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경이로운 바보 아저씨 집단, 남극 대설원을 접수하다! 사랑하는 가족과 15,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무사히 일 년을 버틸 수 있을까? 단, 동료 이외의 다른 인류는 전혀 없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해발 3,800미터에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도 외면하는 평균 기온 영하 57도인 곳이다. 365일 변함없는 구성원간의 거리는 0.
기지 안의 건물(전부 판넬 공법의 조립식 구조)은 거주용, 식당용, 관측용, 의료용, 발전용으로 구성된 5개 동이 전부이고 심층 굴삭용 드릴을 설치한 시설이 통로 역할을 하며 이어져 있을 뿐이다. 건물 수만 50개 동 이상인 쇼와 기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영세, 과소, 소규모, 시골, 텐트촌…… 그 어떤 말을 나열하더라도 흡족하지 않은 규모는 ‘주인과 머슴’, ‘천양지차’ 이상의 차이가 났다.
- 본문 72쪽
그런데 이 모든 악조건을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온 9명의 남자들이 있으니, 남극 내륙의 ‘돔 후지 관측 거점’에 모인 월동 대원들이다. 4명의 관측 전문 학자들과 5명의 설비 운영 인력으로 구성된 이들의 주된 임무는 지하 2~3,000미터까지 파 들어가 얼음 샘플을 채취하거나 대기 변화 등을 관측하는 것. 대원들의 까다로운 입맛과 건강을 책임진 니시무라 준은 월동 기간 동안 일어난 일상을 가감 없이 전한다. 비좁은 돔 기지에서 생활하는 남자 9명의 일상은 흥미롭다 못해 박진감이 넘치는데, 대원들 모두 각각의 분야를 대표해 온 전문가인 만큼 자기 분야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하다. 그러나 냉정한 관찰자 니시무라 준의 눈에 비친 이들의 실체는 이렇다.
사실 공식적으로는 ‘일본에서 어렵게 선발된 남극 관측대의 돔 특수부대’이지만 돔 월동대의 정체는 ‘불굴의 경이로운 바보 아저씨 집단’이니까. 월동 중반 무렵에는 영하 60도, 풍속 10미터인 날씨에 럭비 시합을 하기도 하고 놀랍게도 영하 70도인 바깥에서 조깅을 하는 대원까지 나타났다.
- 본문 127쪽
이 남자들, 별 탈 없이 관측을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남극에서는 연구만 하는 줄 알았다고? 너무 먹어서 입에서 똥이 나올 것 같아!
“음식을 만들어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이야말로 인간 생활의 기본”이라는 정신으로 무장한 니시무라 준은 평범한 일상을 ‘파티의 나날’로 바꿔 놓는다. “무슨 일이든 끝내고 나면 파티를 빼놓을 수 없다”고 부르짖으며 대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일 파티를 챙기는 것으로 모자라 만남과 이별의 파티, 아프거나 다친 사람이 나아도 파티, 인류 최초로 영하 36도의 야외에서 벌이는 칭기즈칸 파티,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섣달 그믐날 파티, 미드윈터 축제 기간 동안 내내 파티를 즐긴다. 파티에 등장하는 음식의 종류와 수는 보통 사람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다. 온갖 해물을 얹은 꽃초밥, 얼큰한 아귀탕, 일본에서 먹으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요네자와 쇠고기 스테이크, 닭새우를 넣은 초호화 된장국, 익는 즉시 입 속에 넣어야 얼지 않는 꼬치구이, 5,000엔짜리 연회에 나올 법한 정통 일식 코스 요리, 최고급 쇠고기를 아낌없이 쏟아 부은 카레라이스, 프랑스 냄비 요리인 부야베스, 육해공 온갖 재료를 투입한 스페인식 볶음밥 빠에야, 풀코스로 즐기는 프랑스 요리, 각종 구이로 무장한 포장마차촌까지, 대원들이 남극에 온 이유가 정말로 관측 때문인지 아니면 원 없이 먹기 위해서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후쿠다 박사는 말 그대로 배가 터질 정도로 마구 먹었다. 박사의 식후 감상 한마디.
