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봄 햇살을 이고 새싹들이 산자락부터 싹을 틔우며 산을 오른다. 이 새싹들은 지금은 어리고 여리지만 곧 나물이 되고 약초가 돼 우리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다 할 것이다.
한반도의 자생식물은 약 4,500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500종이 식용나물(산채)이며 1,200종이 약용식물로 분류된다. 산채류는 예로부터 식욕을 돋우는 반찬으로, 먹을 것이 없을 때는 구황식량으로 활용돼왔다. 뿐만 아니라 몸이 아플 때는 중요한 민간요법 약재로도 이용돼왔다.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산에는 독 성분이 있는 식물들도 많다. 유독식물을 산나물로 오인해 종종 사고가 난다. 이와 같은 사고를 피하려면 유독식물을 식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유독식물은 형태와 색·냄새가 불쾌감을 주고, 식물에서 나오는 즙도 보기 싫은 것이 일반적이다. 허물을 벗듯 싹을 틔우고 특이한 모양의 꽃과 열매를 여는 맹독성 식물 ‘천남성’과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광대싸리’ ‘고삼’ 등이 그렇다. 맛도 중요한 구분 기준이 된다.
물론 맹독성 식물은 맛을 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지만, 보통 유독식물의 맛은 혀를 찌르거나 마비시키는 등 독한 맛을 낸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만일 식용 산나물로 알고 맛을 봤는데 독한 맛이 난다면 즉시 피해야 한다. 또 유독식물은 식용식물에 비해 줄기의 수가 적은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식별방법만 숙지하고 있어도 불의의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산나물과 독초는 비슷한 경우가 많아 봄철 새싹만 보고 정확하게 구별해내는 것은 전문가도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산나물이 좋다고 마구잡이로 채취해 먹어서는 안된다.
또 몸에 좋은 산나물도 경우에 따라서는 한종류만 계속해서 먹거나 과식하면, 복통·토사·전신마비 등의 중독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식물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약하긴 하지만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02-961-2601.
김영걸〈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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