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여덟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저녁무렵까지 무려 26cm나 내렸다.
포항지방 43년만의 폭설이라고 기상청이 발표했다.
오후에 안동에 전화하니, 안동에는 눈이 안 온다고 했다.
아침에 아빠는 승희를 명도에 태워주고 나서 회사로 가고, 나는 영은이를 태우고 영은이 학원으로 갔다.
아침 여덟시 사십분에 집을 나섰는데, 영은이 학원태워주고 집에 까지 다시 돌아오니 오전 열한시가 되어 있었다.
영은이 학원까지 가는 길에 눈이 펑펑 내리고 내린눈이 계속 쌓여, 중간에 몇번이나 차를 그대로 도로에 두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길은 미끄럽고, 차 바퀴는 한번씩 헛돌았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승희아빠에게 전화로 몇번이나 상황보고를 하고 위로를 받았다.
영은이를 학원에 내려주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차를 돌려 다시 포항역앞으로 해서 대잠사거리 쪽으로 향했다.
대잠사거리에서 유강방향이 오르막이라, 성모병원쪽으로 방향을 돌려 효자시장으로 해서 평양냉면집 까지 왔다.
오는 길에 성모병원 지나자마자 지곡 방향으로 가는 오르막길에 차가 몇대 이리저리 처박혀 있었다.
다행히 유강으로 향하는 길은 철길을 지나 평지로 이어져 난 무사히 유강으로 올 수 있었다.
그런데, 평양냉면집을 지나자마자 대림3차 아파트 쪽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에 내 앞에 가던 차가 헛바퀴를 돌다가 후진하기를 반복했다.
난 겁이나서 차를 돌려 평양냉면집으로 다시 갔다.
평양냉면집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아까 그 오르막으로 왔는데, 누군가 흙을 길 오르막에 수북이 뿌려 놓았다.
이정도면 오를 수 있겠다 싶어, 다시 평양냉면집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가지고 차를 천천히 몰아 오르막 중간에 차를 세우지 않고 끝까지 오르막을 올랐다.
그대로 탑마트까지 차를 직진하여 우리집으로 가는 유강 오르막길을 올랐다.
그런데, 유강문구사 앞에서 그만 차를 잠시 멈추었는데, 차가 헛바퀴를 돌고 더이상 올라가지를 않았다.
그래서 오성문구사 앞에 차를 세우고 집으로 왔다.
우리집 앞에 109번 버스가 길 한복판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서 있었다.
집에 오니 관호가 나더러 늦게 왔다고 했다.
관호 공부 좀 하다가 오후에 관호와 함께 효자시장에 제사생선을 사러 갔는데, 생선파는 가게가 모두 문이 닫겨 있었다.
그래서 승희아빠에게 전화해서 죽도시장 가서 제사생선 좀 사 오라고 부탁을 했다.
승희는 명도에서 마치고 버스를 타고 왔는데, 버스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더이상 안 간다고 해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걸어 효자시장 마인츠돔 제과점 앞에서 우리와 만났다.
우산을 안쓰고 걸어와서 눈을 많이 맞은 상태였다.
관호와 승희와 나, 셋이서 걸어서 다시 유강으로 왔다.
눈은 아침보다 더 많이 쌓여 있었다.
우리 아파트 앞에 까지 와 보니, 아침에 길 한복판에서 꼼짝 못하던 버스가 아직까지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집에 와서 조금 있으니, 승희 아빠가 영은이를 학원에 전화해서 나오라 해서 데리고 차에 태워서 집으로 온다고 했다.
승희 아빠는 유강 탑마트 아래 코아루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워 놓고 걸어서 집으로 왔다.
눈은 아침나절보다 훨씬 더 많이 내려 있었다.
길은 얼고, 미끄러웠다.
눈은 자꾸만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저녁식사후에 베란다 밖을 내다보니, 눈이 낮보다는 작게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주차장에는 아침에 나갔다가 유강까지 돌아 오지 못한 차들로, 차 대신 눈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다른 지방에 눈 온다고, 포항에서는 눈 구경하기 힘들다고 그동안 날씨 원망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눈이 오니, 무척 힘든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내일 승희 아빠는 걸어서 터미널까지 가더라도 회사에 갈 것이라고 했다.
승희는 내일 명도학교가 임시 휴교한다고 해서 집에 있는다고 했다.
영은이는 상황 봐 가면서 보낼 수 있으면 학원에 보내야 한다.
이번주 목요일이 대구대 정시 가군 시험일이고, 영은이가 그 시험을 보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관호는 학원에 오지 말라고 해서 집에 있으면 된다.
나는 내일 효자시장까지 걸어서 제사장을 보러 갈 것이다.
모레 고조부모님 제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관호가 엄마 무겁다고 짐 들어주러 따라 올 것이다.
미안하고 안쓰럽다.
자기는 무슨 힘이 있다고....
지금, 영은이는 그림 그린다고 자기 방에 있고, 나머지 가족들은 잔다.
난 오후에 잠시 잤더니, 지금 잠이 안와서 글을 쓰고 있다.
그래도 가끔 일년에 한번 정도는 눈이 펑펑 와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