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일이 내일로 다가 왔다.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되어 제법 성공을 거둔 모양이다.
민주국가에서 투표권의 행사는 매우 중요하기에 사전투표에 이어 내일 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잘 행사하기를 바란다.
종전 공직선거법에서도 “공무원·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거나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보장하여 주지 않은 경우 처벌조항은 따로 두지 않았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제10조(공민권 행사의 보장)에서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公民權) 행사 또는 공(公)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그 권리 행사나 공(公)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청구한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제110조제1호).
그런데 만일 근로자 등이 일을 내팽개치고 투표를 하고 올 경우에도 이를 휴업이나 휴무로 보지 않도록 하였는데 그 의미는 무단휴업, 즉 근로제공의무의 일방적 불이행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에 유급휴일과 같은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공직선거법 금년 2월의 개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전투표제도를 규정하였다.
제6조의2(다른 자에게 고용된 사람의 투표시간 보장) ① 다른 자에게 고용된 사람이 사전투표기간 및 선거일에 모두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고용주에게 청구할 수 있다.
② 고용주는 제1항에 따른 청구가 있으면 고용된 사람이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여 주어야 한다.
③ 고용주는 고용된 사람이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선거일 전 7일부터 선거일 전 3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 사보, 사내게시판 등을 통하여 알려야 한다.
아울러 과태료 조항을 보완하여 제6조의2제2항을 위반하여 투표시간을 보장하여 주지 아니한 자에게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였다(제261조제3항).
그러니까 근로자는 사전투표기간(선거일 전 5일부터 2일 동안 : 제148조제1항)이든 선거일이든 어느 한 쪽을 택하여 휴무를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이를 보다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벌칙을 둔 것인데, 문제는 징역 내지 벌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과의 관계이다. 행정질서벌과 행정형벌은 별개라고 한다면 이중처벌도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투표권 행사 보장이 중요해도 사용자에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며 그 중 임의로 하나만 처벌할 경우 제재권 입법남용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 하나 신설된 제6조의2제1항의 취지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생겼다.
금년처럼 사전투표기간이 금요일과 토요일에 걸친 경우 토요일은 근로자가 당연히 쉬는 날로 되어 있다면 이 날을 이용하여 투표를 하도록 하고 선거일에는 근무를 하도록 해도 된다는 지방선관위의 유권해석이 있었는데, 이에 대하여 재해석을 요구하자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기간에 근무하지 아니하는 휴무일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사전투표를 하지 아니한 피고용인이 선거일에 투표하려는 때에는 「공직선거법」 제6조의2는 적용되지 아니하나, 이 경우에도 고용주는 같은 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피고용인의 투표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여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함”이라고 해석하였다(2014.6.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회답).
매우 궁색한 답변이지만 이러한 문제를 의식하지 못하고 입법을 강행한 중앙선관위와 국회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선거법은 다행히도 내가 근무한 법제처에서는 거의 관여를 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기에 이번 개정에서도 책임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
아무튼 이러한 규정들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이 될 것이고 입법권의 남용이라는 비판의 소지도 있지만 선거는 민주국가를 유지하는 기본적 요소이기에 과잉입법이지만 강조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근로자들이 청구하기 전에 투표를 하도록 권장하기를 바란다.
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로 지정하였기에 관공서와 공공기관들은 대부분 휴무하지만 근로기준법상의 휴일은 아니기에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선거일(이 경우 보궐선거 등도 있으므로 규정을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에 휴무한다는 규정이 있지 않는 한 출근의무가 있다.
이날 휴무한다는 조항을 두더라도 이를 유급으로 할 것인지 무급으로 할 것인지를 정하여야 하는데 무급으로 한다면 위에서 본 중앙선관위의 해석처럼 혼란을 빚을 수 있기에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문언도 유급휴일로 한다는 점을 명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향토예비군설치법에서는 예비군 훈련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제15조제8항에서는 “제10조를 위반하여 예비군대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제10조(직장 보장) 다른 사람을 사용하는 자는 그가 고용한 사람이 예비군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을 때에는 그 기간을 휴무로 처리하거나 그 동원이나 훈련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민방위기본법 제27조(직장 보장)에서는 “타인을 고용하는 자는 고용하는 자가 민방위 대원으로 동원되거나 교육 또는 훈련을 받은 때에는 그 기간을 휴무로 하거나 이를 이유로 불이익이 되는 처우(處遇)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36조제3호에서는 “제27조를 위반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도록 하였다.
이는 투표권 보장과 마찬가지로 국가경영에 필수적인 사항에 대하여 사용자 입장에서 감내하여야 할 부분이며 근로기준법 제10조의 내용 중 “ 공(公)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에 해당하지만 이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하여 규정을 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법제처 선배들은 이 경우 형량에 세심한 주의를 한 것으로 보이며 민방위훈련은 예비군훈련보다 덜 중요하다고 보아 근로기준법보다 벌칙을 약화한 것으로서 집행에서는 민방위기본법을 적용하게 될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10조와 관련한 공의 직무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은 소송에서의 증언을 위한 출석이라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303조(증인의 의무)에서는 “법원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311조(증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의 과태료 등)제1항과 제2항에서는 “①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 법원은 결정으로 증인에게 이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명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②법원은 증인이 제1항의 규정에 따른 과태료의 재판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결정으로 증인을 7일 이내의 감치(監置)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였다.
민사소송법은 증인 자체의 출석을 강제하는데에만 관심이 있고 사용자에게는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았는데 이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10조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증인 출석으로 인한 시간에 대하여 휴무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어 사용자는 이를 무급처리하여도 된다고 보아야 한다(무노동 무임금의 민법상의 원칙에 따라).
비슷한 문제가 징병검사라 할 수 있다. 병역법에서는 이에 관하여 향토예비군설치법 등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병역의무 이행과 관련하여서는 헌법 제39조제2항에서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병역법에서는 병역의무이행기간은 근로관계의 중단으로 보아 사용자에게 복직의무 등을 부과하였을 뿐이고 임금지급의무 등은 당연히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징병검사는 일시적인 근로제공 곤란사유이며 국방의 의무 이행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이에 대하여서도 최소한 공직선거법과 유사한 규정을 두어 임금지급은 보장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향토예비군이나 민방위도 넓은 의미에서 병역의무 이행이지만 일시적인 근로제공 중단으로 보아 임금지급까지를 강제하고 있는데 법리적으로 임금지급까지는 필수적 요소가 아니지만 정책적으로 둔 규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근로기준법 제10조 하나만 가지고도 여러 법률에서 다양한 관련 규정들을 두고 있는데 입법사무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게 해 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 - 공직선거법 제6조 제3항에서‘타인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명부열람 또는 투표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하여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선거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유급으로 처리함이 타당하다고 해석됨.
( 2006-05-29 임금근로시간정책팀-11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