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소금창고의 김수미 작 이자순 연출의 나비효과24
공연명 나비효과
공연단체 극단 소금창고
작가 김수미
연출 이자순
공연기간 2014년 9월 4일~21일
공연장소 스타시티 예술공간 SM
관람일시 9월 4일 오후 8시
스타시티 예술공간 SM에서 극단 소금창고의 김수미 작, 이자순 연출의 <나비효과24>를 관람했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1963년 유체역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수학적으로 모델화를 통해 일기예보의 이론적인 예측을 시도하던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Lorenz)가 "갈매기의 날개 짓 한번이 날씨를 영원히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한 데에서 유래된 말로, 처음에는 “갈매기 효과”로 표현되었으나 후에 “나비효과”로 바뀌었다.
<나비효과>는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이다. 오늘 서울에서 공기를 살랑이게 한 나비의 날개 짓이, 다음 달 북경에서 폭풍우를 몰아치게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에드워드 로렌츠가 컴퓨터로 기상을 모의 실험하던 중, 초기 조건의 값의 미세한 차이가 엄청나게 증폭되어 판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즉, 컴퓨터화면에 나타난 기상계는 한없이 복잡한 궤도가 일정한 범위에 머무르면서도 서로 교차되거나 반복됨이 없이 나비의 날개모양을 끝없이 그려내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림은 혼돈스러워 보이지만 일정한 모양새를 갖춘 규칙성이 숨어 있었다. 이와 같이 혼돈 속에 질서가 내재되어 있다는 <나비효과>가 확인됨에 따라 카오스 이론이 등장하였다.
무대는 20세기 에스파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 1989)의 그림 <시계>를 철제로 확대시켜 무대 상수 쪽에 만들어 세워놓고, 그 시계의 공간이 등퇴장 로가 된다. 길게 노란색 테이프를 무대바닥에 가로 늘어뜨려 붙이면, 지하철의 승강장 라인이 된다. 무대 하수 쪽에는 벤치를 비치해, 연기자가 중앙으로 이동시켜 공원의 벤치로 사용을 한다. 연기자들이 사용 후, 무대 위에 버려진 소품, 신문지, 하이힐, 종이비행기, 그리고 옷가지는 청소부 역의 노인이 등장하면서 마포자루에 넣어 말끔히 정리를 한다.
연극은 도입에 출연자들이 모두 등장해 음악에 맞춰 율동을 보이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청소부 겸 시계지기 노인이 마포자루와 집게를 들고 등장해 커다란 철제 시계의 바늘을 움직이면, 무대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의 일상이 전개된다.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불교적으로 표현한다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듯, 이 연극에서도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 특히 남녀의 대화가 한 여인을 죽음에서 살려내고, 반면에 공원에서 마주친 남녀는 <나비효과>처럼 죽음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세계 술 소비 1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명성처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셔대는 정경이 이 연극에서도 펼쳐지고, 거리의 노숙자나 다름이 없는 순수예술가의 모습이 관객의 가슴을 때린다.
출연자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현실과 부합하기에 관객과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생존경쟁 속에서 겪게 되는 고통 감내가 자신의 고통으로 느껴질 즈음, 돌연 등장한 돼지처럼 살찐 인간 견 한 마리는 모처럼 죄어진 숨통을 트게 해주고, 관객을 폭소로 이끌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주인인 예술가의 시신 앞에서 끙끙거리고 우는 장면과 청소부 노인이 예술가의 시신을 자루에 담아 청년과 함께 끌어다 버리는 장면 역시 가슴을 때린다.
대단원은 도입에서처럼 모든 출연자가 등장해 율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나이든 청소부가 마포자루에 쓰레기를 주워 담은 후 커다란 철제시계바늘을 움직여 고정시키는 장면은 이 연극의 백미(白眉)다.
다만 기둥시계도 일정한 시각만 되면 뎅뎅하고 울림소리를 내는데, 거대한 철제 시계 조형물이 소리없이 방치되기 보다는, 청소부 노인이 시계바늘을 고정시킬 때마다, 빠리 노트르담 사원의 종소리 같은 커다란 울림이 효과음으로 나온다면, 극적효과가 1000% 상승하게 될 것이다.
정현기, 홍서준, 김동철, 민도영, 신동력, 주호수, 박상협, 박선혜, 최민하,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기억에 남는다.
무대디자인 김상수, 조명디자인 박건우, 음향 정혁준, 조연출 이미영, 진행 박준영, 퍼포먼스지도 한상률·정희정, 등 제작진의 기량도 드러나, 극단 소금창고(대표 정현기)의 김수미 작, 이자순 연출의 <나비효과24>를 한 편의 표현주의 연극 으로 창출해 냈다.
9월 4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