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살이 오른 ‘뚱뚱한 몸매’와 옷발 안 받는 ‘아줌마 몸매’는 분명 다르다. 힙 아래로 살이 붙고, 팔이 굵어지고, 뒷목이 두툼해지는 체형의 변화…. 디자이너 전소현씨가 여자들의 후천적 체형 변화와 이를 막을 수 있는 노하우를 들려주었다.
여자의 한평생을 따라다니며, 떨쳐내려야 떨쳐낼 수 없는 화두는 바로 ‘몸매’이다. 날씬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당신도 은근히 몸매 때문에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대놓고’ 뚱뚱한 당신은 입고 싶은 옷 쇼핑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 않나. 소위 ‘옷발’ 안 서는 몸매 덕분에 아줌마 티 내고 싶지 않아도, 절로 아줌마 타입의 몸매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 20대 때는 그래도 봐줄 만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거울 앞에 서면 늘 낯선 여자의 몸매와 마주하게 된다. 후천적으로 오는 체형 변화는 선천적으로 기인한 차이보다 더욱 심각하다. 노화하면서 또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점점 망가져가는 여자 몸의 변화 과정과 예방법, 교정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후천적 체형 변화, 부위별로 이유가 있다
나는 패션 디자이너이지만 이 공부를 위해 데생과 해부학, 사상체질과 미학, 철학, 여성심리학을 부전공 삼아 너무나도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왔다. 몸집을 커버하는 옷을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의 소임이긴 하나 만약 체형이 좋다면 그건 용의 입에 여의주까지 물려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지면을 통해 그림으로 소개하는 여자의 뒷모습은, 내가 사우나에서 본 여성들을 열심히 떠올려가며(!) 대표적 체형 변화의 패턴을 그려본 것이다.

(1)의 원인:
스트레스와 치미는 울화와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투쟁한(예를 들면 물건 값 깎기, 말씨름에서 물러서지 않기, 아이 성적과 남편의 귀가 시간에 집착하기 등) 결과이다.
(2)의 원인:
집안일과 피로, 외로움, 우울증 등으로 온몸의 신진대사와 체액·혈액 대사가 되지 않은 까닭이며, 거기에 걸레질 등의 가사 일과 남은 음식 아까워 먹어 치우기에도 앞장선 결과이다
(3) (4) (5)의 원인:
임신, 출산과 더불어 걷기 부족, 다리 꼬고 앉기 등의 자세 불량, 무거운 물건 들기와 불량 속옷과 거들, 구갈증(심화병으로 인한 입 마름 증상)으로 인한 무절제한 수분·탄산수 섭취, 깊은 밤의 허한 심정을 달래는 군것질 등이 합세한 결과이다. 위의 원인들의 원리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자면 지루한 학문적 용어들이 끝도 없이 복잡하게 나와 밤을 새워야 할테니 이 정도로만 해두고 가장 중요한 예방법과 교정법을 제시해보겠다
아줌마 몸매 막는 최소한의 ‘룰’
첫째
내 힘으로 변화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냉정히 구분하고 불가능한 것에 대한 집착, 분노, 복수심, 심통과 심술(정면충돌로 승부하지 못할 때 여성은 순응해야 하므로 이런 반응이 나타난다!)을 깨끗이 버려라. 어깨가 뭉치고 뒷목이 당기며 군살이 붙을 뿐이니까.
둘째
나이 들어가면서 사라져가는 미모 대신 당신을 사로잡고 있는 ‘권위의식’이라는 뻣뻣한 심지를 버려라. 인중의 팔자주름과 알사탕을 문 것 같은 넓은 뺨, 솟아오르고 떡 벌어진 어깨와 움츠러들어 짧아진 목과 이중턱만을 안겨다줄 뿐이다.
셋째
출산 후에는 곧바로, 벌어진 갈비뼈와 골반뼈를 교정해주는 강력한 복대를 하고 시어머니의 눈치가 보여도 3개월간은 최대한(?) 게으름을 피워라.
넷째
옷과 신발, 가구, 가전제품은 구형 모델을 쓰더라도 속옷에는 돈을 투자하라. 하반신 거들 팬티는 윗배를 튀어나오게 하고, 상반신·윗배 거들은 아랫배가 튀어나오게 하며 사타구니와 겨드랑이를 짓누른다. 싸구려 속옷은 체액 대사를 막아 울퉁불퉁 꼴불견 몸매를 만드는 것이다. 최신형 가전제품을 쓰고 신제품 황동압력솥에 밥해 준다고 남편과 남들이 감사해하고 알아주지 않는다
다섯째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소파에 푹 눌러앉아 씩씩거리지 말고 화가 나면 창가에 뒷짐을 하고 서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눈을 감고 모든 상념을 질끈 감은 눈처럼 끊어내버려라.
여섯째
팔자걸음과 종종걸음은 반드시 고쳐라.
일곱째
건강에 좋은 식단에 도사가 돼라. 밀가루 등 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하고 섬유질이 많은 식품과 요오드가 많은 해조류, 단백질을 빠뜨리지 말 것.
여덟째
부기 제거에 좋고 혈액 순환에 좋으며 독소를 제거해주는 보디 제품이나 입욕제, 아로마 오일 등을 몇 가지씩 꼭 구비해 놓고 즐겨 사용하라.
아홉째
틈틈이 남편이나 시어머니 모르게라도 도우미를 집으로 불러 가사 일을 시켜놓고 목욕탕이나 마사지 숍으로 가서 뭉친 근육을 풀어라
열 번째
납작한 운동화나 질질 끄는 슬리퍼는 발목을 두껍게 만들고 히프에 긴장감이 사라지게 만들며 걸음걸이도 ‘왈순아지매’로 만든다. 세미 힐이라도 단정히 신고 아침과 저녁엔 목 스트레칭을 하라.
열한 번째
남편도 아이도 끼어들 수 없는 나의 세계를 갖고 어떤 것이든 나만을 위한 목표와 열정을 가져라. 이유 없는 희생과 불합리한 순종은 버리고 자신의 20대 시절을 늘 상기하라.
열두 번째
체액의 원만한 흐름을 위해서 잠을 충분히 자라. 애들 시험 끝나고 나서, 봄맞이 대청소 하고, 밑반찬 만들어놓고 등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자꾸 미루지 말자.
마지막으로
희로애락의 감정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내 속의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라. 나의 요구 사항과 애로 사항, 고충을 품고 누르다 폭발시키지 말고 당당히 이의를 제기하라. 변화와 개선이 없더라도 지금 내가 기뻐하고 있다거나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상대에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주부가 적게 희생하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또 거기에 맞추어 살게 돼 있다. 쓸데없이 혼자 고혈압에 시달릴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