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 행복한 초콜릿은 여성들의 웃음 속에서, 그녀들의 입 안에서 녹아내리며 달콤한 맛의 입맞춤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
100년간 아무 변화가 없던 프랑스의 한 마을에 어느 날 신비의 여인 비안느가 딸과 함께 나타나 초콜릿 가게를 연다. 그러나 그녀가 만드는 초콜릿은 이상한 마력을 발휘해 마을 사람들을 사랑과 정열에 빠져들게 한다. 노인들은 다시 활기를 찾아 뜨거운 사랑을 갈구하고, 위기를 맞은 연인들은 불타는 사랑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불화가 끊이지 않던 이웃들은 다시 화해를 한다…. 영화 <초콜릿>은 이런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런데 만약 사랑의 메신저가 초콜릿 대신 껌이나 젤리였다면 어땠을까? 영화에서와 같은 그런 감성과 분위기를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초콜릿의 달콤한 맛만큼이나 연인 간의 관계를 달콤하게 만들어준다는 속설이 전해져왔기 때문에 ‘초콜릿은 사랑의 묘약’이라는 등식이 머릿속에 성립하게 되는 것이고, 영화 이야기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핫초콜릿부터 가나슈, 프랄리네 등 다양한 맛과 모양의 향연은 사람들의 혼을 빼앗아도 남을 정도.
사람들이 카카오 열매에서 추출한 초콜릿 음료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16세기부터다. 처음에는 향이 강하고 쓴맛이 나는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와인이 떨어졌을 때를 대비하는 음료 정도로 취급되었다. 이후 사탕수수의 단맛을 가미함으로써 그 맛이 훨씬 좋아지기도 했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코코아에 성욕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초콜릿은 사람들의 일상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스텍 왕 몬테수마는 여인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 여러 잔의 코코아를 마셨다고 한다. 향락과 쾌락의 대명사로 꼽히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정도 빼놓을 수 없을 터. 이곳에 코코아를 들여와 퍼뜨린 사람은 루이 13세와 루이 14세의 왕비인 안과 마리 테레즈였고, 1674년에는 고체 초콜릿을 만든 영국인들 덕분에 사람들은 초콜릿 드롭스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17세기 말 무렵 귀족들 사이에서는 작은 통에 초콜릿 드롭스를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유행 아닌 유행이기도 했다. 마담 드 퐁파두르는 사랑의 열정을 자극하고 고무하기 위해 진한 초콜릿 음료를 즐겨 마셨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여왕의 초콜릿 제조사’라는 직책을 만들어 자신의 기사 생 루이에게 이 임무를 맡겼을 정도다. 이 직책은 ‘문장 장식을 여러 개 단 남작의 지위보다 좀 더 돈벌이가 되는’ 그런 자리였다고 한다.
이쯤 되면 달콤 쌉싸래한 초콜릿이 맛있어서 즐긴 것인지 ‘특별한 효능’을 위해 먹은 것인지 구분이 모호해진다. 사실 초콜릿과 성적 흥분의 역학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에너지를 공급하고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며 행복감을 충전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성욕 항진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불충분한 것이다. 다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일종의 환각적 특질이 있다고 한다. 이전 사람들만큼 절대적 믿음은 아니더라도 이런 0.1% 가능성과 관련성만으로 사람들의 상상 속에는 여전히 초콜릿과 사랑이 연관성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1,2 초콜릿이 담긴 초콜릿 하트 상자와 ‘I ♡ YOU’ 가 새겨진 큐브형 초콜릿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 the DELI에서 판매하며 가격미정. 깃털 모양 초콜릿은 야생 카카오로 만들었으며, 카카오붐에서 판매. 2개 세트 1만8000원. 카드는 카발리니 제품으로 마키에서 판매. 3500원. 밸런타인데이 시즌 상품으로 만든 초콜릿은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그랜드 키친 델리에서 판매. 가격미정.
"쾌락에 빠져 과음한 사람들, 밤새 일하며 보낸 사람들, 현명하지만 일시적으로 바보가 되는 것을 느낀 사람들. 이들 모두는 맛 좋은 초콜릿을 먹어보라. -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
(왼쪽) 3가지로 구성된 초콜릿은 발렌타인데이 시즌상품으로 de chocolate coffee에서 판매하며 가격미정. 새 그림이 그려진 카드는 마키에서 판매하며 3500원. (오른쪽) 밀크와 다크 2종류의 로쉐코코는 발렌타인데이 시즌에만 판매할 예정이다. de chocolate coffee, 가격미정.
카카오 함유량보다 질이 중요하다 초콜릿 제조 법규에 따르면 고급 초콜릿의 경우 최소한 43%의 카카오를 배합하게 되어 있지만 판매하는 블랙 초콜릿에는 종종 그 이상이 함유되어 있다. 그런데 간혹 카카오 함유량이 많은 블랙 초콜릿을 선호하는 현상이 유행하기도 한다. 블랙 초콜릿은 성인들이 인정하는 강렬한 맛의 동의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블랙 초콜릿이 고품질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카카오의 질이 중요한 것. 카카오 열매의 특성과 본래의 맛을 유지하려면 쓴맛은 억제되어야 하고 색깔 또한 검은색이 아니라 붉은 광택이 나는 짙은 마호가니 빛깔을 띠어야 한다.
(왼쪽) 벨기에산 초콜릿은 마키에서 판매. 3만2000원 (오른쪽) 15개들이 한 상자로 메리스에서 판매한다. 3만3000원.