“니시무라 씨,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먹어서인지 입에서 똥이 나올 것 같네.”
이 말의 의미는 아직까지 불분명하지만 박사의 정성어린 감사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
- 본문 224쪽
책을 읽는 내내 과연 관측 활동을 제대로 하긴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엄청난 요리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술도 담배도 식사도 죄다 공짜인 세계! 부럽지만 아무나 못 가!
《남극의 셰프》는, 어딘가 미덥지 못하지만 볼수록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남극 대원들의 재미난 일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폭소 에세이다. 돔 기지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TV 시트콤이 따로 없다.
기상청에서 파견된 과묵한 남자 가네토 부대장, 니시무라 준에 버금가는 술고래인 모토야마 대원,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지만 알고 보니 다시없는 호색가이자 먹보로 밝혀진 히라사와 대원, 목욕을 아주 싫어해서 바이킹맨이라는 별명을 얻은 대기학자 린 대원, 스나가와 시립병원에서 참가한 마취과 의사로 철인 3종 경기로 단련된 튼튼한 몸을 가진 후쿠다 대원, 경쾌하고 재치 있는 오사카 사투리를 구사해 월동대의 윤활유 역할을 한 가와무라 대원, 히로시마 카프의 열광적 팬이며 컴퓨터 전문가인 니시하라 대원, 추위에 약하고 육체노동은 서투른 사토 대원, 몸에 나쁜 것은 전부 아주 좋아하고 건강에 좋다는 것에는 완전히 등을후쿠다 대원
돌리고 사는 불량 중년 니시무라 대원까지 말 그대로히라사와 대원
‘천태만상’이다.가네토 부대장
린 대원
멀쩡하게 생긴 이들이 관측 활동 이외에 벌이는 일들은 상상 그 이상이다. ‘남극에서 즐기는 노천 온천욕’, ‘세계 초저온 환경에서 여는 소프트볼 경기’, ‘머리만 남기고 눈 속에 동료를 생매장하는 이상한 실험’ 등등 일본 각지에서 뽑혀 온 전문가들이 벌이는 일 치고는 너무 비전문적이어서 웃음이 나온다. 니시무라 준은 특유의 호탕하고 솔직한 성격답게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대원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를 묘사했는데 너무 솔직했던 나머지 대원들이 약간은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본어 표현 능력으로 훌륭하고도 폭소를 자아내는 기록이 가능했다’는 사사키 조의 말처럼 그런 거침없는 고백과 생생한 묘사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실제 남극에 있는 듯한 즐거움에 빠진다.
메뉴의 결정에서 재료 선정 그리고 실제 조리에서부터 파티 그 자체의 모습까지를 기록할 때의 문체는 행복 그 자체이다. 읽고 있으면 입에 침이 가득 고여 온다. (…) 환경이 환경이니 만큼 저자가 이럴 때에 만든 요리는 먹는 사람에게 인류애를 눈뜨게 하는 기적과 같은 음식이었을 것이다.
- 사시키 조(2009 나오키상 수상 작가),《남극의 셰프》일본 문고판 수록 해설 중
(원문 출처: 교보문고)
첫댓글 고생 많으셨습니다. 요리로 직업을 꿈꾸는 와이프에게 꼭 사줘야겠네요~ ^^ㅋ
공방에 책 몇 권 안 남았는데, 빨리 오면 회원가에 싸게 줄 수 있지만...
모두에게 증정을 할 수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회원들에게는 서점에서 사는 가격보다는 싸게 많이 제공해 드릴게요. 널리 홍보해 주신다는 차원에서요.
축하합니다. 서울간 손건목씨에게 알려야 겠네요. 거기는 요리도 좋아하고 게다가 고선생께서 책을 내셨다면 좋아할 겁니다. 우선 두권만 구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