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라 하면 두 말할 것 없이 세계적인 大文豪(대문호)이다.
물론 괴테의 작품을 읽어볼 기회를 가진 사람은 드물 것이니
나는 이런 경우를 두고 化石(화석)이 된 유명인사라고 부른다.
(화석을 보려면 박물관에 가야하는데 바쁜 세상에 독자가 그런 곳에 갈 턱이 있으랴
예전 젊은 시절, 괴테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여성을 사랑하게 된 나머지
구혼까지 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말에 ‘예술가는 다 그런가?
아무튼 참 그 영감 주책이네!’ 하고 넘어간 적이 있다.
세월이 흐르고 또 흘렀다. 어언 나 호호당의 나이도 예순이 되었다.
젊은 시절의 나는 괴테의 사랑에 대해 ‘짤 없이’ 그냥 주책이라 단정 지었는데, 동병상련이라고
나 역시 나이가 들다 보니 슬슬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간다.
왜? 안 될 것도 없잖아, 돈만 있으면 가능한 거 아니겠어? 하는 생각이 드니
나도 이제 주책을 좀 부릴 나이가 된 것 같다.
물론 반은 弄(농)으로 하는 소리이고, 며칠 전 내 장난감인 ‘위키피디아’에 들어가 괴테의 생년월일을 가지고
생애를 연구해 보면서 괴테의 노년 사랑에 대해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괴테의 사랑을 소재로 ‘썰’을 풀어볼 까 한다.
괴테는 무려 73 세의 나이에 19 살의 여성을 만나 연정을 느끼고 구혼까지 했는데, 그 여인의 이름은 ‘울리케’였다.
‘사람이 70 까지 살기란 예로부터 드물다’고 해서 古稀(고희)라고 했건만, 왜 괴테는 무려 73 세의 나이에 그
런 턱없는 주책을 부렸던 것일까?
그때만 해도 피트니스 센터가 있어 벤치 프레스로 몸매를 다질 수 있었던 것도 아닐 터이고
분명 전립선도 그다지 좋지 않았을 것이며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마구 넘쳐서
강한 욕정을 느낀 것도 아니었을 터인데 어떤 연유로 이른바 ‘짝짓기’를 하자고 나섰던 것일까?
짝을 짓는다? 이것이 본능이긴 하지만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처자식 부양하는 일이야말로 부처님 되기 보다 더 힘든 일이 분명하다.
내 다시 태어난다면 차라리 부처님이 되고 말지 싶다.
자연에 사는 물총새를 애호한다. 수묵화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물총새의 수컷은 암컷에게 물고기를 선물해서 구애를 하고 그 결과 짝을 지으면
물가 벼랑에 집을 지어놓고 새끼들 먹이느라 하루에 50-150 마리의 물고기를 사냥해온다고 한다.
다시 19 세의 처녀 ‘울리케’ 얘기로 돌아가자.
괴테가 나이 73 세에 그런 연정을 느낀 이유는 우선적으로 괴테 자신의 운세 순환에서 찾을 수 있다.
1749년 8월 28일생인 괴테는 己巳(기사)년 壬申(임신)월 壬戌(임술)일이 된다. 줄이면 申(신)월 壬水(임수)이다.
1812 壬申(임신)년, 괴테 나이 63 세가 입춘 바닥이었다.
입춘 바닥이란 죽음이자 소생의 때이며 그로부터 10 년에 걸쳐사람은 새롭게 만들어진다.
이에 괴테의 운명 순환 상 양력 4월과도 같은 淸明(청명)의 운이 바로 1822 壬午(임오)년이었는데, 이때 괴테는
젊은 처녀에게 매력을 느끼고 연정을 가진 나머지 청혼까지 했던 것이다.
청명의 운이 되면 누구나 마음속에서 생명의 푸른 싹이 움터오는 것을 느낀다. 이는 나이와 상관이 없다.
새봄을 맞은 것이고, 봄이 돌아온 것이니 이게 바로 回春(회춘)이다.
1822 년으로서 회춘한 괴테, 枯木(고목)나무에 꽃이 핀 괴테가 새로운 연정을 느낀 것은 나이에 상관없는 일이며
특히 그가 예술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작년 조용필 씨가 새롭게 발표한 노래 가사에 ‘바운스 바운스’가 있는데, 바로 그런 것과 같다.
올해 65 세인 조용필, 운세 바닥 기간 동안에 아내를 잃고 오랜 세월 아무런 흥도 없이 지내던 남자가
이제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조용필의 운세 상으로 청명이 되어 回春(회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리케를 사랑하게 된 괴테, 물론 마지막 생명의 불꽃이었다.
당시 울리케는 갑자기 늙은 할아버지가 아무리 유명하고 덕망이 있는 인사라고는 하지만
당황하고 황당해서 거절했는데, 그이후 울리케는 좋은 배필을 만날 운이 없었는지 그만 독신녀로 살다 죽었다고 한다.
