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수입 20% 선교비로" 원칙 해마다 높아져 지난해엔 46% 지출 소수 리더 중심 선교 아닌 전교인이 사명자 ... 체계적 훈련 꾸준히
▲ 선교를 향한 끊임없는 전진, 양정교회는 스스로를 '선교의 제물'이라고 여긴다.
● 동시대를 사는 자세
현재 대한민국의 시각은 오후 2시. 그러나 전주 양정교회(박재신 목사)에는 여러 개의 시간이 혼재한다. 중국의 오후 1시, 태국의 낮 12시, 키르기즈스탄의 오전 11시, 우간다의 아침 8시가 이 교회 안에서는 공존하는 것이다.
예배당 입구는 대개 그 교회의 목회철학과 비전이 드러나는 곳이다. 양정교회를 처음 찾는 사람은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세계지도, 그리고 바로 오른쪽 벽에 장식된 다섯 개의 시계만을 보고도 이 교회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눈치 챌 수 있다.
이들은 세계와 함께 호흡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자신들이 파송한 선교지의 동역자들, 믿음의 형제들과 시공간을 공유한다. 세계지도와 다섯 개의 시계 사이에 놓인 게시판으로 잠시 시선을 멈춰보자.
“태국어 성경 찬송 30권이 필요합니다.”(김재정 선교사) “저희가 섬기는 일곱 교회를 위해 난방비를 보내주세요.”(김기호 선교사) “국제기독대학 운영자금이 부족합니다.”(방시몬 선교사) “선교용 빵 차를 속히 구입해야 한답니다.”(김바울 선교사) 각국에서 급히 전해오는 소식들은 교회당 출입구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커다란 글씨로 게시된다. 좀 더 구체적인 사정을 알고 싶으면 바로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선교편지를 읽어보면 된다. 그 글씨들은 그대로 교우들의 기도제목이 되고, 다시 얼마 안돼 선교지로 보내질 사랑의 선물로 이어진다.
복도, 주보, 목양실, 식당, 교육관, 화장실까지 어디를 둘러봐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선교라는 테마로 온 교회당을 장식한 듯싶다. 열정이 진하게 느껴진다.
● 작다고 선교 못하나
장년 교인 700명, 대형교회라 불리기에는 아직까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규모이다. 그렇지만 단독 파송 선교사 10명, 해마다 4억원에 육박하는 선교비, 연중 계속되는 단기선교 선교세미나 선교보고회 등등의 사업들로만 놓고 보면 적어도 선교분야에서 만큼은 어지간한 대형교회의 수준을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총회세계선교회가 집계한 전국교회 통계를 살펴봐도 손꼽히는 상위 순위를 차지할 정도이다. 물론 이런 결과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양들의 우물’이라는 이름으로, 전셋집 옥상에 천막을 치고 교회 문을 열었던 20년 전부터 양정교회에게 선교는 목회의 강령이자, 신앙의 원칙이었고, 일상의 수행이었다.
설립 이듬해에 선포한 ‘재정수입 20%를 선교비로’라는 구호는 불과 2년 후 30%로 상향된 이후 현재까지 최고의 철칙으로 지켜져 왔다. 여기서 재정수입이란 성도들 개인이 선교헌금 명목으로 낸 것 이외의 일반헌금만을 가리킨다.
실제 선교 목적의 헌금 지출과 특별지출까지 합하면 2006년 통계로 전체 재정집행 내역의 46%가 선교와 전도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난다. 당연히 예산집행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는 선교이고, 다른 어떤 긴급한 항목이라도 이를 앞지를 수 없다.
“개척 당시 미자립 상태에서도 그랬고, 예배당 건축으로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재정상태가 힘들어도 선교비를 줄인다거나 늦춰 보내는 일은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때마다 우리의 필요를 넘치게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지요.”
그래서 박재신 목사는 선교가 교회의 사명이며, 존재이유라는 인식만 제대로 가진다면 교회의 규모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 대를 이어 지속되는 선교
양정교회의 선교는 목회자 개인이나 소수의 리더들이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다. 전 교인이 선교의 사명자이고 헌신자이다.
교회설립 초기 물맷돌선교회라는 조직이 있었다. 교회 재정이 어려워 선교 후원이 쉽지 않았던 시절, 선교사역에 동참할 교우들의 힘을 모으기 위한 방편으로 만든 모임이었다. 이제 그 이름은 추억으로만 존재한다.
교회 자체가 하나의 선교센터 역할을 감당하고 있고, 사실상 교우들 전원이 선교회원으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조직 활동은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직자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선교훈련을 거쳤거나, 단기선교와 선교정탐훈련 등을 경험했다.
유병조 장로에게 자신이 경영하는 석재사업은 부업이나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돈을 버는 이유조차도 주업인 선교를 위해서란다. 일년이면 대여섯 차례씩 선교지를 향해 짐을 챙겨드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는 것일까.
“선교지를 직접 찾아가보면 그곳 사람들과 사역자들의 실상을 제대로 체험하며 이해할 수 있답니다. 돌아와서도 피상적인 기도가 아닌 생생한 기도가 나오지요. 더욱이 저의 작은 헌신조차 선교사님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데 어찌 기쁨으로 찾아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유 장로의 선교 헌신은 대를 이어 계속된다. 그의 두 자녀는 이미 선교사로 헌신할 것을 서약하고, DOM선교회 등을 통해 훈련받는 중이다. DOM선교회는 양정교회 젊은이들을 선교사로 훈련시키기 위해 청년대학부에 자체적으로 설치한 훈련기관이다. 현재 3기 과정이 진행 중이며 훈련을 거친 이들은 단기선교 혹은 정식 선교사 파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GMS 산하 전북 지역단기선교훈련원(LMTC)을 유치하여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훈련과 사역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시무장로 숫자에 비례하여 파송 선교사 숫자를 늘려간다는 양정교회의 비전은 이 같은 풍성한 토양 속에서 거침없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태세이다.
‘우리는 선교의 제물’이라는 양정교회의 고백, 세월이 흐를수록 그 고백이 결코 허사가 아님을 많은 이들이 목격하게 될 터이다. 양정교회는 그 세월동안 변함 없이 선교지와 함께 깨고, 함께 잠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