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동물 복원은 인간의 허영심일까?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멸종 동물 복원 프로젝트
2022.08.26 09:00 김민재 리포터
2021년 텍사스에 기반을 둔 생명공학 회사 콜로설(Colossal)은 유전 공학을 이용하여 멸종된 동물을 되살린 후 이들을 원래의 서식지로 되돌릴 계획을 발표했다. 콜로설은 대표적으로 매머드를 되살려서 북극 툰드라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위 프로젝트는 매머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래전 멸종한 털매머드
오래전 멸종한 털매머드(woolly mammoth, Mammuthus primigenius)는 얼핏 보면 코끼리와 닮았기에 ‘코끼리 사촌’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빙하기에 살아남기 위해 갈색의 두꺼운 털을 가지게 되었으며 키는 무려 4m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몸집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털매머드의 멸종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논쟁을 펼쳐왔다. 1만 1,000년 전 지구에 운석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으며 화산 폭발, 서식지의 손실 혹은 질병 때문에 멸종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독일 바이에른 주 지크스도르프에 있는 자연사 및 매머드
박물관의 매머드 뼈 © Lou.gruber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털매머드의 멸종 원인은 인간일 수도 있다고 한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데미언 포드햄 박사(Dr. Damien Fordham)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고대 DNA 증거들을 바탕으로 지구의 급격한 기후 변화 및 상호작용에 관한 수치해석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털매머드는 인간의 사냥이 아니었다면 적어도 4,000년 정도 더 생존할 수 있었으리라 예측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털매머드는 마지막 빙하기에 때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가속되자 북쪽 툰드라 지역으로 이동했지만, 그곳에서 인간들에게 사냥을 당하며 결국 멸종했다고 한다.
유전공학이 멸종된 동물을 되살린다 –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프로젝트
콜로설의 과학자 및 공학자들은 호주의 과학자들과 협력하여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주머니 늑대(Thylacine, Thylacinus cynocephalus, 타일러사인 혹은 틸라신이라고도 불림)도 자연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머니 늑대는 약 2백만 년간 호주의 태즈메이니아섬에서 자생했으며 한때 캥거루만큼 흔한 동물로 알려졌지만, 유해 동물로 알려지면서 대량 학살이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서 1936년 9월 지구 상에서 완전히 멸종했다.
1903년의 주머니 늑대 © Baker; E.J. Keller
과학자들은 박물관 표본으로부터 주머니 늑대의 게놈 시퀀싱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서 자선사업가들로부터 대략 60억 이상의 펀딩을 약속받았다. 과학자들은 주머니 늑대와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하며 생물 분류에서 가까운 관계의 종(근연종)으로 알려진 살찐꼬리두나트(Fat-tailed dunnart, Sminthopsis crassicaudata)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로 연구할 진행할 예정이며,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여 위 줄기세포를 대리모에게 이식하거나 실험실에서 키우며 최종적으로 주머니 늑대 세포로 전환할 계획이다.
살찐꼬리두나트 © Alan – Fat-Tailed Dunnart
과학자들은 위 작업을 통해서 동물의 개체군을 확립하여 무너진 생물 다양성을 재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멸종 동물 복원 프로젝트
멸종된 동물들은 되살리려는 기관은 콜로설 뿐이 아니다.
최근 복제 및 줄기세포 기술의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여러 과학자 및 단체에서는 이미 지구 상에서 멸종된 다양한 동물들을 복구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세워왔다.
특히, 여러 과학자들은 가축화된 소의 조상이라고 알려진 거대한 오록스(Aurochs)를 복구하기 위해서 오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록스는 들소를 닮았으나 매우 거대한 몸집으로 어깨높이는 대략 사람 키 정도 되는 동물이었다. 오록스는 마지막 개체군은 폴란드 왕실에서 보호하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1627년에 결국 지구 상에서 완전히 멸종했다.
덴마크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오룩스의 뼈
© Marcus Sümnick
오록스는 19세기부터 주로 여러 소품종을 선택 교배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여러 차례 복원이 시도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실제로 오록스의 외형을 닮은 소가 많이 탄생했지만, 오록스 특유의 거대한 몸집은 복원되지 않고 있다. 현재 마지막까지 오록스의 멸종을 막았던 폴란드를 비롯하여 독일, 라트비아, 헝가리 등 국제 연구팀이 함께 협력하며 오록스의 복구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또한 나그네비둘기 (Passenger pigeon, Ectopistes migratorius) 라고 불리는 비둘기는 18세기만 해도 북미대륙에 최소 30억 마리가 살았다고 전해지지만, 사람들의 무분별한 사냥 탓에 19세기 초 갑작스럽게 멸종되고 말았다. 비영리 단체 리바이브 앤 리스토어(Revive and Restore)는 멸종된 나그네비둘기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꼬리 비둘기 사이의 잡종(서로 다른 계통 간의 교배로 태어난 동물이나 식물)을 탄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리바이브 앤 리스토어 측은 대략 2030년에 위 잡종이 야생으로 방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멸종되었던 동물이 돌아왔던 적이 있다.
커다란 뿔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 북부의 산양 피레네 아이벡스(Pyrenean Ibex, Capra pyrenaica pyrenaica)는 2000년 공식적으로 멸종하였지만, 3년 후 프랑스와 스페인 과학자들은 마지막 피레네 아이벡스가 죽기 전 동결시킨 피부 세포 샘플을 이용하여 복제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서 잠시 인류 곁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하지만 태어난 지 7분 만에 사망하면서 세계 최초의 동물 복원 사례이자, 두 번 멸종된 종이 되어 버렸다.
세계 최초로 복원된 멸종 동물 피레네 아이벡스
© extinctanimals.org
아쉽지만 이는 큰 의미를 갖는 연구이다. 동결된 생체 조직에 DNA 정보를 담고 있다면, 매머드나 공룡 같은 동물의 복원도 꿈만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멸종동물 복원은 인간의 허영심일까?
전문가 및 과학자들은 멸종된 동물을 살리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실 멸종된 대다수의 동물들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서 행해진 것이며, 이러한 멸종 동물 복원 프로젝트는 인간의 죄책감 및 허영심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인간 문명 때문에 현재 100만 종 이상의 동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파이살 비비 박사(Dr. Faysal Bibi)는 생각보다 엄청난 양의 돈이 멸종 동물 보존 프로그램으로 흘러들어 감을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비 박사는 만약 매머드 보존에 성공한다면 이 동물들이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수많은 보존 작업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또한 이는 또 다른 동물의 멸종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비비 박사는 비록 인간의 호기심 등에 의해서 멸종 동물 보존 프로젝트가 시작될지라도 이런 프로젝트들은 주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동식물의 멸종 및 보존에는 장단점이 있으며 어느 정도 건전한 회의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지구상에 단 두 마리만 남았다고 파악되는 북부 흰 코뿔소(마지막 남은 수컷의 사망으로 인해서 멸종이 확정된 동물)의 멸종 위기 동물 보존 프로젝트는 동물의 멸종 위기에서 구해냄과 동시에 개체군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