그 또한 울리케의 사주를 보면 능히 이해가 간다.
왜냐면 그녀가 처음 괴테와 만났던 1821 년은 그녀의 운명에 있어 결혼하기에 가장 좋은 운이었기 때문이다.
울리케는 1804 년 2월 4일 생으로서 癸亥(계해)년 乙丑(을축)월 甲申(갑신)일 생이다.
丑(축)월 甲木(갑목)인 셈이다.
괴테는 태어난 날이 甲木(갑목)인 여성을 사랑했다.
이른바 괴테가 선호하는 여성이 바로 甲木(갑목)이었던 것이다.
(조금 있다가 우리는 다른 갑목의 여성들을 만나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울리케의 운세 상으로 1824 甲申(갑신)년이 입추였기에 1821 辛巳(신사)년은 일생을 통해
가장 좋은 배우자운에해당된다.
어리고 준비가 안된 탓도 있었겠지만 결국 울리케는 일견 주책 바가지의 ‘괴테 영감’과 결혼하는 것이
나름 정답이었던 셈이다.
그러면 이제 괴테의 일생을 통해 그와 인연이 있었던 여성은 몇 명이 되는데
그중에서 중요한 여성들을 한 번 살펴보자.
첫 번째 여성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실제 모델인 ‘샤를로테’이다.
괴테보다 네 살이 어린 그녀는 1753 년 1월 11일 생으로서 壬申(임신)년 癸丑(계축)월 甲午(갑오)일이다.
丑(축)월 甲木(갑목)인데, 이는 앞서의 울리케 역시 丑(축)월 甲木(갑목)이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리고 괴테가 나중에 바이마르 공국에서 공직을 맡고 있을 때 괴테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또 하나의 샤를로테 부인(유부녀) 역시 사주를 보면 대단히 흥미로워진다.
샤를로테 부인은 괴테보다 일곱 살이나 연상이 여성이고 이미 결혼해서 애가 일곱이나 있었지만
괴테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어쩔 수 없이 ‘정신적 사랑’에 그쳐야 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1742 년 12월 25일 생이니 壬戌(임술)년 壬子(임자)월 甲申(갑신)일이 된다. 子(자)월 甲木(갑목)이다.
그녀를 연모하던 괴테는 나중에 결국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아무런 통지도 없이 공직을 그만 두고
훌쩍 여행길에 나서기도 했다.
그녀를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그러면 이제 정리해보자.
만년의 사랑 울리케는 癸亥(계해)년 乙丑(을축)월 甲申(갑신)일 생이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모델인
샤를로테는 壬申(임신)년 癸丑(계축)월 甲午(갑오)일 생이며
일곱 살 연상의 샤를로테 부인은 壬戌(임술)년 壬子(임자)월 甲申(갑신)일이다.
세 사람 중에 두 명은 丑(축)월생, 子(자)월 한 사람이며, 태어난 날은 甲申(갑신)일 두 사람, 甲午(갑오)일 한 사람이다.
공통된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겨울에 태어난 여성으로서 일간은 甲木(갑목)이며, 사주 구조를 보면
모두 내성적이고 조용한 여성들임을 알 수 있다.
괴테는 己巳(기사)년 壬申(임신)월 壬戌(임술)일, 여름에 태어난 뜨거운 물인 괴테이다.
그러니 차가운 기질의 상대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궁합이라 한다.)
그리고 괴테는 壬水(임수)로서 물이고 세 명의 여성은 모두 甲木(갑목)이니 자연히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 으론 훨씬 복잡한 이유가 있지만 생략한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 고유의 선호하는 타입, 흔히 ‘자신의 타입’이 있다.
저마다 쓰고 있는 안경이 다른 것이다.
대문호 괴테의 일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세 명의 여성, 그녀들을 통해 괴테는 영감을 얻고
열정적으로 집필 활동을 할 수있었다.
사실 나는 상담을 해오면서 이와 동일한 경험을 꽤나 많이 했다.
예전에 어떤 총각이 나를 찾아와 고민 상담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결혼 상대로서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 바람에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들의 생년월일을 통해 사주를 뽑아 보았더니 그만 껄껄껄 하고 웃었던 적이 있다.
세 명 모두 7월생이었고, 태어난 날 역시 같은 乙木(을목)이었으며 사주의 전체적인 구조 역시 대단히 유사했다.
바로 그 친구의 타입에 해당되는 여성들이었던 것이다.
이에 ‘야 이 바람둥이야, 아무나 찍어!’ 하고 농을 했더니 그 친구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약간 골려준 다음에 내 나름 그 중에서 그 친구와 가장 잘 맞는다 싶은 여성을 신중하게 추천해주었다.
몇 달 뒤 그 친구로부터 내가 추천해준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다는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오늘은 小滿(소만), 여름의 실질적인 첫날이다. 화창한 초여름 풍경,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