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26호 {경남시조}가
경남시조시인협회에서 발간되었다.
제17회 경남시조 문학강연회, 제12회 경남시조문학상 시상식,
제1회 경남메세나상 시상식, 경남시조 정기총회 및 신년회 화보 등이 실려 있다.
제12회 경남시조 문학상은 이달균 시인이 수상하였고,
수상자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이어서
회원작품이 수록되었으며,
제17회 경남시조 문학강연회 주제발표가 실려 있다.
유성호 평론가의 글 '새로운 100년. 현대시조의 미래'이다.
회칙, 주소록, 임원 명단, 편집후기를 읽으면
연간지 일독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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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내 아들은 이렇게 노래할 것이다 / 이달균(경남시조문학상 수상작)
청춘은 흘러간 음악 속에 있다네
아버지가 소파에 묻혀 조용필을 들었듯이
지금 난 비와 보아를 흔들리며 듣는다
낙동강과 두만강은 내일로 흐르고
부산항은 돌아오라 여전히 손짓하지만
난 이미 <태양을 피하는 법>*, 그 과거에 사로잡힌다.
포스트모더니즘도 풀풀대던 미래파도
겨우 십년 만에 고전이 되었다
수북이 먼지가 쌓였고 누군가는 박물관에 있다
* <태양을 피하는 법> : 가수 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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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의 시 / 이달균
태양이 걸어가 지는 곳이 중심인가
메고 온 생은 무거워 몸을 접어 누이면
저만치 세상의 기울기도 한 뼘씩 낮아진다
길 위에선 누구도 중심을 보지 못한다
갈 곳 잃은 사람들의 발자국 흩날리고
바람은 맨발로 불어와 지문을 남길 뿐
시간이 정지된 마을은 어디에도 없었다
잎새들 추락하는 세상의 벼랑 끝을
우리가 발끝으로 걸어와 아득히 지고 있나니
차라리 그대가 지상의 중심이다
일몰도 철새들도 휘파람으로 데려와
낮아진 강의 수평을 채우고 또 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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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역* / 김종길
누구나 덜컹거리는 완행열차를 말한다
간이역의 나무의자와 코스모스를 말하고
아직도 입가에 알싸한 첫 입맞춤을 말한다
한 칸 한 칸 침목을 세며 달려온 세월들
두 칸 남은 열차가 깔깔대며 달려간다
제풀에 떠나보내고 외로워지는 북천역
뻐근한 철제의자가 역무원을 일으키면
가냘픈 꽃잎 위로 햇살이 눕는다
누구든 떠나고 싶어지면 추억을 말한다
* 북천역 : 하동군에 있는 경전선의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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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운다는 말 / 서일옥
바람이 운다는 말 여기 와서 처음 알았네
창녕군 부곡면 한골부락 50번지
칠원댁 내 어머니가 여든 해나 살아온 집.
다 뜯긴 창호지 문
문살만 남은 안방
그 안방 못 잊어서
요양병원 몰래 나와
버선발 종종거리며
어둠 속을 달려온 집
모시인 양 하늘하늘 볼에 닿던 그 바람
이제는 울음이 되어 가슴에 닿는구나
이제는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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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새 한 마리 / 옥영숙
6호짜리 캔버스에 박새 한 마리 앉았다
헐거운 매화 가지에 따순 햇살 있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울지도 날지도 못한다
언 빨래처럼 묵묵히 매달린 꽃봉오리는
적요한 풍경으로 제 딴에는 간절한
숨차고 지루한 시간
꽃 밝은 잠을 자네
죽은 둥치 갈라 터진 틈새로 움트듯이
두터운 화폭 너머 하늘이 열리면
골짜기 외진 응달까지 닿는 노래를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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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조시인협회의 연간집을 받아든 첫 느낌은
매우 깔끔하다는 것이다.
제자도 디자인의 감이 살아있다.
경상남도약사회의 후원으로 문학상까지 수여한다니
열악한 우리 광주전남 지방의 시조단 현실이 다시 한번 비교되어
가슴아프다.
연간집 한 권을 내기 위해 발품을 팔던 지난 2년,
특히, 한 식당은, 100,000원을 지원하면서
마치 1,000,000원을 지원하는 생색을 내며 홀대하였다.
몇 번의 통화 끝에 겨우 광고 문안을 받아 책에 실으면서
사무국장이라는 직책이 눈물겨웠다.
정말 내 개인적인 후원금을 받는 과정이었다면
"그만두십시오."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배운 것은 있다.
줄 때는 산뜻하게, 빠르게, 전체를 주자.
그러고 싶지 않다면, 자꾸 아깝다면
아예 준다고를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