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김양순
용이 살았다는 악마의 산에 가려고
빨간색 푸니쿨라를 탔다
지금도 악마가 도사리고 있을까 궁금한데
-필라투스 산 도착입니다
알고 보니
순결한 예수그리스도를 못 박으라 명한
로마인 총독 빌라도가 죽어
하늘을 떠돌다 떠돌다 자리 잡은
악마의 산이라 하네
이천 년 전
흰 비둘기를 까마귀라고 우기는 억지 민심을
편들어 준 고관의 죗값은
사도신경에 얹어진 오명이었다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빌라도, 필라투스 그게 그 이름이라면
전설 속 용의 자리까지 빼앗은
악마의 대명사란 뜻인가
*필라투스 산 : 스위스 루체른 근처에 있는 최고봉 2,132m의 험준한 산
*사도신경 :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담은 신앙고백문
레몬 샤베트
김양순
아말피 해변 눈부신 풍경 앞에서도
눈치 없이 줄줄 흐르던 땀 잽싸게 자취 감추던
그 시원했던 순간 생각나는 날
싱그런 레몬그림 부채로 더위를 날려보네
지중해 푸른 바람 머금은 부채가
상큼 시원한 냄새 일으키고
입속에 감도는 차갑고 달콤한 상상의 맛으로
염치없는 더위를 쫓아보네
누구였을까
마냥 제멋대로 커버린 과일들
못난이라 홀대 받을 만한 그들 품에
새하얀 크림 듬뿍 안겨준 맨 처음 그 사람
볼품없는 존재를 해안 도시 명물로 만들어 준
그 사람을 위한 박수 보내고 싶네
울퉁불퉁 큼직한 레몬 속에 담겨
빙하수처럼 시원하게
상큼 달콤한 맛으로
여행자 땀을 닦아주던 레몬 샤베트
찜통더위 속 여행 중에 맛 본
최고의 환대였네
*아말피 :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절경의 해안 도시
*샤베트(셔벗): 과즙에 물, 우유, 크림, 설탕, 젤라틴 등을 넣어 얼린 빙과
첫댓글 혹시 이달의 창작 발표 자료가 모자랄 경우를 대비해서 올린 글입니다.
인새물은 제가 준비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월 2일, 월레회 합평 때 회원님들이 주신 의견을 반영하여 퇴고했습니다.
조금은 나아진 글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