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산성고개에서 낙동정맥 생태탐사를 마치고 몰운대에서 해단식을 하기로 했으나 여러 자료를 검토한 결과 부산시내 구간을 꼭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K형과 의논 끝에 이 구간을 사전 답사키로 한다.
2003년 3월 24일 부산가는 기차표 예약이다, 2일간 먹을 간식이다, 의약품이다, 2끼분 김밥준비다, 개인장비 챙기랴 실로 분주하다.
1인당 10만원씩을 거출하여 알뜰한 자금계획도 세워본다.
하지만 부산행이다 보니 싱싱한 회와 소주의 유혹에 부족함이 뻔하다.
아무튼 마누라의 지원 아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석식을 가볍게 들고 잠을 청해 본다. 잠이 막 들려고 하는데 삘리리리..... 핸드폰이 울린다. 받아보니 순덕씨가 개구리튀김과 소주한잔 하고 출발하란다.
말은 고맙지만 몸살감기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영 자신이 나지 않는다.
다녀와서 먹겠노라고 사양하고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산악회 일로 영 머리가 복잡하다. 에라! 될 대로 되라지........
조금 뒤척이다 벌떡 일어나 샤워를 한 다음 출정복(등산복)을 입고 배낭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
9시 뉴스를 유심히 본다. 이틀간 날씨가 궁금해서다. 다행히 전국적으로 날씨가 좋다가 마지막 날 오후 늦게나 비가 온단다.
09:40분 마누라 차량으로 K형과 약속한 시내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22:00 먼저 온 K형이 터미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누라의 고마움을 뒤로하고 역전 행 시내버스에 오른다.
대합실에는 SBS의 야인시대를 보는 승객들이 즐비하다.
22:55분 부산행 열차를 타고 졸며 자다 눈을 떠보니 경주역에 도착한다(03:30).
아이고 지겨워라! 밤새 기차에 시달리고 나니 온몸이 뻐근하다.
부산시내에 들어서니 차창가로 가로등 불빛만 화려하다.
05:57분 부산진역에서 하차하여 지하철로 갈아타고 온천장역에 도착한다(06:30).
온천장역을 나와 육교를 건너 203번 시내버스를 타면 산성고개에 갈 수 있다.
10여분 기다리니 203번 버스가 온다. 우리 둘이 첫 승객이다.
금강식물원, 자연사 박물관, 동래양로원을 지나 산성고개에 도착한다.(07:05)
2003년 3월 25일(화요일)
날씨 : 맑음
등반인원 : 2명
07:20분 정비 후 부산시내를 북에서 남으로 가르는 대장정이 시작된다.
07:35분 망바위에 도착하니 50여명이 앉을 수 있는 마당바위가 있어 김밥으로 조식을 한 후 상계봉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08:00 제2망루에 올라 부산시내를 둘러본다. 혹 왜적이 올라오나 하고?
08:50분 만덕고개에 도착. 동래구와 북구를 경계한 포장도로로 한 구간을 산성고개에서 가르는 것이 아니고 금정산군을 다 지난 이곳에서 가르는 것이 합당하다 생각되어진다.
노송군락지가 계속 이어지는 넓은 길을 따라 白楊山으로 향한다.
성지곡 사거리를 지나 어린이 대공원 쪽으로 직진하지 말고 우측 우회도로로 진행하면 만남의 숲이 있다.
산불방지 등산로 폐쇄표지판을 무시한 채 능선을 따라 백양산을 오르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헉! 헉! 땀을 빼느라 오버자켙을 계속 입고 있으려니 입에서 단내가 난다.
그래도 참아야지! 겨울 내내 찐 살이 빠지느라 고통스럽다.
산불감시초소에 오르니(10:15) 백양산까지 등산로는 대로로 열려있다.
10:41분 백양산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니 항만의 도시 부산이 이렇듯 아름다울 수가 없다. 형님! 참 우리가 잘 왔죠? 이런 명산을 그냥 지나칠 뻔했잖아요? K형도 기꺼이 동감이다.
잠시 휴식에 간식을 곁들이고 삼각봉으로 향한다.
삼각봉은 작은 암봉으로 잘생긴 바위들이 기묘하게 쌓여있다.
12:00 갓봉에 다달으니 전면, 좌. 우. 삼면의 부산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에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고 남쪽 개금동을 지나 가야할 엄광산 구덕산이 빨리 오라 손짓하고 있다.
김밥으로 중식을 마치고 12:33분 헬기장을 지나 개화초등학교에 13:00에 도착한다. 우측에는 LG아파트가 있고 학교 울타리 개나리는 꽃망울을 힘껏 터트리고 있다.
대로를 건너 개금지하도를 통과 고려병원을 끼고 돌아 백병원을 향해 인도를 따라 곧장 올라가니 13:30분 백병원 입구 태림수퍼에 도착한다.
태림수퍼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K형과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씩 마시니 갈증이 해소된다. 일반산행에서는 감히 생각도 못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원아파트와 개운수퍼 사이로 접어들어 놀이터를 지나 좌측능선으로 오른다.
엄광산전망대 까지는 1.000보가 넘은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휴! 캔맥주 덕에 14:17분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북쪽 저 멀리 금정산이 동쪽엔 장산이 남쪽 영도의 봉래산, 구덕산, 부산항, 다대포가 서쪽의 낙동강 하구가 손에 잡힐 것 같다.
