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김소현(41) 씨는 얼마 전 일요일 대형마트에서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평소처럼 생필품을 잔뜩 산 김 씨는 돈을 지불하기 위해 가방에서 지갑을 찾았다. 그런데 가방에 있는 건 TV리모콘. 설마 하고 지갑을 찾았지만 지갑은 오간 데 없고, 계산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눈치를 주기 시작하자 김소현씨는 너무 창피해 물건을 반납하고 도망치 듯 마트를 빠져 나왔다.
지갑이나 핸드폰을 집에 두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하직원의 이름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다.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시장을 보러 간다. 무슨 말을 하려고 말을 꺼냈는데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상사가 회의시간에 지시한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매일 사용하던 이메일의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생각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생활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망증이란 기억장애의 하나로 무엇인가를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리는 정도가 심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그 중 은행CD기 앞에서 갑자기 통장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거나, 우산을 자주 잃어 버리는 것과 같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건망증을 `생활 건망증`이고 부른다. 흔히 주부 건망증이나 `디지털 치매` 등도 생활건망증에 속한다.
김양래휴신경정신과의 김양래원장은 "건망증은 일반적으로 신체적 요인으로 인한 건망증과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건망증으로 나눌 수 있다. 생활 건망증은 극심한 스트레스나, 우울 및 불안증, 만성피로 등 대부분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요즘 직장인, 주부들 중 이같은 생활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와 리서치 전문기관이 직장인 2030명을 대상으로 `건망증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63.1%(1,281명)가 건망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망증 증세를 겪고 있는 직장인 가운데 건망증 정도가 심한 편이라는 직장인은 10명중 약 3명 정도(26.5%)였으며, 업무를 하는데 어느 정도 지장을 받는 경우도 2명중 1명(56.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것은 건망증의 주요 원인에 대해서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인 683명(53.3%)이 스트레스를 꼽았다. 그리고 261명(20.4%)은 `휴대폰, PC 등 직접 기억할 필요가 없는 환경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양래휴신경정신과 김양래원장은 "주부 건망증이나 디지털 치매 등과 같은 생활 건망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메모를 습관화 하고, 독서와 두뇌 개발을 위한 바둑이나 체스 등의 취미 생활을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며 "무엇보다 대부분의 생활 건망증이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반복되는 스트레스나, 우울 및 불안, 만성피로 등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활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건망증을 너무 확대 해석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시간이 날 때마다 가벼운 산책이나 가벼운 대화, 취미 생활 등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또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쌓아두기 보다는 빨리 해소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