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묵묵히 그냥 하나은행으로 합병하면서도
쏱아지는 눈물은 차마 참으로 참을수가 없네요
우리 아들 딸놈들 학교도 보낸곳이 이곳이고
내가 우리 아내 만난것도 이곳인데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진다니.....
우리지점직원들 모두 울었어요
가슴이 억매입니다
서울직원여러분
그동안 고생 만이 하셨읍니다
한번 다시 불러봅니다 서울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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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행 본인상
서울은행 본인 서울은행의 본인상을 알립니다.
1. 사망일시 : 2002년 12월 2일
2. 발 인 : 없음
3. 빈 소 : 각 부점
4. 장 지 : 모든 직원의 가슴
5. 연 락 처 :
<약도/기타>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께서는 마지막으로 경건함과 의연함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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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글 들>
우리는 서울은행을 사랑했습니다. 주위에서 어떻게 평가하더라도
IMF 질곡을 헤쳐온 우리에게 서울은행은 직장 이상의 그 무엇이
었습니다. 끝까지 지켜야 할 자존심이었고, 땀과 눈물이 배인 분
신이었으며, 때로는 감당하기 버거웠으나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아
픔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서울가족은 위대했습니다. 생존의 고비마다 맨몸으
로 나서서 바위처럼 버텨왔고, 힘들고 추울때마다 서로의 체온으
로 보듬어 우리를 지켜왔습니다. 도전을 두려워하기는 했지만 결
코 우회하지 않았고, 더러는 무력감에 발을 구르기도 했지만 그
때도 우리는 희망을 얘기했으며, 시시각각으로 조여오는 위기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애는 태웠지만 결코 비굴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분간했으며, 우리의 힘이 미약함
을 잘 알고 있었지만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투쟁하
지 않고 얻은 것도 별로 없고 제대로 대접받은 기억도 드물지만,
일 있을 때마다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묵묵
히 감내하며, 우리의 목표를 위해 몸을 낮춰왔습니다.
한 때 만명이 넘던 직원이 4천여명으로 줄어드는 고통속에서
어느날 왜소해진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고도 걱정보다는 투지를
불태웠으며, 함성속에 지샌 새벽 명동거리에서나 장대비가 내리는
연세대 교정, 그리고 종묘에서도 우리는 자존심을 지키고 은행을
걱정했습니다.
우리는 IBP나 선진금융기법은 잘 몰랐지만 원하는 이상 배우고
실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록 우리의 역사
와 노력이 과소 평가되어도 소리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세련되
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분장하거나 가볍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애초부터 이 은행을 추스르고 끝까지 지켜야 할
사람은 우리 자신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준비해 왔습니다.
우리에게 지난 5년은 투쟁과 인내의 역사였으며, 마음놓고 웃어
본 기억이 많지 않은 각고의 세월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은행
을 지켜왔습니다. 혹자는 엄청난 공적자금 지원에 의해 살아났다
고 하지만, 주변의 공적자금 수혜기관을 둘러보면 살아난 곳이 몇
이나 됩니까? 또한 선진금융기관의 자문과 새로운 경영능력에 의
했다고도 하지만 그 실상은 여러분이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서울은행의 간판을 내려야 합니다. 어둡고 긴 밤을 몸
으로 버텨서 막 새벽이 왔는데 숨돌릴 겨를도 없이 전혀 예상하
지 못한 길을 마주하였습니다. 그 많던 컨설팅회사는 무엇이었으
며 해외매각을 확신했던 분들은 어디 있는지, 도대체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저들은 서울은행을 얼마나 알고 IMF시대를 어
느 능선에서 경험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더욱이 마지막 합병과정에서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타의에 의해 정해진 스케줄대로 쫒기듯 휩쓸려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시너지효과를 노린 합병인지, 작금의 전략
과 대응은 적절했는지, 우리는 너무 초라하고 무질서하게 후퇴하
고 있지 않은지, 하고 싶은 말이 많으나 질문할 시기조차 놓쳐 버
린 지금, 합병과 인원감축이 버무려져 합병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
조차 못하게 만드는 그 절묘함까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경영은 완전 정상화되어 제값 받고 판다면서 MOU는 미이행되
었다고, 더욱이 합병 때문은 아니라면서 합병일에 쫓겨 다시 인원
을 줄였습니다. 솔직히 왜 줄여야 하는지 몇 명을 줄여야 하는지
명쾌한 설명도 없이 무수한 루머 속에서 희망퇴직이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선배와 동료들을 내보냈습니다. 언제나 인원감축은 이것
이 끝이라고 했고, 인원만 줄이면 정말로 걱정없이 잘 산다고 했
으며, 남는 자는 항상 떠난 자에게 미안한 것처럼 얘기하다 금방
잊었습니다. 이제 또다시 지독한 몸살을 앓으면서 이 추운 겨울
모퉁이에서 서로 눈치보며 준비없는 이별을 삭이고 있습니다. 이
잊혀질만하면 정확히 2년마다 반복되는 악순환이 우리를 너무 비
참하게 합니다.