14:35분 엄광산을 지나 구덕령을 향하는 넓은 등산로는 솔 향기 그윽하다.
부산시민들은 남에서 북으로 잘 연결된 낙동정맥을 동. 서에서 어느 곳이나 오를 수 있으니 낙동정맥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15:00구덕령 꽃마을에 도착. 버스정류장에서 직진하여 포장된 도로를 따라가다 산불감시초소 약 30m전 좌측 소로산길에 표지리본이 달려있다.
소로를 지나 포장된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하면 구덕산, 시약산 삼거리에 도착한다.(15:50) 우측 철새도래지 을숙도와 남해바다가 제법 어울린다.
16:00 時藥亭에 올라앉아 부산시내 경관에 빠져든다.
부산만, 영도, 용두산공원, 구덕야구장, 멀리 다대포를 바라보며 내일의 희열을 느낀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달동네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매다 목욕탕 삼거리에 16:52분 도착. 오늘의 일정을 마친다.
원래 계획은 구덕령인데 약 2시간을 더 진행한 셈이다.
2003년 3월 26일(수요일)
날씨 : 맑음
등반인원 : 2명
05:30분 K형이 먼저 일어나 부산을 떤다. 어제 저녁 회와 매운탕과 시원소주 게다가 생맥주의 입가심으로 취기가 조금 남아있다.
05:55분 여관을 빠져나가 택시를 타고 대티고개 마루에 내린다(06:02).
출발기점을 찾느라 15분을 헤매다 대티고개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금화맨션위 언덕 까치고개길 표지판 20m를 지나 우측 스텐레스 난간 계단길을 올라 직각 우회전하여 공동묘지에 이른다(06:30).
헉! 헉! 아침햇살을 가르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어제 생맥주만 안 마셨어도..... 조금 후회스럽다.
이내 이마에 땀방울이 가득하다.
06:42분 226봉에 오르니 다대포가 바로 앞에 있어 보여 마음이 성급해진다.
우정탑 30m를 지나 직각으로 우회전하여 내려선다.
부영벽산 아파트에서 우회전. 삼경맨션아파트에서 좌회전. 크로바호텔에서 좌회전하여 올라가다 옥천초등학교 장평중학교 정문 바로 위 육교를 건너 SK주유소에서 좌회전. 변색벽돌 2층집 2채를 끼고 좌회전하여 올라가면 해동중학교 정문이다.
해동중학교 울타리를 우측으로 끝까지 진행하다 좌측 능선으로 올라간다.
이곳은 표지리본이 없기에 독도에 주의를 요한다.
능선에는 철탑이 있고 군 교육장시설이 있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군부대, 자유아파트를 지나 구평고개에 08:15분 도착. 횡단보도를 건너 SK주유소에서 좌측도로를 따라 150m 지점 우측 산쪽을 유심히 보면 표지리본과 소로길이 열려있다.
08:35분 169봉에 올라 빵으로 조식을 때운다.
이 봉에는 운동기구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봉화산을 지나 포장도로를 건너 맞은편 산에 오르니 진달래가 환하게 반기고 있다.
09:10분 씽크공장 삼거리를 지나 좌측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가구단지 삼거리에서 우회전 구평산마트앞 우측산길로 올라선다.
정상에서 좌측으로 진행하여 개활지를 지나 창고 옆 철조망을 친 묘지 맨 끝과 구옥 사이로 내려간다.
한솔대리점을 지나 김은회 옷 연구실 좌측 가파른 세멘트 길을 따라 내려가면 삼환아파트가 나온다.
삼환아파트 앞 우측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도로가 벚꽃이 꽃망울을 막 터트리고 있다.
10:07분 신다대아파트 앞 육교를 건너 자장암으로 향하다 강보살 암자 표지판 쪽으로 진행 암자에 올라 좌측 능선길로 접어든다.
돌무덤 안부를 지나 낙동정맥의 마지막 오름인 아미산을 거침없이 올라간다.
응봉봉수대에 10:40분 도착하니 미리 올라온 여러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0:46분 아미산 정상에 도착하니 헬기장이 있고 을숙도와 낙동강 하구언의 생성에 신비함이 느껴진다.
태백이 발원한 낙동강을 따라 내려 온지 어언 2년여....... 나는 과연 한 방울의 물이런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잠시 상념해 본다.
모두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몰운대가 바로 발아래에 있다. 마음만 급하다.
하지만 왼쪽 아픈 발가락이 자꾸 성가시게 한다.
마지막 남은 한 개의 표지리본을 소나무에 높게 달아본다.
원주 낙동정맥 생태탐사대의 기상이 영원하리라........
흥티고개(11:02)를 지나 다대포 조망대에서 잠시 쉬고 곧장 몰운대로 내려간다.
몰운대 표지석 입구에 서있자니 K형이 자축을 하자며 캔맥주 2깡을 들고 온다.
몰운대 관리사무소 좌측으로 진행하면 최종 목적지인 몰운대가 우리를 반긴다(12:10).
긴 여정 수고했노라고 바다향을 한없이 뿌려준다.
2박3일의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K형과 힘차게 건배! 서로의 얼굴에 충만함이 역력하다. 모든 대원들이 무사히 이곳에 도착하기를 조용히 기도해 본다.
바다신이시여! 우리 대원들을 보살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