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건본인은 1976년 6월 22일 부 XXX 모 XXX 사이에서 5남 4녀의 막내로 출생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특별히 생각한 이름이 없으셨고, 아기가 울지도 않고 순하다고 하여 XX이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하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건 본인은 호적상에 기재된 XX이라는 또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촌스러운 이름으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힘든 일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1. 이름은 제 인생 최대의 콤플렉스입니다.
저에겐 극복되지 않는 콤플렉스가 세 가지 있습니다. 나이 많으신 부모님에 대한 콤플렉스, 많은 형제에 대한 콤플렉스, 촌스러운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 이 세가지 콤플렉스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9남매의 막내인 저를 아버지 50세, 어머니 44세에 낳으셔서 어머니를 따라 밖에 나가면 손녀냐는 소리를 들을 때가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니네 엄마는 왜 할머니 같애?” 라며 물어와 난감했던 기억과, 담임 선생님마저도 “할머니가 대신 오셨니?” 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학생카드, 가정환경조사서 등에 가족사항을 적을 때 9남매라고 하면 “으이~ 9남매야?, 요즘 세상에도 9남매가 있어?, 너희 부모님은 금실이 좋으셨나보다”하며 웃으셨고 우리 부모님을 시대에 뒤떨어진 미개인 취급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행히, 이 두 가지 콤플렉스는 학년이 올라가고 철이 들면서, ‘나이 많으신 부모님을 부끄러워하면 안되겠다. 형제 많으면 좋지’ 라고 생각하며 누가 부모님과 형제에 대해서 한마디씩 하더라도 예전처럼 창피해 하거나 크게 상처받지 않고 넘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름만큼은 여전히 극복되지 못한 채 콤플렉스로 남아 지금도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제 이름은 늘 놀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이름의 ‘순’자 때문에 ‘순두부, 순풍순풍, 순대’ 이런 식의 놀림과 “야~ 이름 왜 그렇게 촌스럽냐?, 니네 엄마가 할머니라서 너 이름도 그렇게 촌스럽게 지었나봐!” 하는 놀림을 당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친구들 앞에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었습니다. 늘 이름을 말하면 놀림을 당했던 기억 때문에 이름 말하기가 두려워 점점 제 차례가 다가오면 가슴이 쿵쾅 쿵쾅 뛰고 답답하게 조여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중,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이름자체에 대한 놀림은 적어졌지만, 새 학기에 처음 친구들을 사귈 때는 예외 없이 “너 이름 무지 촌스럽다~!, 누가 지어주셨냐?” 는 질문을 늘 받아야 했습니다.
대학교 때 OT, MT등의 모임에서 제 이름을 말하면 선배나 교수님들은 “이름 참 구수하네~” 라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학기초마다 수업시간에 출석을 부를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 이름이 불려지고 그 이름에 손들고 대답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대학교 때는 누구나 미팅도 하고 싶고 이성 친구들도 사귀고 싶어하는 때입니다. 저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사귀고도 싶었지만 이름으로 인해 웃음거리가 될 것만 같아 미팅도 하지 않았고, 동아리 활동도 하질 못했습니다. 한번은 친한 친구가 소개 시켜준 자리라 용기를 내어 소개팅을 했는데, 통성명을 하는 순간에 그 분이 “고향이 시골이신가봐요? 이름이 참 그러네요.”하며 피식 웃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전 대학 생활 내내 미팅이나 소개팅 자리는 절대 나가질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제 이름에 대해서 한 번 말하는 것이지만, 평생을 이름 때문에 열등감에 사로 잡혀 살아온 저는 이름에 관해서는 작은 일에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예민해지고 짜증을 내는 등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는 2002년에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을 처음 친구로부터 소개를 받았을 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나를 또 소개해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많이 고민했지만, 용기를 내어 소개를 받기로 했습니다. 