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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날
"초하룻날 동쪽에 못 박지말고 닷셋날 남쪽으로 가지말며, 여드랫날 북쪽을 조심하라"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음양오행설과 풍수지리설을 따지던 시절에 벽에 못 하나라도 마음대로 박아서는 않된다는 말이다.
특정한 날자의 일진과 방위를 무시하고 아무데나 못을 박으면 눈에 핏줄이 서는 등, 탈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손없는 날'을 따저 이사를 하거나 장을 담그는 일, 나무 한 그루 심는 것 조차 금했다.
민속 신앙의 하나인 '손'은 '손님'을 줄인 말임과 동시에 한문 '손'의 손해볼 손의 뜻으로 , 동서남북으로 떠돌아다니며 사람을 해코지하는 나쁜 귀신을 말하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손'이 열흘 단위로 날자와 방향을 옮겨다니며 온갖 훼방을 놓는다고 생각했었다.
음력으로 끝숫자 1.2 일에는 '동' 3.4일에는 '남'. 5.6 일에는 '서'. 7.8 일에는 '북'쪽에 '손'이 있으며 9. 0 일에는 귀신이 하늘로 올라가 없는날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매월 음력 9.10.19.20.29.30일은 '손'이 없는 길일이라고 했다.
음력 2월 9일,3월 9일은 '무방수날'이라 해서 어떤 일을 해도 해롭지 않으며, 지역에 따라 '손 없는 날' '물방수 날' '물방새 날'로 불렸는데 '땅이 귀 닫고 하늘이 눈 감는 날' '부지깽이를 거꾸로 세워두면 운이 좋은 날' 이라는 말까지 붙어다녔다.
'손'은 질병을 뜻하기도 해서 천연두를 마마 손님이라 하기도 했다. 17세기 서양에서 베트남과 중국을 거처 들어와 전국을 휩쓸었으니 호환<호랑이> 만큼 무서운 손님이었다.
그러다보니 벌서 봄 이사철이다. 지지난주 28일, 지난 3월 9일은 음력으로 29일, 09일로 '손없는 날'이되서 전국에서 이사 대란이 벌어젔다고 한다.
평소 80~100만원이던 포장이사 비용이 200만원 이상으로 뛰었는데, 평일 이사비용의 세배나된 것이다.
이왕이면 '손없는 날'을 택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마찬가지겠으나 이런저런 것은 하지 말라는 금기의 부작용이 너무 큰 것같아 마뜩찮다.
학자들이 말하길, '금기의 종교적 기능은 민간신앙과 관련되고, 정치적 효과는 체제와 질서를 유지하려는 수단과 관련되 있다'며 그럴듯 하지만 확실하지 않고 , 과학적인 듯 하지만 과학이라 할 수 없는 것에 사로잡히는 것은 불안심리 때문이라고 분석하고있다.
새 집으로 이사할 때는 설렘 뿐만 아니라 불안한 마음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특정 날자를 정해놓고 한꺼번에 몰려서 비용을 두배 세배 들여가며 한밤중까지 난리를 치는건 좀 그렇지 않은가???
'손없는 날'에 이사 하려다 손해를 봐서야 되겠느가??? 하기사, 이사는 연쇄반응 으로 연결되서 맘대로 되는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재산목록 1호로 가는데, 궂이 나쁘다는 날을 택한다면 께름찍해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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