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茶香) 외 2
김 산 옥
솔향 풍기는
계사년 춘양절 맞아
지리산 기슭 악양땅에서
그대와 어울리니
마치 신선과 노니는 것 같구나
꽃빛으로 물든
지리산을 품은 차밭골에서
온 몸에 녹아내리듯
찻잔 속 흐르는 그윽한 향기
서로 입술 맞대며 그대에게 취해 본다.
그대와 나
잔 기울이며
천일품 백운황차 음미하니
흩어진 마음 한데 모이고
혀끝으로 스며드는 아릿한 다향 전신으로 퍼지네
꽃마차 타고 달리는 기분이로다
봄소식 알리는 여의도 윤중로
화사한 모습 뽐내는 벚꽃
그 고혹적인 미소 바라보니
어릴적 동심 절로 되살아나네
온 누리에 가득한 봄기운
꽃보다 아름다운 시심(詩心)에 취해
춘풍에 흩날리는 꽃길 젖는구나
벚꽃 축제의 향연장에서
애송시(愛誦詩)한 수 읊으니
응어러진 마음 살며시 녹아
그리운 님과 꽃마차 타고 달리는 기분이다.
곡우(穀雨)
하늘에서 비 내리고
땅속 물기운 올라와
온갖 미물 깨어나면서
백곡 텃밭 촉촉이 적시는 날
산비둘기 깃을 털고
정겨운 꾀꼬리 울음소리
마을 들녘에 메아리 치니
움추렸던 마음 활짝 피어나는구나
정성스런 마음으로
볍씨 담그고
온 대지 봄비로 적시니
오늘은 한해 농사 시작하는 곡우로구나
<심사평>
한국신춘문예 2013년 여름호 시부문 당선작으로 김산옥 시인의 ‘곡우’ 외 2편을 선정한다.
자연에 대한 동경과 낭만이 잘 배여져 있는 우수한 작품이다.
평소 생활 주변에서 만나는 대상을 주제로 한 세 편의 시들은 시인의 아름다운 정서가 고스란히 나타나 읽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산과 들의 정경을 떠올리게 만든다.
-백곡 텃밭 촉촉이 적시는 날/ 찻잔 속 흐르는 그윽한 향기/ 선녀라도 된 듯 환상에 젖는구나-라는 구절에서 시인의 감성과 어울리는 적절한 시어(詩語)의 선택이 뛰어나고,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어감의 배치가 눈에 띈다.
시의 기본은 서정에 있다.
이 서정시를 잘 쓰고 짓기 위해서는 평소 자연에 대한 사랑과 심미안(深美眼)적인 접근을 안하고서는 불가능하다.
대상을 직시하며, 천천히 대상의 본질을 느끼는 작업이 서정시 창작의 기초이다.
감수성이 뛰어난 시인의 눈을 통해 들어간 어떤 대상의 이미지는 시를 쓰고자 할 때 다시 되살아나 저절로 좋은 시를 짓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산옥 시인의 응모작품들은 하나같이 오랜 세월을 자연과 함께 한 문학 수련임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서정을 바탕으로 한 시(詩) 작업에 더욱 정진하여 한국 시단에서 대성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성태진, 엄원지-
<당선소감>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한파와 폭설이 몰아쳤다.
그 매서운 겨울이 지나가고, 내 가슴 속에 훈훈한 꽃바람의 계절 봄이 옴을 느끼면서 그동안 간직해왔던 글쓰기를 시작해 보았다.
평소 산을 다니면서 춘하추동 사계절 변하는 풍광에 빠져들 때마다 시상(詩想)에 잠기곤 했었다. 그때마다 자연의 소리가 내 안의 울림으로 돌아나옴을 느끼게 된 것이다.
어느덧 내 인생에도 봄이 찾아오듯, 어린 시절부터 문학적 분위기를 좋아하던 문학소녀의 꿈이 수많은 세월이 흘러 60 고개를 지나서야 비로소 내 빈자리에 싹을 틔우게 된 것이라고 할까?
이제부터는 틈틈이 생활의 여유를 갖고 시작(詩作)을 하면서,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봄을 향유(享有)하고 싶다.
앞으로 더욱 더 시 쓰기에 정진하면서 진정한 시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저의 부족한 글을 당선의 영광으로 평가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아울러 이 당선의 기쁨을 저를 아는 모든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끝으로 <한국신춘문예>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바이다.
<프로필>
충남 공주 출생/ 공주여고 졸업/ 공주여자 교육대학교 졸업/ 민주평통자문회의 서울 강남구협의회 부회장(현)/ 시낭송사랑국제교류회 부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