남편도 역시 제 이름을 듣고, 한마디 하겠지 했는데,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입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교제를 하다가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처음에 만나 내 이름 들었을 때, 촌스럽다는 생각 안 했어?” 그제서야 남편은 “촌스러웠지. 무슨 화전민 출신인줄 알았다야! 근데 그때 소개해준 친구가 이름에 대해서 절대 언급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아무 말도 안 했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여자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면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려 자기 이름을 잃어버리는걸 속상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이름으로 불리는 것보다 ‘XX엄마’로 불리는걸 더 좋아하고, 세탁소에 옷을 맡길 때나 DVD를 대여할 때도 제 이름대신 늘 남편 이름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은행이나, 동사무소, 병원 등에서 신상명세를 작성해야 할 경우, 필요한 다른 사항을 다 기재하고 이름을 늘 맨 마지막에 적습니다. 다른 사람이 제 이름을 보는 게 싫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살아가길 애쓰는 저를 볼 때 마다 참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번씩 콤플렉스인 제 이름을 소개해야 하고 또 불려집니다. 그때마다 제 머리 속에, ‘이 사람 속으로 내 이름 촌스럽다 생각하겠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겉으로는 의연한척하지만 속으론 이렇게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이러다 정신병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이런 고통들 때문에 저도 예명을 써볼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예명을 사용한다 해도 결국 중요한 일에는 실명이 들어가기 마련이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본명을 밝혀 더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2. 이름을 한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그로 인해 더 비참함을 느낍니다.
성이 ‘강’씨라 받침 ‘ㅇ’ 때문에 비음이 많이 섞여, 이름 ‘순’자를 ‘승’으로 듣는 경우가 많고, 이름 세 자가 모두 받침이 있어 한번 말했을 때 제대로 알아듣는 경우가 드뭅니다. 제 나름대로 용기를 내서 또박또박 말하면 “네? XXX? XXX? XXX?”하며 되묻곤 합니다. 안 그래도 이름에 자신이 없는 저에게 이렇게 몇 차례 이름 확인으로 실랑이를 하다 보면 본론을 말하기도 전에 의욕을 상실하게 됩니다.
2003년, 졸업한 대학교의 학과사무실에서 동문주소록을 발간한다고 하며 졸업생의 신상명세를 확인 중이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늘 제 이름을 한번에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의식해 버릇처럼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뒤 배송되어 온 동문주소록에 제 이름은 ‘XXX’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전(前) 직장에서 홈페이지 광고관리 매니저 업무를 담당했을 때, 사이트에 광고 게재 요청을 해온 업체의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광고에 필요한 자료들을 받는 일이 아주 많았습니다. 업체 담당자와 통화를 하다 실컷 이름을 알려줘도 보내온 자료 봉투에 저의 이름은 ‘XXX, XXX..’ 이런식이였습니다. 퀵 서비스 아저씨가 봉투에 적힌 이름대로 “XXX씨 퀵 왔습니다” 하며 사무실에 들어오면, 일하던 직원들은 재미있다듯 웃으며 “XXX씨! 저쪽입니다.”하며 제 자리로 안내하는 일이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올 4월에 이직해 아직 얼마되지 않은 새 직장에서도 벌써 이름을 잘못 기재한 메일을 여러 통 받았습니다.
