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난 후 릴케에게 두 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 첫째, 새로운 이름을 쓰게 되었으며, 둘째, 그의 서체가 변했다. 1897년 빈의 한 잡지에 릴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이름을 쓰게 되는데, 바로 루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릴케는 줄곧 이 이름을 쓰게 된다. 그 동안 릴케는 상업세계에서 주로 쓰이는 비스듬히 종이를 스치는 듯한 필체를 썼는데, 루를 만난 후에는 우아하고 유연한 루의 필체와 비슷하게 바뀌었다. 릴케의 시 세계도 더욱 원숙해져, 그는 이 무렵 초기시의 미성숙한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내 눈빛을 꺼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아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부러뜨려주소서, 나는 손으로 하듯 내 가슴으로 당신을 끌어안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막아주소서, 그러면 나의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내 뇌에 불을 지르면, 나는 당신을 피에 실어 나르겠습니다.
- 루 살로메에게 헌정한 <기도시집>의 제2부에서(김재혁 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