그리고 후배와 은행을 위해 비켜 서 주신 선배들의 희생과 이
은행에 배인 자취가 퇴색되고, 청춘을 전부 바친 유일한 고향을
없애는 현장에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떠난 선배들의 마지
막 뒷모습에 투영되어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법이 없어도 살 얼굴들, 말이 필요없는 따뜻한
눈빛, 강해 보이지만 한없이 여린 가슴을 안고 사는 우리 서울가
족을 한쪽에서는 패배자로 볼지도 모르고, 출근길에 자식녀석이
서울은행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왜 하나은행으로 바뀌었냐고 물
었을 때 얼굴만 붉힐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러나 우리의 지난 5년이 의미가 있던 없던 간에 이제 하나은
행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발 물러서서 마음을 정리하고 멀리 바라
봅시다. 우리들은 타행에 비하여 과연 경쟁력이 있었는지, 여태까
지 우물 안에서 우리들만의 잣대로 작은 것에 집착하여 제자리만
맴돈 것이 아닌지, 그동안 위기를 핑계로 서로를 기슴 아프게 한
적은 없었는지, 우리는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우리의 권리를 주장
할 위치에 있는지, 독자 생존시에는 과연 승산이 있었는지, 우리
에게 합병은 그렇게 부정적인 것인지, 우리에게 미련을 버리고 새
로움을 받아드릴 용기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봅시다. 그래
서 조금은 겸손해집시다.
그리고 이번 합병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
회입니다. 이제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될 규모와 신인도를
갖추었고, 공적자금이나 부실은행의 멍에에서 벗어나 진로문제에
더 이상 가슴 졸이며 행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더욱이
눈뜨고 거래처를 빼앗기던 어려움은 해소될 것이며, 각종 규제와
주변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져 우리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제 여유를 갖고 당당하게 행동합시다. 우리는 서울은행이란 소
중한 이름을 잃었지만 역경속에서 다져온 하나된 마음과 위기극
복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싸움에서 진 것이 아니라 발전과정에
서 주도권을 잠시 잃은 것뿐입니다. 10년의 세월이 40년의 성과를
일시적으로 추월할 수는 있어도 그 전통은 베낄 수도 서둘러 쌓
을 수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바뀐 간판이 낯설고, 무심결에 서울
은행이라는 말이 튀어나와 우리를 우울하게 하더라도 기죽지 맙
시다. 우리는 지난 5공 시절 TBC 동양방송이 KBS에 흡수되기
전날 고별방송을 하면서 통곡하던 TBC 아나운서가 다음날 아침
KBS에서 당당하게 뉴스를 진행하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제 집을 허물거나 제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우는 범하지 맙시다. 하나은행은 배척하거나 경계해야할 적
이 아니라 우리 집이고, 하나은행 직원은 같이 웃어야 할 우리의
가족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는 가진 능력 하에서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왔습
니다. 물론 잘잘못은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우리끼리 서로 너는
그때 어느 줄에 서서 무엇을 했느냐고 묻지 말고, 나는 못하더라
도 선배는 영웅이어야 한다고 우기지 맙시다. 입술이 없어지면 결
국 이가 시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애증의 서울은행을 우리들의 가슴속에 묻읍시다. IMF 이후
숱한 역경 속에서도 우리 스스로 은행을 살려냈다는 자부심도, 정
말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회한도 같이 묻읍시다. 그러
나 결코 잊지는 맙시다. 당신이 지난 5년간의 열정를 고스란히 간
직한다면 당신은 어느 곳에서도 벌써 승리자입니다.
이제 우리들만의 서울은행 시대를 마감하고 또 다른 기회의 하
나은행 시대를 엽시다. 그곳에서 「창의와 패기로 고객과 더불어
미래를 창조한다」는 꿈을 이어 갑시다.
이제까지 익숙했던 것들에서 벗어나 낯선 곳이지만 따뜻한 가슴
으로 우리 함께 다시 출발합시다. 그 곳에서 우리들의 능력을 다
시 보여 줍시다.
나무는 엄동설한에 잎을 다 떨어뜨릴 망정 결코 얼어죽지 않고
봄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봄은 찬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