우리 몸은 초콜릿을 요구한다 만약 초콜릿에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어떤 맛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현재의 상태를 향상시켜주는 화학적 물질이나 그 밖에 필요한 것들을 초콜릿 안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나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마그네슘 성분이, 불안감이 느껴지는 사람이나 월경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은 당분이 유용하다. 마찬가지로 피로에 지친 사람들은 초콜릿에 들어 있는 분자에서 에너지를 얻고 쇠약한 사람은 초콜릿의 식물성 우울증 치료제 성분 덕분에 미세하나마 도움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초콜릿 맛에서 행복감과 도취감을 이끌어내고, 이 기쁨의 음식을 맛보면 신체 조직에 요긴한 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사실.
(왼쪽) 유리볼에 담긴 네쥬, 샤브레 쿠키는 각 1만원, 상자에 담긴 초콜릿은 1만7000원(세금 별도). 모두 신라호텔 PASTRY BOUTIQUE. (오른쪽) 다크초콜릿을 녹여서 딸기에 묻힌 후 굳히면 완성되는 딸기 초코딥. 스타일리스트 박수현 제작.
초콜릿은 중독되지 않는다 초콜릿이 눈앞 테이블 위에 놓여 있을 때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한번 맛보면 자꾸 먹고 싶고, 쉽게 끊을 수 없는 초콜릿을 가리켜 사람들은 ‘마약’과 같다고도 한다. 마약의 치명적 특징은 중독성. 그러나 초콜릿은 먹지 않고도 결핍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며칠 동안 지낼 수 있으며, 섭취량을 계속 늘릴 필요도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중독되려면 몸무게 60kg의 성인이 하루에 11kg씩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
"하나의 초콜릿, 그것은 움푹한 중앙에 내용물을 채워 덮은 심장과도 같다. - 가스통 르노트르"
1 도마 위에 올려진 초콜릿은 Gianduia chocolate, Almond chocoball, Orangette로 각 1만5000원, 1만원, 2만원(세금 별도). 박스에 담긴 초콜릿 트리플은 4개 세트로 7500원(세금 별도). 모두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판매. 2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초콜릿은 캐러멜과 잔두야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왕관 모양 제품에는 블루베리 잼이, 말 모양 제품에는 메이플 시럽과 캐러멜이, 동그란 제품에는 럼이 들어 있다. 메리스 제품으로 15개들이 한 상자에 3만3000원. 3 커피맛이 진하게 나는 제품으로 de chocolate coffee에서 판매하며 가격미정.
초콜릿은 식전이나 식후에 먹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체중이 늘 것이 염려되어 초콜릿 먹기를 주저한다. 물론 초콜릿 100g당 520kcal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열량을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다이어트 기간에는 삼가라는 권유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식후에 즐기는 몇 개의 초콜릿 봉봉이나 초콜릿 또는 아몬드가 들어간 과자나 케이크 등은 영양의 균형을 파괴하지 않는다. 요점은 간식으로 먹지 말고 식전과 식후에 초콜릿을 즐기라는 것.
초콜릿은 냉장고를 멀리해라 냉장고는 초콜릿에 전혀 이롭지 않다. 냉기로 초콜릿 내부가 단단해진 뒤 초콜릿 표면에 습기가 차고, 그런 다음에는 약간 하얗게 된다. 바로 이것이 초콜릿의 맛을 떨어뜨리는 요인. 가끔 가게에서 초콜릿을 샀을 때 이런 제품이 있다.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 여름이나 겨울을 거치면서 이렇게 변화된 것이다. “아무 이상 없어요. 먹어도 되는 거예요”라고 주인은 말하지만 맛의 질은 훨씬 덜하다는 사실. 또한 초콜릿은 열기에도 주의해야 한다. 28도 이상이 되면 초콜릿 표면이 녹으며, 다시 굳을 때에는 카카오 버터가 응결되면서 하얗게 된다. 초콜릿 보관의 이상적 온도는 15~18도이다.
1 사계절 제품으로 카카오붐에서 판매한다. 개당 2500원. 2 하트롤리는 카카오붐에서 판매하며 개당 3000원. 3 메시지가 담긴 아이싱 쿠키는 웨스틴 조선 호텔 베키아 에 누보 제품으로 가격미정.
프랄리네와 가나슈는 초콜릿의 대표적 변주이다 카카오 열매에서 추출한 것으로 음료를 만들어 먹은 것이 초콜릿의 시작이다. 이후 5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식가들은 초콜릿과 다른 성분을 배합해 끊임없이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다. 장인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만들어낸 다양한 초콜릿. 그중 대표적인 것이 크림과 버터를 주성분으로 해서 만든 혼합물인 프랄리네와 가나슈이다. 프랄리네는 달걀 모양의 초콜릿 내부를 액체 설탕과 결합된 벨기에 프랄랭으로 채운 것이다. 딱딱한 초콜릿을 깨물었을 때 입 안으로 퍼지는 액체 상태 초콜릿 질감의 조화가 일품이다. 가나슈는 카카오, 크림, 버터를 혼합해서 만든 것으로 그 안에 쓴맛, 신맛, 지방, 설탕 등이 배합을 이루며 향신료나 술 성분을 가미하거나 과일을 넣을 수도 있다.
적절한 초콜릿 섭취는 몸에 이롭다 17, 18세기에는 초콜릿이 음식으로 취급되는 만큼 약용으로도 평가되었기 때문에 의학 영역과 관련하여 많은 약정들이 있었다. 19세기에는 간혹 약제 식물의 쓴맛을 없애려고 초콜릿을 섞어 약용 초콜릿을 상업화하기도 했다. 20세기 초까지 초콜릿은 건강을 회복시키는 식품으로서 공복에 먹으면 좋고, 식후에 먹으면 소화를 돕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후 초콜릿이 편두통과 여드름, 변비의 원인이 된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하다. 어찌되었든 카카오의 폴리페놀 성분은 인체 내의 혈맥을 보호, 구성해서 심장, 혈관 장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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