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보다! 중국 태권도 인구 1억 명 돌파”
-중국 청도 태권도 창명연구원 호산도장 르포-
[창명교육원 직영 도장에서 김기동 원장이 자상하게 밀착 지도하고 있다.]
- 박성열ㆍ양재곤 특파원 -
한국의 가을 하늘이 맑고 청명하게 아름답듯 중국도 마찬가지로 눈이 부시게 푸르고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지난 10월 9일 중국 산동성 청도시 이창구 금수로에 위치한 ‘태권도 창명연구원 호산도장’을 찾아가는 길은 도로확장공사로 교통 체증이 짜증날 정도로 심했다.
이 날 오후 5시30분 8차선 대로변에 위치한 ‘호산도장’에는 30여 명의 수련생들이 모여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보통 때면 약 350여 명이 나와서 북적대야 할 체육관에 적은 인원이 모인 것은 중국 국경절(10월1 ~ 7일) 휴일이 끝났으나 10일까지는 연휴를 이어가는 가정이 많아 수련생이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얍! 얍!” 소학교(한국의 초등학교) 1~6학년 수련생들이 ‘호산도장’ 교육훈련장 대강당(350평)에서 하얀 도복을 입고 품새 기본 동작 훈련에 앞서 워밍업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10여 분이 지나자 수련생들은 3개 조로 나뉘어 주먹지르기, 몸통막기, 발차기 등 품새 기본 동작을 절도 있게 펼쳐 보였다.
김기동 9단, 태권도 정통성과 기술 전수 앞장
그런데 이 수련생들 무리 속에 73살의 원로 태권도 사범이 있어 단번에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창명연구원을 설립하여 중국 전역에 태권도의 정통성과 기술 전수에 앞장서고 있는 김기동 원장(국기원 9단)이었다.
이 날에도 그는 내일의 중국 태권도를 짊어질 꿈나무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었다. 그의 지도에서는 자상한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사랑으로 대하고 부드러운 말로 속삭이듯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건 역시 ‘사랑’이었다.
이 날 훈련장에서 어린 수련생들이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제대로 못하자 김기동 원로 사범은 어린 수련생 앞에서 손수 시범을 보이며 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이끌었다. 원로 사범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어린 수련생들은 해맑은 얼굴로 다함께 큰 소리로 박자를 맞춰 숫자를 헤아려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기동 원장은 경희대 상과를 졸업했고, 대만에서 석ㆍ박사를 취득했다. 해병대 장교가 된 뒤 주로 군에서 태권도를 지도했다. 1965 ~ 68년 베트남 청룡부대에 파견돼 태권도 반장과 시범단 단장을 역임하였다. 그 뒤 1968 ~ 80년까지 대만에 가 태권도 사범 및 국가대표팀 감독 및 코치를 지냈다. 2007년 12월 ~ 2011년까지 재중 한인사범회 회장을 지냈고, 2009년부터 현재까지 중국태권도협회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다.
중국과 국교 3년 전 중국 심천에 도장 개관
해병대 대령으로 예편한 김기동 원장은 일찌감치 중국 대륙 진출에 꿈을 안고 중국과 국교를 맺기 3년 전인 지난 1989년 8월 중국 심천시에 도장을 개관하면서 초강국으로 성장한 중국에 태권도 전파를 위해 첫 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그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에서 우리 고유의 무술인 태권도를 퍼뜨려 태권도의 세계화에 일익을 맡아 선봉장이 되는 꿈을 실현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중국인 사범 양성 프로젝트’임을 간파하고, 2001년부터 중국 전역에 걸쳐 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기는데 역점을 뒀다. 그리고 ‘사범 양성 프로젝트 교육’에서 중국 사범들에게 태권도의 정통성과 기술 전수를 가장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태권도가 뿌리내리는데 무척 높은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특히 우슈, 태극권 등 다양한 무술이 생활화되어 있는 나라였기에 태권도 전파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먼저 다양한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중국인 사범 양성에 나섰다. 해마다 국기원 사범을 초청, 지도자 양성 교육을 하였다. 또한 매월 20일 일정으로 중국 전국의 사범을 대상으로 보수 교육을 실천하였다. 여기다 3개월 과정의 사범 양성 교육과 10일, 5일 단위의 지역 파견 보수 교육, 1일 일정의 단기 교양 교육 등 지도자 육성에 초점을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펼쳤다.
중국 사범 질 높이려 국기원 교육과 자료 무상 제공
[김기동 원장은 중국에서 가는 곳마다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가 직접 수련생들의 도복에 사인해주거나(왼쪽) 그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몰려들어 있다(오른쪽).]
창명교육원은 매주 수요일 회원 사범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태권도 관련 교육 자료를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창명교육원은 2002년 5월부터 지금까지 11년 동안 실질적인 국기원 중국지부 역할을 해왔다. 국기원에서는 창명교육원에 직접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기동 원장은 중국인 태권도 사범들의 질이 높아야 중국 태권도 실력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국기원의 지원으로 중국 현지에서 수준 높은 국기원 교육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중국 사범들의 실력은 눈에 띄게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기원 교육은 중국 사범들의 기본 동작부터 품새, 시범의 정확한 동작과 질적 향상에 눈부신 기여를 했다. 이로써 중국 태권도협회나 중국 태권도인들에게 국기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각인시켰다.
