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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제대로 서 있으려면 기둥이 든든해야 한다. 기둥이 불안정한 건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 척추는 인체의 기둥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척추는 튼튼하다. 이 상태를 ‘안정 척추’라고 한다. 드물지만 척추가 부실하고 불안정한 사람들도 있다. 이 상태를 ‘불안정 척추’라고 한다. 따라서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척추에는 안정 척추와 불안정 척추의 두 종류가 있다. 불안정 척추의 가장 흔한 원인이 척추전방전위증이다. 건물의 기둥이 든든해야 하는 것처럼 인체의 기둥인 척추도 튼튼해야 한다. 하지만 척추 전방 전위증에서는 기둥이 허리에서 위, 아래로 분리돼 서로 어긋난 상태다(그림 b). 대개 위의 기둥이 아래 기둥보다 앞(전방)으로 빠져 있다. 따라서 ‘척추 전방 전위증’이라고 부른다(위 그림). 척추 전방 전위증은 주로 제4번 허리뼈(요추)와 제5번 허리뼈 사이, 제5번 허리뼈와 제1번 골반 척추뼈(천추) 사이의 두 부위에서 많이 발생한다. 제4~5번 허리뼈 사이에서 발생한 경우 ‘제4~5 요추간 척추 전방 전위증’이라고 하는데, 제4번 허리뼈를 포함한 그 위쪽의 척추뼈가 제5번 허리뼈에 비해서 앞으로 빠진 상태이다(그림b). 척추 전방 전위증은 척추관협착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 질환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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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전방 전위증의 원인에 따른 분류 1. 척추 분리증과 동반된 척추 전방 전위증 척추 전방 전위증은 원인에 따라 위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척추 분리증과 동반된 전방 전위증’과 ‘퇴행성 전방 전위증’의 두 가지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굳이 척추 전방 전위증의 원인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척추 분리증과 노인성 변화의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척추 분리증이 있는 상태에서 척추뼈가 앞쪽으로 빠진 상태를 말한다. 척추 분리증은 기둥에 금이 간 상태라고 했다. 대부분의 척추 분리증 환자는 더 이상 진행이 안 되지만 간혹 더 진행하게 되면 금이 간 부위에서 기둥이 어긋나면서 척추 전방 전위증 상태가 된다(아래 그림). 만약 40대에 ‘척추 분리증과 동반된 전방 전위증’이 처음 발견된 경우 언제 척추 분리증이 발생했으며 언제 전방 전위증으로 발전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태는 대개 청소년기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청소년기에 이 형태의 전방 전위증을 발견한 경우 척추뼈가 더 앞으로 빠지지 않는지 방사선 검사를 통해 4~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관찰하는 과정에서 만약 척추뼈가 앞으로 더 미끄러질 것 같은 징후가 보일 때에는 즉시 척추유합술을 시행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 주어야 한다. 후자인 ‘퇴행성 척추 전방 전위증’은 젊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에 의해 전방 전위증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임상적으로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요통이 주 증상이고, 병이 진행되면서 다리가 저리고 아픈 척추관협착증 증세를 보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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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전방 전위증은 인체의 기둥이 어긋나서 건들거리는 상태다. 집의 기둥이 흔들거린다면 응급으로 어긋난 기둥을 바로잡고 철근 콘크리트로 보강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는 좀 다르다. 기둥이 어긋나 있는데도 별 증상 없이 지내는 사람도 꽤 있다. 평생 모르고 지내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엑스레이를 찍어 보면 척추 전방 전위증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요통을 심하게 느낀다. 나이가 50대에 접어들면 다리가 아프고 저린 협착증 증세가 서서히 나타난다. 요통만 있을 때는 그런 대로 참고 지낼 수 있는데 다리가 아픈 협착증 증세가 나타나면 참기 힘들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를 생각해야 한다. 사실 척추 전방 전위증은 척추 수술을 요하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물론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허리 디스크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약물 치료, 물리 치료 등 보존적인 치료를 한다.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허리근육 강화운동을 시도하는데, 척추 분리증에서 설명한 근육유합술(muscle fusion)의 개념은 척추 전방 전위증에서도 중요하다. 요통이 심하거나, 척추관협착증 증세가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를 생각해야 한다. 수술은 협착증으로 눌린 신경을 풀어주고(신경감압술), 서로 어긋난 척추뼈를 바로잡아 주며, 척추유합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척추관협착증에서 설명한 내용과 동일하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척추관협착증에서는 간혹 신경감압술만 하기도 하지만 척추 전방 전위증에서는 척추유합술을 하지 않고 신경감압술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불안정한 척추이기 때문에 척추유합술로 안정 척추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유합술에는 금속으로 만든 척추 내 고정 기기를 사용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척추경 나사못 기기다. 최근에는 좀더 강하게 고정하기 위해 케이지(cage)라는 사각형의 금속도 같이 사용한다(아래 그림). 허리 디스크를 비롯한 대부분의 척추 질환에서는 우선 비수술적 치료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척추 전방 전위증에서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 특히 다리가 저린 증상이 심한 경우는 처음부터 수술적 치료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기둥이 근본적으로 건들거리는 상태에서 비수술적인 치료를 해 봐야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의 기둥이 건들거리는 상태에서 집 안팎을 아무리 멋있게 장식해 봐야 소용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척추 전방 전위증에서 증상이 허리가 아프기만 한 환자라면 근육강화운동을 시도해 보지만, 다리까지 저린 경우라면 처음부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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