계 URI의 정착과정에서 도입 되었고, 갈등하는 사람들이 서로 함께 공동선을 추구하며 일하는 데 대해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이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함께 일함에 흥미를 갖게 했습니다.
서로의 차이점이 갈등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다르기 때문에 톡특함의 요인으로 작용해서 서로 축하하고 이해하며 독려하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르지만 똑같은 신념을 가지고 이 지구상의 운명을 함께 나누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나누게 될 운명을 좀 더 긍정적이게 하기 위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우수한 신념들을 서로 나누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각자 서로 다른 전문성의 역량을 미래를 위해 투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하면서 과거의 아픔들에 대한 치유의 해답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그러면 나이로비 케냐에서의 서로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 두사람은 처음에는 두려웠으나 와 보니 잘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와서 보니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다른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매우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공통점으로 인해 함께 일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 그들의 깨달음이었습니다.
1998년에 심어졌던 씨앗들이 이제 열매를 맺기 시작하였습니다.
우간다의 경우에만도 12개의 협력체가 조직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그 나라의 사회경제 개발과 갈등을 조절하고 특별히 어린이 여성 교육을 위한 경제개발과 질병(특히 에이즈)등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디오피아의 경우는 당시 전쟁으로 인해 굉장히 위험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종교지도자들은 침묵으로 평화시위를 하는 조직들을 많이 결성했으며, 그것은 당시 정부상황으로 보았을 때 감옥에 갈 수 있는 일일 정도의 위험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일들을 URI CC에서 해내고 있었습니다. URI의 이러한 평화운동은 이디오피아에 있는 UN기구로부터 상을 받을 정도로 활약이 뛰어났습니다. 여기에는 역시 여러 종교가 함께 했었습니다.
평화라는 것도 식물이 자라는 것처럼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뿌리를 내리는 시간도 걸리겠지만 일단 씨앗을 뿌리면 언제가는 열매를 맺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고 마치겠습니다.
식물이 씨앗을 뿌려 양분을 머금고 자라는 것처럼, 우리 URI의 활동도 평화 정착을 위한 씨앗을 뿌리는 행위이기 위해선 기술과 힘을 어떻게 끌어내는가가 과제이기도 합니다.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힘을 키우기 위해 각 종교의 성지를 순례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21세기 평화의 상을 그리기 위한 준비 모임을 조직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21세기 평화의 모습은 어떤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상상과 관심이 전세계 사람 수백만의 사람들이 종교나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자꾸 이야기 하고 관심을 갖게 되다면,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실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취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도 나오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이야기 하다보면 3년이후에 URI가 헌장을 만든 것처럼 URI가 추구하는 평화에 대한 이상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으로 저의 말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송순재(감리교신학대학교수)-
챨스:
질문:김팔곤(원광대 명예교수)-역사적으로 볼 때 종교간 대화나 교류가 드물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최근에 보면 여러 종교연합단체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예를 들면 WCRP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데 굳이 URI가 있어야 될 필요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URI가 다른 여타 종교연합기관과의 어떤 차별성을 두고 출범했는지 궁금합니다.
챨스: 1893년 시카고에서 종교의회의 첫 교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00년후 1993년에 시카고에서 다시 2차 종교의회가 열렸습니다. 이 모임은 그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정치로부터 종교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종교자유협의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60년대 WCRP가 창립되어 현재 가장 활발하게 종교간의 대화를 추진하고 또 기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주로 격식과 제도의 경로를 통해서 일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예로 지난주에 제가 WCRP의 사무총장(벤들리)와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거기서 그는 새로운 지역에서 일을 하기 위해 천주교측 사람을 알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바티간에 연락을 했다고 했습니다. 바티간에 연락해서 그 지역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죠. 그러나 URI는 접근방식이 다릅니다. 우리는 전세계인이 누구나 다 자기종단에서의 신분적 위치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지역의 고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URI의 헌장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URI가 지향하는 바는 사실 종교간의 대화이지만 종교간의 대화의 새로운 의미로서 종교간 협력체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질문:윤철환(불자)- 한국에 있어서 종교간의 갈등은 현실적 문제라고 봅니다. 기독교인들의 단군상 파괴를 보면서 그 배경에는 구약성경의 '나 이외에는 다른 신을 믿지말라'는 가르침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듭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김경재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김경재:선교역사상으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보수적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선교한 결과라고 봅니다. 다만 일부 소수의 기독교인이 저지르는 행위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게 부각된 결과라고 봅니다. 이것은 타종교문화나 우리전통문화의 이해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기독교인 70-80%는 그렇지 않습니다. 타종교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의 전통문화 또한 이해하기 위해선 기독교인 자체의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된 데에는 지식인과 종교지도자들의 간접적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챨스한테 이야기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종교간 대화운동을 30여년을 해본 결과 종교간의 대화는 탁자위에서의 만남보다 한민족이 당면한 구체적 문제거리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에서 종교가 서로 대화하고 힘을 합쳤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7-80년대 군부독재나 난민문제 등의 사회문제를 함께 의논하는 과정에서 종교간의 대화가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평화지향을 위해서는 각 성지순례보다는 구체적 현실문제를 들어 서로 대화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DMZ를 각종교인들이 방문해서 현실을 알리는 작업이라던지 인도의 불가촉천민지역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는 등의 인류가 당면한 현장에서의 활동 말입니다.
