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와 관련된 정치사건이 터질 때마다 영문이름회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요즘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여당 대표가 검찰에 불려 가느니 마느니 말이 많다. 오늘 신문엔 굿머닝시티의 동생인지 굿머니란 회사가 수백억 원의 불법자금을 대출했다고 말썽이다.
지난 수 년 동안 '무슨 게이트'란 정치의혹 사건이 많이 터졌는데 그때마다 영문이름으로 된 회사들이 관련되어 언론에 오르내렸다. 한국 사람이 이름을 한국 말글로 짓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영문이름 회사들이 더 썩어서인가? 영문회사들의 정치 후원금은 구린내가 나고 재수가 없는 돈인가?
우리나라엔 옛날부터 이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름을 전문 작명가에게 큰 돈을 주며 짓기도 하고, 아기 이름은 집안 어른이 정성 들여 짓는다. 이름이 좋아야 출세도 하고 돈도 많이 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힘쓰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뜻도 분명치 않고 정성도 없이 미국말로 이름을 짓는 회사나 사람이 많다. 나는 이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근래에 권력과 연관된 정치사건이 터질 때마다 영문으로 된 이름을 가진 회사들이 주범이거나 꼭 끼어 있어 더욱 보기 싫다.
김대중 정권 초기 옷 로비 사건이 터져서 검찰총장과 간부를 지낸 사람이 구속되었는데 그 옷가게 이름이 '라스포'란 외국말로 된 가게였다. 그 다음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의 조카라는 박해룡이 세운 ‘아크월드’란 회사가 한빛은행에서 466억 원이란 큰돈을 불법대출해서 말썽이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처남과 검찰 간부가 구속된 이용호게이트에도 '지앤지그룹'과 그 아래 '지엠홀딩스'니 '인터리츠'니 하는 영문이름 회사들이 줄줄이 걸려 있다.
국정원 차장과 권노갑씨 등 여러 정치인을 검찰에 불려가게 한 진승현게이트 사건에도 '엠씨아이' 와 '파크뷰'란 회사가 걸려 있고, 대통령 아들을 감옥으로 가게 한 최규선게이트엔 '타이거폴스'가, 윤태식게이트엔 '패스21'이, 정현준게이트엔 '케이디엘'이, 월드컵게이트란 나라종금 사건엔 '씨씨피코리아'와 '엘지스포츠'가, 김영준게이트엔 '휴민이노텍'이란 영문으로 된 이름을 가진 회사가 오르내렸다.
근래에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을 구속시킨 사건도 '에스케이'란 영문이름을 가진 회사와 관련된 사건이고, '에스케이글로벌'은 자기 회사의 사장과 회장을 쇠고랑 차게 했다. '하이닉스'란 영문 이름회사도 망해서 구제금융이란 이름으로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날리고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영문으로 된 회사들이 계속 말썽을 일으켜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나라를 더럽히고 있다. 회사는 아니지만 멀쩡한 제 이름 대신 '와이에스'니, '디제이'니, '제이피'니 하는 영문 약칭을 좋아하던 정치인들도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김영삼 정권 때부터 세계화란 헛바람 속에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얼빠진 사람들이 판치기 시작하면서 미국말 창씨개명이 유행병으로 번졌다. 그리고 온갖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래도 좋다고 멀쩡한 우리말 회사 이름을 버리고 '케이티'니, '케이비'니, '케이앤지'니 '케이'자 돌림으로 이름을 바꾸는 회사가 많아서 답답하다. 위에서 보았듯 회사이름을 영문으로 바꾼다고 모두 잘 되는 것이 아니고 회사를 잘 경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삼성전자나 유한양행은 회사이름을 영문으로 바꾸지 않고도 회사를 잘 꾸려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영문 약칭 쓰기를 즐기지 않으니 다행스럽다. '한겨레'나 '참말로'란 신문 이름이 지저분한 영문 스프츠 신문보다 얼마나 멋이 있고 정감이 가는 이름인가!
이제 제발 영문 창씨개명은 그만 하자. 한국의 회사는 한국말글로 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이 줏대 있는 국민의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제 나라 말글로 된 이름으로 직원들과 고객에게 잘 하고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팔아서 튼튼한 회사를 만들 생각을 하자. 미국말 식으로 창씨개명은 누어서 침 뱉는 일이고 스스로 나라 망치는 일이며 겨레를 더럽히는 일이다.
영문으로 이름을 가진 회사도 좋은 회사가 있지만 깨끗하지 않은 부정부패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영문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우연스런 일이 아니라고 본다. 제나라 말글을 헌신짝 보듯이 하는 한국인이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다.
한국인, 한겨레의 얼이 빠진 사람이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주의자거나, 겉만 번지르르하게 보여서 남의 속이려는 속이 검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그런 영문이름 회사의 돈을 함부로 받지 않는 것이 좋은 듯싶다.
한 나라의 말글은 그 나라의 정신이고 근본이다. 한 겨레의 말글이 남의 나라 말글에 밀려 시들어 사라지면 그 겨레의 얼도 시들고 사라진다.
영문이름 회사 부정부패 온상인가:사람일보 - 사람 사는 세상 (sar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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