맨 처음 2002년 5월 창명교육원에서 열린 국기원 강습회 및 지도자 연수에는 32명 중국 사범이 참가했고, 이규형 계명대 석좌교수(현 국기원 원장 직무대행)와 곽택용 교수가 지도에 나섰다. 2003년 10월에는 임춘길 이종관 김병성 씨 등 태권도 원로들이 창명교육원에 와서 직접 지도했다. 이 국기원 강습회 및 지도자 연수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2,3급 중국 지도자들의 값진 실무 교육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같은 김기동 원장의 태권도에 대한 사랑과 꾸준한 교육 활동은 서서히 중국 전역의 사범들에게 신뢰와 지지를 받으면서 마침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중국 사범 3천 여 명 배출, 500여개 도장 회원 보유
지금까지 창명교육원 교육 프로젝트를 수료한 중국인 사범만 해도 약 3천여 명 이상이며, 이들이 중국 전역에 약 500여개가 넘는 도장을 오픈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오픈한 도장이 창명교육원 회원 도장이 되면서 마침내 중국 전역에 태권도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의 태권도 인구는 줄잡아 태권도 유품·유단자 수는 30만 명으로 단순 수련 인구까지 포함하면 1억 명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두 배나 되는 숫자로 태권도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하급수적인 증가였다. 김기동 원장은 이 추세대로 증가하면 2015년경엔 태권도 인구가 약 1억 5천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창명교육원 청도시 직영 도장은 호산도장을 비롯하여 모두 7개. 직영 7개 도장의 회원만 하더라도 약 1,500여 명이나 된다. 가장 회원수가 많은 도장이 호산도장으로 350여명이고, 천태도장이 270명, 해대도장과 사방도장이 각 200여명 등이다.
특히 김기동 원장은 정신ㆍ신체 장애인들에게 청도시 위성도시인 교남시 장응진에 있는 지체장애인 전용 ‘푸른하늘 천사도장’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어 지역사회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태권도, 인성교육에 도움 돼 부모들에 최고 인기
중국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연령층은 거의 4살부터 15살까지 유아나 초ㆍ중학생들이다. 이들이 자기 나라 국술을 제쳐놓고 태권도에 빠져든 것은 태권도장에 보냈을 때 자녀들이 몰라볼 정도로 인성교육이 잘 된데 기인한다.
중국에선 한족의 경우, 자녀를 한 명 밖에 낳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을 귀하게 키우다보니 버릇이 없고 예절을 잘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태권도 도장에 보내게 되면 아이들이 사범에게 절도 있는 동작만 배우는 것이 아니고 사람으로 갖춰야 할 예절과 인성 교육을 잘 배우는 것에 중국의 부모들은 감동한다.
이 날 창명교육원 호산도장에서도 훈련에 앞서 먼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고, 두 번째 ‘부모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창명교육원에서는 수련생들에게 ‘부모님 생일날 축하 꽃을 달아드리는 인사’를 꼭 하도록 이끌고 있는데 이런 인성교육이 부모들로부터 태권도교육을 신뢰하게 만들었고, 도장의 수련생이 꾸준히 늘어나게 만들었다.
이 날 창명교육원 도산도장에는 학부모들이 거의 빠짐없이 방문하여 어린 자녀들의 수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수련 시간에 중간 중간 휴식 시간을 가질 때도 어린 수련생들은 부모님이 앉아 있는 자리로 질서 있게 조용히 다가가 물이나 음료수를 마신 뒤 떠들지 않고 자기 자리로 다시 돌아와 훈련에 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8년간 한·중태권도대회 열어 우의 증진에 기여
[김기동 원장이 창명교육원 회원 도장을 방문하여 수련생들에게 태권도의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창명교육원은 한ㆍ중태권도문화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로 8년째 계속되고 있는 한·중무도태권도우의경기대회가 바로 교류의 장이다. 이 우의대회는 두 나라 태권도인들의 인적 교류를 통한 우의 증진과 경기력 향상에도 이바지하였고, 태권도 저변확대 등 활성화와 중국 지도자들의 자부심 고취에도 기여하였다. 1~2,4,5회 대회는 중국 청도 창명연구원 본부에서 열렸고, 3,6,7회 대회는 중국 창명연구원 회원 도장에서 열렸다.
특히 8회 대회는 지난 8월 24일 처음으로 한국 용인시에서 열렸는데 양국에서 총 1천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 대성황을 이뤘다.
이 대회에서 중국 청도 창명 대표팀은 왕중왕전 우승 2명, 금메달 31명, 은메달 29명, 동메달 40명의 눈부신 실적을 거둬 참가 선수들은 보다 높은 꿈과 희망, 그리고 자신감을 갖게 했고, 지도자들에겐 보다 안목을 넓혀주는 기회가 되었다.
한편 청도 태권도 창명연구원 대표팀은 지난 8월 28~31일 대전에서 46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013 세계태권도한마당에 초등 B조 혼합복식, 초등 B조 단체, 중학 C조 단체 등 모두 4개 대표팀 총 10명이 참가했다. 이 한마당에서 초등 B조 단체 우승, 초등 B조 혼합복식 준우승과 3위, 중학 C조 단체 3위에 올라 금 1, 은 1, 동메달 2개를 따내 중국 태권도의 위상을 세계에 크게 떨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협찬> 화동해운, 산동해협국제여행사, ㈜걸리버레저개발
중국 청도에서=글ㆍ박성열(TK TIMES TV 회장, 전 동아일보 부장, 전 한국체대 사회체육대학원 언론정보학 초빙교수), 사진 및 영상ㆍ양재곤 TK TIMES TV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