진월(URIKorea 대표):송순재 교수님께 여쭙겠습니다. 1960년대 감신대에 계시던 변선환교수님이 교단에서 축출되었는데 지금 감신대의 입장과 학생들의 분위기는 어떤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송순재: 그당시 일은 정치적 행정기구가 일을 주도했으며, 지금 후학들이나 동료학자들은 교수님의 학풍을 다양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젊은 목회자 중심으로 현장에서 실천하는 고무적 형태로 말입니다.
질문:김진-평화실천을 위한 방법으로 현재 콘솔라따 수도원에서 종교간 대화를 하고 계시는 벤자민 신부님의 한국의 종교간 대화에 대한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벤자민: 저도 지금 대화를 시작한지 2년 정도 되어서 아직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일반 하층민들의간의 종교간 대화의 층이 약하다고 봅니다.
김경재: 실질적으로 종교간의 대화가 어려운 자들은 지식인과 학자들입니다. 일반 하층민들은 실제로 활동적입니다. 그 실례로 크리스마스나 초파일에 서로 축하의 메시지를 플랭카드를 통해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한신대가 있는 수유동에서 장애인 돕기 사랑의 바자회를 연 적이 있습니다. 구청의 지원을 받아 수유 성당과 송암교회 그리고 화계사의 일반 신자들이 모여 한신대 운동장을 빌려서 치룬 이 행사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이런 것은 인간의 공동선을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볼 때 URI는 유동성과 기동성이 장점이라고 봅니다. 각 지부의 종교지도자들이 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합하고 실천하는 경험의 장을 만드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송순재: 예, 감리교측이 지리산 살리기 운동으로 그 지역의 각종단과 힘을 모으는 것을 보았습니다.
진월:평화라는 말이 너무 싶게 쓰여지고 있는 요즘의 현실에서 평화란 내적인 평화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 침묵하고 명상을 통해서 서로간의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김진:평신도간의 대화가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동네종교간 대화문화가 성숙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실천적 방법으로 각 성전을 개방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종교지도자들의 열린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진월:공감합니다. 지도자의 책임이 필요하며 신자들을 자유롭게 해 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챨스: 여러분들의 경험과 생각 제안등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종교간 대화의 큰 자원이 될것입니다.
그리고 제 경험을 한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년 가을 동인도 고드와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35명의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모여 서로 다른 성지를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순례했습니다. 아침에 시크교도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방문했을 때 그들은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이나교도들을 환영하고 우리들을 환영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지를 순례하므로서 서로 배우고 그 사람의 것을 인정하게 되어 서로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이해하는데 좋다고 봅니다.
이미봉(바하이):이렇게 종교간 대화모임에 참석한 각 종단의 지도자들이 자기가 속한 종단으로 돌아가 신자들에게 종교간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켜 주는 일 또한 필요하다고 봅니다.
송순재: 한국에서 두가지 큰 과제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한국기독교의 공격성을 어떻게 해야하나
둘째, 종교의 독자성 주장을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선교육에 관한 문제라고 봅니다. 성직자를 교육시킬 때 우리 토양에 맞는 프로젝트를 구상하여 재형성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법현: 각 종교간에도 한계를 가지는 최소한의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평화유지를 위해서는 그 최소한의 부분이 인정 되어져야 하며, 서로간의 대화를 위해서는 이웃종교간의 동질성을 찾아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즉 신앙체계속의 유사성을 찾는 일 말입니다.
진월: 어제 도착하여 각종단의 지도자들을 만난 소감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챨스: 한국 각종단의 지도자를 만났을 때 느낀 점을 두가지로 요약해서 말하겠습니다.
첫째, 각 지도자들은 저를 대하는 모습에서 개인적으로 종교간 대화에 협력적인 모습을 보였주셨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둘째, 종단적 입장의 이익과 어떻게 합치시킬것인가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예전의 다른 종단과 어떻게 관계할 것인가하는 문제의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현재 이 시대 우리의 사명은 예전과 다르다고 봅니다.
이 아름다운 시대, 도전의 시대인 지금은 이전의 인류가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시대입니다. 마치 절벽에서 한 발 내딛으면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백척간두의 아찔함처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종교간 대화의 필요는 당연하며, 그래서 URI가 희망적일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생각보다 적어도 전진하라는 신이 내린 소명이라는 믿음을 가집니다. 어제 만난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