원래 이름도 촌스러운데, 그 이름마저도 제대로 불러주지 않고 더 이상한 이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자꾸 반복되면서 저는 더욱 더 비참함을 느끼고, 수치심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3. 이름이 첫인상과 제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할 때 면접을 보러가 면접관이 “하는 일은 참 세련된데, 이름은 직업에 참 안 어울리네요” 하며 던진 말에 저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며 그날 면접을 망치고 너무 속상해 집에 와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직업은 웹디자이너입니다. 디자이너라고 하면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이 있는데, 제 이름을 말하면 디자이너로서의 이미지가 연상이 되질 않는다고 하고 능력까지도 평가 절하되는 경우를 경험하게 됩니다. 제 이름이 시대에 뒤떨어진 이미지를 주고 융통성이 없고 수동적일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직업인 웹디자이너의 이미지와 너무나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올 4월에 이직한 새 직장은 e비즈니스 및 IT분야 관련 컨퍼런스와 세미나를 월 3~4회씩 주최하는 회사입니다. 메인 업무인 웹디자인 외에 세미나 기획 및 강사 섭외 업무도 저에게 아주 비중있게 맡겨졌습니다. 국내 e비즈니스 IT분야 전문가들을 강사로 섭외하는 업무라 한 달에도 10여분 이상을 새롭게 만나 제 이름을 말하는데, 늘 스트레스를 받으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나이를 모른 채 이름만 보고,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으로 오해해 무안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4. 아버지 이름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 아들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저의 아버지는 강 XX자를 쓰십니다. 학생 때, 성적표나 가정통신문 등에 적힌 아버지 이름을 보고 친구들이 웃기다며 놀렸고, 가끔은 선생님 마저도, “여덟 개의 바위? 이름 참 특이하시다" 이런 식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지 이름도 이상하고, 제 이름도 이상하게 지어놓은 부모님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이제 제 아들이 학교에 가 제가 어렸을 때 겪었던 그 놀림과 수모를 당하여 “엄마 이름은 왜 이렇게 촌스러워?”하며 물어올 땐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이제 조금씩 말을 배워 엄마 아빠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아빠 이름, 엄마 이름을 가르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저의 촌스러운 이름을 엄마이름이라고 가르쳐 주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개명할 이름으로 아들에게 당당하게 엄마 이름을 가르쳐 줄 수 있기를 너무도 간절히 간절히 원합니다.
5. 인터넷 실명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껏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는 실명으로 회원가입은 하더라도 그 안에서 닉네임을 사용하여 실명을 굳이 밝히지 않고도 자유로이 정보를 얻고 의사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인터넷으로 인해 파생된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점차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추세입니다. 아직 정부에서 실명제를 의무화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일부 포털의 게시판이나 카페 등에서 실명으로 활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입한 카페에서도 실명을 사용하겠다고 하는 공지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제 온라인마저도 실명사용을 의무화해 밝히고 싶지 않은 이름을 밝혀야만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속이 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저는 어릴 적부터 많은 콤플렉스에 시달려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는 제가 죽을 때까지 극복하지 못할 콤플렉스가 될 것 같습니다. 30년 동안 이름 때문에 놀림거리가 되고, 그 놀림 때문에 수치심과 열등감이 깊어지고, 결국 피해의식마저 생겨 낮은 자존감으로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좋은 소리도 한 두 번이라는데, “이름 촌스럽다”는 소리를 30년 동안 듣고 살아온 저의 고충은 말로다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앞으로도 계속 듣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직장생활을 하며 저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적극적인 자세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앞에서 당당하게 저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한 아이의 엄마로써 아들 앞에서 당당하게 엄마의 이름을 말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이름 때문에 위축되는 제가 되기 싫습니다.
재판관님, 부디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개명을 허가해 주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정말축하드려요. 저두 촌스런이름으로 접수한 상태라 이 글이 너무 와 닿네요. 제가 쓴 사유서로도 판사님이 감동을 받았음 소원이 없겠어요. 기다리는게 너무 힘듭니다ㅠㅠ
와~ 개명 축하드립니다.정말 글이 맘에 와닿네요. 전 각명소에 들려 신청하려는데, 앞이 캄캄하네요. 이번년도는 넘기지 말아야는데, 맘만 앞설뿐, 아직 준비된 것 하나없어서,, ㅠㅠ 소중한 자료 너무나 고맘습니다.
와~추카드려요..제가 바꾸려는 이름이 지원인데..반갑네요~^^..저두 개명신청 잘 준비해서 허가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오늘도 .. 개명하려는 맘을 다지며.. 너무 좋으시겠어요 ~~ 저도 어서어서 준비해서 개명허가 났음 좋겠어요
정말 축하드리구요..전 이번주에 신청할껀데 정말 큰 도움이 될것 같아요..
증말 증말 축하드려요~^^* 저두 7남매 중에 막내구..정말 님하구 넘 같아요..넘넘 축하드려요.. 이제 부터라두 더욱더 행복하게 사세요~~^^*
퍼가도 되나요? 퍼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