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살리기 노숙농성 열하루, 장애심사센터 단식농성 닷새째를 맞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17일 오후 이번 농성을 마무리했다.
▲17일 오전 장애심사센터에서 단식농성자들이 모여 이번 농성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투쟁을 위해 농성을 마무리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 |
17일 오전 단식농성자들은 농성장에서 회의를 갖고 이번 농성에 대해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16일 농성대표단과 보건복지부 최원영 차관과의 면담에서 최 차관이 ‘장애등급제 및 장애등급심사와 관련된 논의의 장’을 만들라는 요구를 수용하는 등, 성과를 이끌어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복지부가 과장, 국장, 차관과의 면담에서 올해 초 발표한 활동보조서비스 2년 이상 이용자에 대한 장애등급 재심사 실시 지침과 달리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기존 이용자에 대한 장애등급심사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잇따라 밝힌 것도 이번 농성의 성과 중의 하나로 뽑았다.
이는 장애등급심사로 기존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의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함에 따라 복지부가 기존 이용자에 대한 재심사를 강행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이를 유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17일 오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이 복지부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내년 장애등급심사 예산이 증액된 것은 4~6급 신규등록 장애인에 대한 심사 예산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며, 기존 이용자에 대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다시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오전 복지부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도입을 발표함에 따라 단식농성자들은 “장애등급제 폐지 요구와 맞물려, 앞으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대상자 폐지 및 본인부담금 인상 음모 저지를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투쟁의 전환을 위해 이번 농성을 마무리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단식농성자들은 이날 늦은 2시 장애심사센터 앞에서 열린 ‘기만적 장애인활동지원법 추진 저지 결의대회'가 끝날 무렵, 농성을 풀고 내려와 결의대회 참가자들과 합류했다.
▲정부가 장애인활동지원법을 발표한 17일, 장애심사센터 앞에서 '기만적 장애인활동지원법 추진 저지' 결의대회가 열렸다. |
이날 결의대회에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금호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대상자를 1급 장애인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차관과의 면담에서도 ‘더 중증인 장애인이 서비스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하는 등 1급 장애인으로 한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라고 전하고 “또한 정부의 발표대로 자부담이 최고 15%라면, 자부담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동권 투쟁의 경우 ‘이동권을 보장하라’라고 요구하면 관료들조차도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지만, 장애등급제 폐지의 경우 우선 시민들이 장애등급제에 대해 잘 모르고, 한정된 예산을 배분하려면 등급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 이동권 투쟁보다 더 어려운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하지만 장애등급제 폐지는 인간을 등급으로 갈라놓은 야만적인 가치에 대항한 근본적인 투쟁이며, 이번 장애심사센터 점거는 바로 그 시작을 알리는 촛불을 든 것”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이 촛불이 들판을 태우는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의 신원 확인 등으로 단식농성단이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 지체되자,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입구를 막고 있는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
박 대표의 발언이 끝나갈 무렵, 단식농성자들이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단식농성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을 확인하려는 경찰과 이를 거부하는 단식농성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져 모든 단식농성자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몇몇 단식농성자들은 경찰의 신원 확인 요구를 거부하고 휠체어에서 내려 계단 또는 바닥을 기어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단식농성자들이 나올 때마다 박수와 환호로 이들을 격려하며 기쁨을 나누었다.
이들이 모두 나온 직후, 단식농성자들을 대표해 전장연 박홍구 공동대표는 “우리가 활동보조서비스, 연금, 콜택시 등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등급이 매겨지면 이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등급은 뛰어넘을 수 없는 계급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이번 농성을 통해 장애등급제가 있다는 사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낸 만큼 앞으로 가열찬 투쟁을 통해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라고 강조했다.
▲단식농성자들이 나올 때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박수와 환호로 이들을 환영하고 있다. |
▲장애심사센터를 나온 단식농성자와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함께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장애심사센터 앞 노숙농성장을 정리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