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하재준
우리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스스로 자기의 뒷모습을 볼 수 없다. 인체의 구조인 오감(五感)이 앞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눈, 코, 입, 귀의 감각기관이 뒤에는 없기에 꼭 뒷모습을 보려면 두세 개의 거울을 놓고 되비치면 볼 수는 있다. 그런데 그것은 역시 실상이 아닌 허상이다. 그림자일 뿐이다. 그래도 뒷모습을 꼭 확인하고 싶다. 그렇지 아니한가.
사람마다 앞모습은 그런 데로 의젓하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답게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거울을 보면서 얼굴과 옷매무새를 단정히 손질하기에 그렇다. 그런데 뒷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오늘 아침 아내로부터 들은 말이다. “당신의 뒷모습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늙은 티가 난다.”고 말하지 않는가. 어쩐지 애처롭게 보인다는 뜻일 것이다.
나도 남들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허리와 어깨를 좀 펴고 늡늡한 모습으로 걷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뿐이지 긴장이 풀리면 곧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간다. 뒷모습은 앞모습처럼 허세나 과장이 전혀 없는 본래의 모습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닦아진 마음의 자세는 분명히 인격화 된다.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관학교 생도들의 걸음걸이를 보라. 항상 정연하고 의젓하지 않는가. 단 몇 년간의 훈련에도 그같이 정교한데 오랜 세월을 닦아진 삶의 자세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도산 안창호 선생이 말한 「인물공부」가 떠오른다.
1913년 도산 안창호는 미국에 유학한 청년들을 규합하여 홍사단을 조직했다. 그들에게 “나라 없는 설움은 일찍이 인물공부를 못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에게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데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물공부란 무얼까? 국민이나 단체의 리더(leader)가 되려는 공부다. 그런 과정 없이 명예욕에 불타고 보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견도 없이 자기의 사상(思想)인양 외치고 나니,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이 정책인양 제시해 놓았다가도 여론에 부딪히면 그럴싸한 이론을 제시하여 손바닥을 뒤집듯 바꾸어 버린다. 이런 얄팍한 심리를 보여주고 있으니 그들이 우리를 얼마나 실망시켰는가.
그뿐이 아니다. 그들이 살아온 뒷모습을 보면 구릿한 냄새를 풍기고 있고 주위에는 흙탕물이 고여 있다. 그러니 어찌 이들이 오래도록 인물공부를 열심히 해왔다는 증거이겠는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시 한 번 자신을 깊이 되돌아봐야겠다.
지도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신뢰를 받지 못하는 목소리는 아무리 높아도 허공의 메아릴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그 시대는 숨김없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놓고 있는데 이래도 좋은가? 바르게 서로 소통되지 않으면 동맥경화 현상을 일으켜 우리의 사회와 국가가 불행해진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뒷모습을 세계시민들은 분명히 보고 있다. 우리의 현실을 똑똑히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을 보라“ 하지 않는가. 그 실례의 하나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연예계 활동인 방탄소년단 등 영화계를 휩쓴 봉준호 감독>이 그렇다. 또 미국 시사주간 타임(Kime)지가 선정한 선진국 코로나 방역 책 중 한국의 정은경 청장의 이름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로선 참으로 낯 뜨거워 고개를 들을 수 없는 일도 있었다. 다스리는 쪽에서나 다스림을 받는 쪽에서 하나가 되지 못하고 서로 싸움판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동조자들마저 한 패거리 싸움처럼 합세하여 서로 물고 뜯으니 얼마나 저질 스러운 모습인가. 이것이 일상적인 언행이 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인지 낮추는 일인지를 스스로 반성해 봐야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끝없는 개선의 길이기에 앞모습만 바라볼 개 아니라 뒷모습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진정 인격자의 삶의 모습이다. 그렇지 아닐까?*
필자 약력
0. 1985년 『한국수필』 천료. 2016년 『한국문인』 문학평론 신인상 수상 문단데뷔
0.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0. 수필집 : 그 큰 아픔이 사랑이런가 외 8권. 0. 칼럼집 : 1권. 0. 문학평론집 1권
0. 문학상 : 노산문학상 외 7회 수상
0. 표창 및 상장 : 대통령 표창, 교육부 장관 표창. 0. 전국남녀웅변대회 1등 법무부 장관상 수상
0. 경인 자치신문 주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