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앵 노트르담 대성당’ 서쪽 파사드와 출입문.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센 강변에 자리한 노트르담 대성당을 방문한다. 프랑스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아름다운 유리화와 조각들로 장식돼 있다. 사람들은 하느님께 기도를 바치면서 큰 위로를 받듯이, 성당의 종교예술품을 보면서도 위안을 받는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예술품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들어갈 때보다 한결 더 밝고 평화로워 보인다.
파리에만 아름다운 성당이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곳곳에는 크고 작은 고딕 성당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아미앵 노트르담 대성당’(Basilique Cathedrale Notre-Dame d’Amiens)이다. 이 성당은 파리에서 북쪽으로 120㎞ 떨어진 작은 도시 아미앵 한 가운데에 우뚝 서 있다.
고딕 전성기 시대의 대표 건물로 평가되는 아미앵 대성당은 1981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등록돼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딕의 ‘파르테논’으로 불리는 이 성당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딕 건축물로서, 1220년부터 1270년경에 지어졌다. 건축가는 로베르 드 뤼자르세(Robert de Luzarches), 토마 드 코몽(Thomas de Cormont)과 그의 아들 르노(Renault)이다.
이들은 성당을, 세상에서 미리 보는 작은 하느님 나라처럼 만들었다. 대성당의 높이는 42.5m, 길이 145m, 폭 70m이다. 또한 외부와 내부는 수많은 조각과 유리화로 장식했다. 13세기 초에 제작된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천사와 지역에서 공경 받던 성인 등을 형상화한 조각상들이다. 초기의 유리화는 오랜 세월과 전쟁으로 대부분 유실됐지만, 후에 여러 시대에 걸쳐서 제작된 유리화들로 성당 내부를 장식했다.
성당 서쪽 정면에 위치한 3개의 출입구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운데 문은 가장 큰 규모로 대축일이나 특별히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열린다. 일반적으로는 양쪽의 작은 문을 통해서 들어가는데, 이것은 하느님을 뵈러 갈 때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서쪽 가운데 출입문 팀파눔에 새겨진 ‘최후심판’.
가운데 출입구 문 위의 중앙에는 최후의 심판을 하는 전능하신 그리스도께서 앉아 계신다. 성인들과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앉아 계신 예수님께선 양 손을 들어 사람들을 심판하신다. 사람들은 이 문을 드나들면서 언젠가 맞이하게 될 심판의 날을 생각했을 것이다. 인생의 유한성을 깨닫고 하느님 앞에서 맞을 심판의 때를 생각하며, 좀 더 선한 삶을 가꾸어 나갔을 것이다. 고개를 들어 문 위의 팀파눔에 장식된 조각들을 보면, 하느님 나라의 장엄함과 거룩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세상 저편에 전적으로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한 순간에 깨닫게 된다.
아미앵 대성당 옆에는 유럽의 다른 성당처럼 부속 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소중한 유물이 상설 전시된다. 박물관의 여러 전시물을 둘러보면 성당이 어떤 과정을 통해 건축돼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과 신앙을 살펴볼 수 있다. 아미앵은 파리외방전교회 회원으로 우리나라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하신 제5대 조선교구장 성 다블뤼(St. Daveluy, 1818~1866) 주교의 고향이기도 하다. 한때는 이 성당에 성인의 유해 일부가 안치돼 한국교회 신자에게는 더욱 뜻깊은 곳이다.
미사가 봉헌되고 있는 아미앵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
이 대성당은 아미앵에 살았던 사람들의 깊은 신심이 한 곳에 모아져 건립됐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깊은 신앙이 예술 작품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성당이 완성되고 750여 년이 흘렀지만 성당 건축과 조각은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아미앵 대성당처럼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성당을 짓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힘든 일은 이 같은 성당을 물려받아 잘 보존하고 가꾸어 후대에 물려주는 일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대성당의 외부를 장식했던 대리석 조각조차도 먼지와 때로 뒤덮여 세부적인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다. 1990년대에 레이저 기구로 조각의 때를 벗기자 13세기에 화려하게 채색됐던 흔적이 드러났다. 그 후 해마다 여름 저녁과 크리스마스 축제, 새해에는 출입구 벽면에 다양한 빛을 쏘아서 원래의 화려한 조각 모습을 잠시나마 보여준다.
우리나라에 그리스도교가 전래된 지 어느새 230여 년이 흘렀다. 오래 전에 건립된 성당이나 교회 건축을 보존하고 보수해야 할 때가 됐다. 어떻게 하면 원형을 잘 보존하면서 보수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두면 원형이 사라질 수 있고, 손을 잘못대면 원형을 훼손할 수 있다. 아미앵 대성당을 보면서 오래된 성당을 어떻게 보수하고 유지하며 사용할 수 있을지 묻고 또 물어야 할 것이다.발행일2017-07-23 [제3054호, 13면]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