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덤테기를 썼다.”, “덤테기를 씌웠다.”라는 말을 씁니다. 여기에서 ‘덤테기’는 ‘덤터기’가 바른 표기입니다. ‘덤태기, 덤텡이, 덤탱이’로도 나타나는데 이것 또한 바른 표기가 아닙니다.
‘덤터기’는 ‘남에게 넘겨씌우거나 남에게서 넘겨받은 허물이나 걱정거리’ 또는 ‘억울한 누명이나 오명’의 뜻입니다.
‘덤터기’를 ‘덤테기’ 또는 ‘덤태기’로 잘못 쓰는 현상은 다음과 같은 말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건데기(×) / 건더기(○)
(2) 구뎅이(×) / 구덩이(○)
(3) 보재기(×) / 보자기(○)
(4) 실랭이(×) / 실랑이(○)
여기서 가만히 살펴보면, 어떤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모음 ‘ㅓ’ 또는 ‘ㅏ’가 모음 ‘ㅣ’ 앞에서 ‘ㅔ’ 또는 ‘ㅐ’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ㅣ’모음 역행동화라고 하지요.)
이러한 변화 현상은 발음을 쉽게 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역사적으로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나리다 > 내리다, 사기다 > 새기다’ 따위의 변화가 그러한 보기들입니다. 1988년의 표준어 규정에서도 ‘남비’가 아닌 ‘냄비’를, ‘시골나기’가 아닌 ‘시골내기’를 표준어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ㅣ’ 앞에서 ‘ㅓ’ 또는 ‘ㅏ’가 ‘ㅔ’ 또는 ‘ㅐ’로 바뀌는 현상은 원칙적으로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고 일부 단어만 인정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에미, 애비, 아지랭이’가 아닌 ‘어미, 아비, 아지랑이’가 아직은 표준어입니다.
‘덤터기’를 씌우는 것으로는 약해서 굳이 ‘덤테기’를 씌워야 한다면야 말릴 수 없지요. 말마다의 섬세한 말맛의 차이는 언어 사용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느끼고 있는 듯합니다. ‘덤터기’보다 좀 작고 가벼운 느낌이 드는 말로는 ‘담타기’가 있다는 것도 참고할 일입니다.
출처 : 네이버 카페 김형배의 한말글사랑 * 생활국어 연구소
http://cafe.naver.com/hanmal.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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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 오는 자료길래 올려봅니다.
첫댓글 이거 책에서 본 내용이네요. 와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