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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8일, 수요일, Sagsal, 무명 호텔
(오늘의 경비 US $57: 숙박료 5,000, 저녁 2,000, 차비 $50, 샤워 1,000, 환율 US $1 = 1,160 togrog)
이곳은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는 무척 춥다. 아침에 시계로 ger 안 온도를 재어보니 0도이다. 저녁에 자기 전에도 10도 정도다. 그래서 두어 번 난로를 피워달라고 부탁해서 피웠다. 북어처럼 바짝 말린 소똥을 때는데 냄새가 전혀 안 난다. 화력이 매우 좋다. 다른 난로에서 불씨로 가져온 불이 붙어있는 소똥을 난로 밑에 깔고 그 위에 소똥을 넣는다. 금방 불이 붙을 것 같은데 아니다. 지금쯤은 더워졌겠지 하고 난로를 만져보면 차갑다. 불이 꺼졌나 하고 난로 뚜껑을 열어보면 난로 안에 연기가 자욱하다. 다시 닫고 한참 기다리니 더워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ger 안이 훈훈해진다. 불이 꺼질 때쯤에는 어떻게 알고 ranger가 소똥을 가지고 나타나서 더 넣어 준다. 하루 저녁에 두 번 넣어주곤 그만이다. 불이 꺼져도 잠이 들 때까지 ger 안이 훈훈하다. Ger는 완전히 양털로 만든 것이라 옛날 우리네 집보다 훨씬 방풍과 보온이 잘 되는 것 같다.
8월 1일 낙마해서 다친 손가락이 아직도 좀 불편하다. 이틀 동안 같이 보낸 스위스 여자 Christine 얘기가 자기도 농구 할 때 공을 잘 못 받아서 나와 비슷하게 여러 번 다쳐 봤는데 완치되는데 오래 걸린단다. 나는 치료하는 방법을 몰라서 방치해 놓으니 더 오래 걸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니 문젯거리가 아니다.
어제 밤 11시경에 차 소리가 요란히 나서 잠이 깨어서 내다보니 차 두 대에 여행객이 여러 명 도착했다. 아침에 보니 영국에서 온 여행객 6명과 가이드인데 Tavaan Bogd 산 정상에 오를 계획이란다. 여자도 한 명 있고 남자들은 30대부터 70세 까지다. 영국의 어느 등산 전문 여행사를 통해서 온 것인데 6명 중 한 명은 Everest 산과 소위 “Seven Summits”를 오른 경력이 있는 62세의 등산 전문가다. 한국의 등산 명성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Seven Summits는 6대주의 가장 높은 산들, 즉 아시아의 Everest (8,648m), 유럽의 Elbrus (5,642m), 북미의 Denali (6,194m), 남미의 Aconcagua (6,961m), 아프리카의 Kilimanjaro (5,895m), 대양주의 Kosciuszko (2,228m), 남극의 Vinson (4,892m) 산이다.
오전 10시쯤 간단한 짐만 지고 베이스캠프를 향해서 출발한다. 등산 장비와 다른 짐은 낙타 네 마리에 싣고 나중에 출발한다. 짐이 많아서 포터를 데리고 가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베이스캠프에서 한 사람 앞에 약 17kg 정도 지고 올라간단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짐이 많은지 모르겠다. 어쩌면 베이스캠프와 정상 사이에 보조 캠프를 여럿 만드는 모양이다.
아침에 어제 나를 호위하고 산에서 내려 왔던 개가 나타난다. 이 집 개가 아니고 근처 어느 ger의 개인 모양이다. 어제도 쭉 같이 내려오다 마지막 2km 정도 남겨 놓고 혼자 가 버렸는데 ger에 내려 와보니 안 보였다. 개가 내 쪽으로 다가오는데 근처에 있던 검은 야크가 개를 쫓아 버린다. 개는 순순히 도망가 버린다. 야크가 텃세를 하는 셈이다. 무섭게 생긴 거대한 야크지만 개를 쫓느라고 나에게 너무 가까이 와서 가라고 손짓을 했더니 놀래서 도망을 간다. 자기가 나보다 크고 힘이 많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아침에 영어를 하는 영국 등반대 가이드가 나에게 오더니 레인저가 Olgii로 가는 내 교통편 걱정을 많이 한다. 오늘 Olgii로 타고 갈 차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동네 지프차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휘발유 값만 내면 내일쯤 Olgii까지 데려다 줄 것이란다. 휘발유 값이 얼마나 될 것이냐고 물어보니 80리터가 드는데 정학한 가격은 지프차 주인에게 물어봐야 한단다. 80리터가 Olgii까지 가는 데만 드는 양인지 왕복하는데 드는 양인지 모르겠다.
