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 제20일(5/27. 노류2리-농암). 후배들아, 고맙다.

[시몽]

종주 제 20일(5/27). 비. 21도

노류2리-농암.

-후배들아, 고맙다-

상주에서 07:25 버스를 타고 노류2리에서 내려 도보를 시작한다. 08:00

부슬비가 내리고 있어 우산을 쓰고 걷는다. 비가 많이 오면 걷기를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이 정도 비는 걸을만 하다.

그런데 우산을 쓰고 갓길을 걷는다는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버스나 트럭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한 번

지나갈 때면 피하느라 정신없고, 지나간 다음에 '아, 내가 아직 살아있구나...'하고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앞이 보이는 투명 우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상황이 유정삼거리 부터 25번 도로를 걸어서 내서삼거리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갓길에서 바퀴자국을 볼 때마다 아찔하다.

내서삼거리에서 901번 도로로 접어드는 순간 지옥에서 천국으로 간 기분이 든다. 지나는 차량이 거의 없어 차도

한 가운데로 걸어도 위험이 없었다. 주변의 푸르른 산이며 논을 보면서 걸으니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겁다.

간간히 비가 그치기도 해서 우산을 접기도 했다.

11시 경, 뒤쪽에서 빵빵하는 차량 경적 소리가 난다.

서울에서 격려차 내려오는 후배들의 차량 2대가 손을 흔들며 도착한다. 후배 5명이 내린다. 우린 서로 손을 잡고

흔들기도 하고 얼싸안고 포옹도 한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만보는 내 배낭을 받아 대신 맨다. 선후배가 함께 걷는 길. 걸으면서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른다.

점심 때가 되었다. 앞서간 차량이 서 있는곳 까지 갔더니 차량만 보이고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다. 이상하다 하며

사방을 살피는데 다리 아래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린다.

비가 내리니까 다리 아래로 내려가 점심 준비를 하고있다. 한 눈에 봐도 엄청나게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땡칠이 한 마리 통째로 잡아왔다고 한다. 한 쪽에선 가스버너와 찜통께 냄비까지 준비해 와서 끓이느라 부산하고,

또 한 편에서는 아이스박스에서 맥주를 꺼내고, 다리밑에서 때아닌 잔치판이 벌어졌다.

우선 건배부터 하고 다음 몸보신 순서에 들어간다.

'그저 객지에 나오면 잘 먹어야 돼.' 총무과장 나그네님의 평소 지론이다.

암, 그렇고 말고. 특히 우리같은 중 노동 하는 사람은 잘 먹어야지.

은척을 지나 농암에서 오늘 걷기를 끝내기로 했다. 끝낸 지점 표시를 잘 봐두고, 라광식 후배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 문경온천으로 갔다. 이게 얼마만의 뜨거운 목욕이냐. 탕속에 몸을 담그니 연일 강행군에 지친 몸이라 그만

사르르 잠이 몰려 오네. 냉온탕을 번갈아 드나들며 발바닥을 주물고 장딴지도 주물었다. 탈의장으로 나와  하도

절룩거리니까 직원이 어디 삐었냐고 물어본다.

목욕탕 밖으로 나오니 우리가 목욕하는 사이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고 한다. 지금도 비가 많이 내리고 번개까지

치고 있었다. 오늘도 우리가 운이 참 좋았나 보다. 이게 다 조 장로님 기도 덕분인가?

수안보 이대 수련관의 금란서원 방에 모두 모여 저녁식사를 겸해서 위로의 자리가 마련된다. 이렇게 먼 길을 마다않고

내려와 준 모두에게 고맙고, 준비하느라 애 쓴 강일구 후배에게도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피곤해서 카페에 글 올리는 건 내일로 미루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귀에 익은 반가운 전화 목소리가 걸려온다.

서울로 시집온지 30년이 지났어도 여전한 경상도 사투리. 마누라 전화다.

-"내 보고 시퍼예, 안 보고 시퍼예?"

-.......(갑자기 이거 또 왜이래?)보고시포!

-"보고싶다 카모 만나로 갈끼고...이번 주 금요일에 윤선샘 차타고 우리 마누라 셋이서 만나러 가기로 했슴더."

-"응, 그으래? 잘 됐네...."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다. 허나 만나서 지금 우리 몰골을 보면 가슴만 쓰릴텐데...

오늘 걸은 거리 : 31.5km. 8시간(휴식 제외)

코스 : 노류2리-유성삼거리-(25)-내서삼거리-(901)-은척-농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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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

(파랑새)네 선생님 금요일 휴가내고 갈까합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합니다. 누구 보다도 보고 싶퍼하는 사모님들과 동행합니다. 06.05.28 23:50

[시몽]

(만보)랑새~ 엉아 고마워요. 또 내려가고 싶어지는 만보^*^ 06.05.29 00:22

[시몽]

(장화백)울려고 내가 왔던가! 안봐도 눈에 선해요. 107동 누구네 부부의 그리운 만남에 흘릴 눈물을.. // 발을 넘 혹사 시키지 말고 일정이 쬐께 늦어지더라도 조금씩 줄여보심이 우떨지요? 06.05.2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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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화백맏딸)너무너무 뜨거운 우정~ 다시 봐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 06.05.29 12:26

[시몽]

(늘푸른)울짝도 위문공연 5인방과 동행하려하다가 그만 일이 있어 나그네샘에게 연락도 못하였어요. 근데 정말 잘 하셨네요. 나도 같이 한번 걸을 기회를 만들어야지! 06.05.29 13:56

[시몽]

(박원장)후배님들 격려 받고 더욱 힘 내시길1 06.05.30 22:53

[시몽]

(캡화백)이번 여행중 단연 제1의 추억입니다. 그리고 감동 그 자체입니다. 06.05.31 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