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전자기기 없이 살 수 없는 현대 사회.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죠.
스크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 때문에 눈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블루라이트는 가시광선 파장 내의 380~500nm(나노미터) 사이에 있는 청색광을 말합니다.
눈 건강에 좋지 않다는 속설 때문에 이를 차단하는 필름이나 필터를 흔하게 볼 수 있죠.
그런데, 블루라이트는 정말 눈에 안 좋은 영향을 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세간에는 블루라이트가 실명이나 황반변성을 일으킨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습니다.
2016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어요.
파란 하늘을 보는 것과, 스크린에서 나오는 청색광을 보는 것이 눈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비교한 연구였죠.
논문의 저자들은 파란 하늘을 보는 것에 비해 스크린의 청색광을 보는 것이
딱히 더 눈에 안 좋다는 결과는 얻지 못했어요.
그거 아시나요?
사실 자연광에도 블루라이트는 있답니다.
우리 인간은 블루라이트가 있는 자연광에서 살아왔습니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청색광은 자연광보다 더 약한데 이것이 눈에 악영향을 주기는 어렵겠지요.
다만 과학자들은, 잠들기 전 오랫동안 스크린을 보는 것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에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우리가 잠을 잘 때는 멜라토닌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요,
이 호르몬은 수면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블루라이트처럼 강한 빛을 보면, 멜라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지요.
그래서 깊게 잠들지 못하게 되는 거예요.
그만큼 빛과 우리의 일주기 리듬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을 붙이거나,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쓴다고 해도
눈을 보호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잠들기 전, 이런 차단 기능을 이용하면, 수면의 질을 보장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연구팀은 블루라이트와 블루라이트를 차단한 노란빛이
쥐의 일주기 리듬에 차이를 만드는지 실험했습니다.
결과는
블루라이트든 노란빛이든, 쥐의 일주기 리듬을 교란해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빛의 색에 상관없이 밝은 빛을 계속 쬐는 건, 신체 리듬에 좋지 않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잠자리에서 블루라이트를 차단하고 스마트폰을 해봤자,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거예요.
건강을 위해 밤에는 전자기기를 아예 멀리하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