미니밴 한 대가 어디서 나타나서 Olgii로 가는 차냐고 물으니 내일 오후 4시 경 간단다. $30에 데려다 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쾌히 승낙한다. 그런데 ranger가 다가와서 미니밴 주인과 한참 얘기를 하더니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며 나중에 다시 얘기하잔다. Ranger가 나를 자기 손님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나는 ranger의 포로가 된 것 같다.
오전 11시쯤 지프차 두 대가 도착하고 몽골 여행객 10여 명이 내린다. 그 중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를 Olgii까지 데려다 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Possible." 하며 자기 보스에게 물어보라며 보스를 손짓으로 가리켜준다. 보스라는 친구도 영어를 제법 하는데 오후 4시경에 이곳을 출발할 예정이라며 당장 얼마를 내겠냐고 묻는다. 혹시 공짜로 데려다 줄까 했는데 어림도 없는 얘기다. $30을 제시했더니 그것은 돈도 아니라며 휘발유가 보통 비싼 것이 아니라며 $50을 내란다. 다른 차는 $30만 내라고 한다고 했더니 그 차로 가란다. 자기는 $50을 받아야하겠단다. 이 친구와 가면 하루 더 빨리 가고 ranger가 나를 놓고 장난을 하는 것이 불안해서 $50을 내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조건이 붙기 시작한다. 자기네는 오늘 Olgii를 가는 것이 아니고 Olgii에서 45km 떨어진 Sagsal까지 가는데 Sagsal에서 오늘 밤을 자고 내일 아침에 Olgii로 가는데 $50을 선불로 내란다. 인상이 별로 안 좋아서 믿음이 안 간다. 돈을 일단 받으면 무언가 다른 소리를 할 것 같다. 정확히 $50이 없어서 $35를 Sagsal 도착할 때 주고 내일 Olgii에 도착하면 20,000을 주겠다고 했더니 좋다고 하며 악수를 청한다. 악수를 한 다음에 조금 있다가 다시 오더니 내일 Sagsal에서 자기 차를 꼭 타고 간다는 보장을 하란다. 보장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의심이 많은 친구다. 보장은 할 수 없으니 그러면 오늘 Olgii까지 데려다 주고 $35와 20,000 togrog를 받으라고 했더니 아무 말도 안 한다. 나는 기분이 좀 상해서 네가 한국에 여행 와서 내가 너에게 차를 태워주는 경우라면 돈을 안 받을 것이라고 했더니 몽골은 휘발유가 비싸고 자기네는 가난한 나라라 받아야 한다고 궁색한 변명을 한다. 그러나 가슴이 좀 찔리는 모양 같다.
나중에 $30에 데려다 주겠다는 친구가 다시 나타나서 말을 건다. 아마 ranger에게 내가 $50에 오늘 간다는 얘기를 들은 모양이다. 알고 보니 어제 하산하다 만났던 미국 San Diego에서 온 5명 여자들을 데리고 온 운전기사다. 내가 그 여자들이 공짜로 나를 Olgii까지 주겠다고 했더니 공짜도 $30도 다 마다하고 왜 $50 내고 가는지 자기는 이해가 안 된단다. 하루 빨리 떠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50에 떠난다고 했지만 사실은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어서이다. 모든 것이 부정확하고 사람들이 너무 말을 많이 바꾸고 내가 노리갯감이 되는 기분이다. 미국 여자들도 운전기사는 내일 오후 4시에 출발한다고 하지만 미국 여자들이 베이스캠프에서 내일 안 내려오면 못 떠나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몽골 여행자들이 말을 타고 근처에 있는 Tavan Bogd 산 경치가 보이는 산 위까지 갔다 오는 동안 나는 한 1km 떨어진 어느 ger로 독수리 구경을 하러 갔다. 한 청년이 손짓으로 불러서 가까이 가보니 독수리 두 마리를 줄에 묵어 놓은 것이 보인다. 청년이 독수리 사진을 찍는데 5,000 togrog를 내란다. 모두들 이렇게 돈독이 들어있다. 모두 외국 여행자들 때문이다. Ulan Bator에서 1,000 togrog를 내고 벌써 사진을 찍었다고 했더니 안 믿는다. 믿거나 말거나 그냥 떠나왔다. 이 청년은 또 한 청년과 함께 Ranger Station까지 따라오며 저희들끼리 무어라고 떠드는데 내 말을 하는 것 같다. 보드카 술 냄새가 풍긴다. 보드카를 마신 몽골 사람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조심해 가면서 Ranger Station까지 왔다. 자기네들은 20세와 18세라며 내 나이를 물어서 60세라 했더니 놀라면서 다 쓸어져서 걷는 시늉을 하면서 60세면 이렇게 걸어야 한다고 저희들끼리 웃어 제친다. 나도 따라서 웃어주었다.
