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타작
표 석화
오학년 실과 시간에 심은 콩
꼬맹이들 사랑 먹고 자란다.
뭉게구름 찾아 온 날
치근대는 잡초 뽑아주고
순 집어 준 콩
콩깍지 맺었다.
콩깍지 속
형제들이 알콩달콩
어떤 꿈을 펼칠지
궁금해 진다.
뙤약볕 내리쬐는
운동장 모퉁이에 모여
회초리 들고
싱글 벙글 웃으며
콩단을 신나게 때린다.
무서워 이리 튀고
아파서 저리 튀고
모여 있는 콩보다
도망 간 콩이 더 많다.
신나는 콩타작.
더운 여름날
표석화
잔뜩 화가 난
태양이 열기를 품어 낸다
지쳐서 걸어가는 사람들
뜨거운 열기 손사래 친다
아스팔트 도로
블록을 모자이크한 인도
사방이 후끈후끈
태양열 담기 지친다
불타는 고구마 빛 얼굴로
요가 실 에어컨 앞에 서니
붉은 얼굴색
복숭아 빛으로 방긋 웃는다
폭염보다
건강한 노년을 향한
열정이 뜨겁기에
오늘도 그 길을 걷는다
꽃의 대화
표석화
이슬비에 젖은 길가
쫑긋쫑긋한 제비꽃
서로 기대어 이름 부른다
가만히 귀 기울이다
주저앉아서
누가 더 예쁘냐고 물으니
서로를 가리키며 웃는다
빗물 털어주며
함께 놀자고 말 걸어 보니
고개 끄덕끄덕하다가
바람 타고 털어내는 물방울
벌떡 일어나
이슬비 내리면 오겠다고 말 걸어오니
그래그래 하면서
깔깔 웃는다
지하철 연가
표석화
금빛 햇살이 빛나고
초록빛 바람이
하늘 끝에 닿는 세상
햇살이 한 줌도 없어
조는 듯 실눈 뜬
형광등 아래
두꺼운 외투의 무게에
등 굽은 노인
들릴 듯 말 듯
껌 사세요~
목소리가
허공으로 사라진다.
주인을 찾지 못한
껌이 들어 있는
검은 비닐 봉지
명품 백이 다가오자
같이 가자 소리치지만
못들은 듯 지나간다.
이마 주름살 깊은 곳에
아기에게 젖 먹이던
엄마의 사랑이 고여 있다
된장찌개 끓여 놓고
남편 기다리던 사랑이
아직도 머물러 있다.
엄마 향기 품은 꽃
표 석화
철을 잊은 듯 사시사철
꽃이 피어 있는 옷장
하늘로 가신 엄마가 그리운 듯
꽃무늬 옷들이
문을 열 때마다 활짝 웃는다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여름에도
겨울 니트에 동백꽃이 미소 짓고
하얀 티셔츠에
아기 해바라기도 방긋
모시 적삼에 핀 장미도
덩달아 활짝
옷장을 열 때마다
꽃향기보다 엄마 향기가 진하다
엄마가 곱다고 하신
연두색 꽃무늬 셔츠
입을 때마다
그리움이 사무친다
이제 노인이 된 딸도
엄마향기 남기려
사랑의 땀 아끼지 않는다.
엄마처럼 꽃 대궐을 꿈꾸며
카페 게시글
돌꽃 표석화
콩타작 외 4편
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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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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