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하성호 8단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선보였던 최완규 7단(경기지회장)이 12일 김동학 5단(KBS 장기왕, 한게임 챔피언)과의 대국에서도 시종일관 유리한 형세를 이끌었다.
김 5단이 수읽기가 워낙 좋아서 종반만 가면 쉽게 대역전극을 펼칠 것이라고 대부분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최 7단의 절묘한 마무리 수순에 이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던 4백 명의 관전자들이 수근 대기 시작했다.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의 주역인 맥아더장군처럼 장기최고수로서 명성[名聲]이 높은 김동학 5단이 무명용사에 가까운 최완규 7단에게 결국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
더구나 프로리그 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반복수를 계속 하면서까지(현 점수제 장기시합에서는 기물점수가 각각 30점 이상 일 때, 반복수가 3회면 실격패고 30점 이하 일 경우에는 남은 기물점수로 승패를 가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으니 김 5단의 열렬한 팬들마저도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당시 0.5점을 최 7단이 이기고 있었으니 3회 이상 반복수가 계속 될 경우 어차피 남은 기물점수로 최 7단이 이기는 상황)
한게임 바둑처럼 배팅이 가능한 대국이였다면 아마도 999배당이 터졌을 지도 모른다. 최7단의 승리를 점쳤던 예상가는 그날 산악인들이 정상에 등극해서나 호령할 수 있는 “야호”[耶許]하며 소리를 목이 터져라 질렀으리라.
하지만 김동학 5단이 비기[祕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평소에 애용 하지 않던 면상포진을 두었기에 기력이 십분 발휘된 것은 아니었고 다만 상대편인 최 7단을 조금 얕잡아 보았던 마음가짐이 오히려 패인이라 여겨진다.
장기에서 실력은 곧 기력[棋歷]이나 신체의 건강과 올바른 마음가짐[氣力] 그리고 운까지도 포함된다. 일반인들에게 장기에서 진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어 보면 실력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 데 작은 실수 때문에 아쉽게 진 것 같다고 대부분 답변하시는 데 그게 바로 실력인 것이다.
포커 판에서 10판중 9판을 이겨도 잠시 스치며 흔들렸던 마음가짐에서 비록 단 판을 졌다 한들 결국 오링이 되었다면 이는 곧 실력으로 인정해야지 실수 때문이라고 해서는 곤란하다.
한판의 장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비단 장기수[將棋手]뿐만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니 이 또한 인생의 묘미[妙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