드디어 오후 3시 반경 몽골 여행자들과 함께 Ranger Station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숙식비를 내는데 하루 밤 자는데 10,000 togrog를 내란다. 엉터리없는 가격이다. 3,000 togrog이 적정 가격이다. 5,000 togrog 밖에 못 내겠다고 버텼더니 할 수 없는지 그것만 받는다. 그래도 떠날 때는 잘 가라고 인사는 한다.
5시간 걸려서 8시 반에 Sagsal에 도착했다. 오는 동안 지프차 좌석이 너무나 불편했다. 미니밴보다 훨씬 더 불편하다. 중간에 물이 불어서 위험해 보이는 강을 건넜는데 이런 강을 건너는 경험이 없는 사람은 절대 못 건널 강인데 쉽게 건넜다.
Sagsal은 조그만 도시이다. Olgii는 도청 (Aimag) 소재지이고 이곳은 군청 (Som) 소재지이다. 어느 호텔에 도착해서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Olgii에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아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호텔에는 사람들이 많다. 나중에 보니 러시아에서 몽골로 여행하고 있는 프랑스 그룹 7명도 묵고 있었다. 호텔 방이 없는지 나는 주인집인지 호텔 매니저 집에서 민박을 했다. 어느 ger로 데려가려고 하는 것을 나는 오늘 저녁에 컴퓨터를 써야 한다고 했더니 전기가 있는 자기네 방 하나를 내어 준 것이다. 이곳은 뜨거운 물 샤워도 있어서 Ulan Bator를 떠난 후에 처음으로 샤워도 하고 내복도 빨았다. 저녁도 잘 먹고 잠자리도 좋아서 편한 밤을 보냈다.
아침에 ger 텐트 안의 온도가 0도까지 내려갔다, 그래도 뜨거운 물을 주어서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었다
바깥도 추웠다
Ranger 가족의 야크 떼
검은색 야크의 젖을 짜고 있다, 그 옆에 새끼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젖을 먼저 짠 다음에 새끼들이 젖을 먹게 한다
검은색과 흰색 야크 새끼
말린 소똥 더미
영국 등반대원들이 베이스캠프를 향해서 떠나고 있다
등산 장비는 낙타가 싣고 따라간다
옆에서 “측측” 소리가 나서 보니 다람쥐가 나를 처다 보고 있다
이 지역은 카자흐 독수리 사냥꾼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곳이다
Ranger Station 근처의 카자흐 유목민 ger, 인공위성 안테나와 태양열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드는 열광판이 보인다
인상이 별로 좋지 않은 20세와 18세 된 카자흐 청소년, 아침부터 술에 취해있다
간신히 10여 명이 탄 몽골 여행객의 차를 얻어 타고 국립공원을 떠나서 Olgii로 향했다
초원에는 이름 모를 꽃으로 꽃밭을 이루고 있다
물이 불어서 건너기 위험해 보이는 강 앞에서 어떻게 건널 것인가를 의논을 하고 있다
앞차가 조심스럽게 강물로 들어간다
강물이 생각보다 깊지 않다
제일 깊고 물살이 센 곳에서 차가 하류 쪽으로 떠밀려가고 있다
다행히 별 문제 없이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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