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시작된 서울국제음악제!
그 첫번째 공연인 "비상"을 다녀왔습니다!
가기전부터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짐짓 놀랐었지만 같은 돈을 내고 많이 보는 것은 역시 좋습니다.ㅎㅎ
프로그램은 벤자민 브리튼:파사칼리아/쇼팽:피협2번/윌리엄월튼:비올라협주곡가단조/슈만:교향곡4번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무려 8시에 시작해서 10시 20분에 끝났습니다. 헉헉헉
공연장에 일찍이 도착했었는데 6시즈음 리허설을 하는 소리가 새어나오는게 아닙니까!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가 조용히 앉았습니다.
슈만 3악장과 쇼팽피협 윌리엄월튼의 비올라협주곡의 리허설을 볼 수 있었는데
예당에서 열리는 Great 3B series의 베토벤 시리즈를 달리고 있는 수원시향에 대한 별로라는 평판을 몇 봤었는데
오늘의 슈만은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리허설때의 슈만 3악장은 정말이지! 어쩌면 그렇게 소리가 입체적이고 다채로울 수 있는지!
그러나 실제로 8시의 공연에서는 자리가 약간 멀어서 그랬는지 리허설때만큼의 폭발적인 음향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쇼팽 협연자인 얀 리치에츠키는 최근에 봤던 영화인 VITUS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요 아래의 천재소년! 물론 영화긴 하지만 12살이라는 나이에 슈만 협주곡으로 피아니스트로서 데뷔합니다. 영화를 보면 이 소년은 천재라서 피아노 신동이고 주식도 잘하고 연기도 잘합니다! 실제 연기한 배우도 실제로 12살의 피아노 신동이라는.. 현실에는 그리 많이 않아서인지 '천재'는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인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위의 영화속 어린 신동만큼이나 귀여운 피아노 신동이 실제 연주장에 있었으니 두두둥! 바로 쇼팽 피협2번을 협연한 얀 리치에츠키입니다.
쇼팽피협2번을 협연한 얀 리치에스키는 15살 금발머리의 매우 마르고 심약해 보이는 소년이었어요. 피아노는 힘이 세면 좀 유리한 악기인만큼 이 마른 소년이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상당히 기대가 되었었죠. 어린 나이에 먼 나라의 연주 여행에 불안했는지 내내 같이 온 엄마에게 많이 심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이었지만 연주가 시작되자 때로는 여리고 사랑스럽게 또 때로는 크게 울리는 소리를 만들어내며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죠. 어쩌면 약간은 심약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쇼팽의 이미지에 어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829년 작곡된 이 쇼팽 피협2번은 사랑에 빠진 쇼팽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그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엔 이런 말이 있는데"슬프게도 내 이상을 발견한 것 같다. 반년동안 매일밤 그녀의 꿈을 꾸지만 아직 한 번도 말을 건네보지 못했다"며 그녀를 사랑하면서 협주곡 아다지오를 작곡했다라고 털어놓았다죠. 아직 이성에 대한 사랑을 알지 못할 것 같은 15살이라는 나이에도 얀은 피아노 앞에 앉아 가볍고 사랑스러운 2악장 도입부를 매우 섬세하고 끊어질듯 말듯한 안타까운 음색으로 자아내었습니다.
본 공연에서 수차례의 커튼콜 끝에 앵콜로 쇼팽 에튜드 Op.25 no.11, 겨울바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곡을 들려주었는데
논리적이고 냉철한 감성의 폴리니의 쇼팽 에튜드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과감한 루바토와 서정적인 주제 제시가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쇼팽 정서의 서정적인 일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흔한 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늘 신선함을 주고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윌리엄월튼의 비올라 협주곡 협연자는 아브리 레비탄의 연주가 이번 공연에서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보면 위의 사진처럼 샤프한 이미지라기보다 푸근한 아저씨 이미지인데, 슈만 교향곡 리허설을 같이 봤는데 눈이 마주칠때마다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더랬죠. 거의 100일도 안되어 보이는 베이비를 한국에 같이 데려왔는데 베이비를 안고 리허설을 보는 데 어찌나 멋진 아빠의 모습인지!ㅎㅎ 리허설때는 카덴차부분은 빼고 오케스트라와 비올라가 맞추는 부분을 연습했는데, 카덴차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음악에 빠진 아브리가 중단하지 않고 연주를 계속하는것을 지휘자 김대진 선생님이 계속 쳐다보자 그제서야 음악에서 빠져나오는게 아니겠습니까! 베이비를 안고다니다가 무대에 오르자 순식간에 음악속으로 빠져버리는 모습에 왠지 정신을 좀 놓았...멋짐! 본 공연에서도 너무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1악장 끝날때 두둥실 떠올라 사라지는 두 줄의 화음! 어떻게 그런 소리를 만들 수 있는지.. 별로 비올라라는 악기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바이올린만큼 화려하지도 첼로만큼 묵직하지도 않지만 조곤조곤 얘기하는 듯한 음색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역시 수차례의 앵콜 끝에 오케스트라의 비올라들과 함께하는 비올라 합주곡을 하나 들려주었어요! 아브리와 오케 비올라간의 협주곡처럼 작곡된 이 합주곡 역시 관객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밥도 많이 먹으면 배탈난다는데 2시간 반에 달하는 긴 공연이 끝나니 머리가 좀 지끈거려왔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너무 좋았던 공연이었어요!
어찌된 일인지 어제 찍은 사진들을 컴퓨터로 옮길 수가 없어서.....ㅋㅋㅋ그냥 프로필사진 이용해서 글 써서 이곳저곳에 올렸어요! 다른 연주장면이랄지 기타 사진들은 임혜진씨, 유수련씨께서 올려주실거라 믿어요♡흐흐 부탁드려요
첫댓글 아브리가 연주한 월튼의 곡이 좋았다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두 너무 좋았어요!
물론 우리 귀여운 얀 피아노도 너무 좋았구요~~~
근데 위의 아브리 사진은 살이 많이 찌기 전인가봐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