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ASD 아이들을 양육하며 살아가지만 '애착'이란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이 덕목이 아예 작동을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작동하는 아이들보다 아예 작동이 안되는 아이들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도 저와 함께 살아가면서 엄마와 애착관계가 잘 되어있구나 라고 느꼈던 아이는 놀랍지만 단 한 명!
벌써 일반초등 3학년이 된 애제자 Y는 초등 입학 전 2년 반을 저하고 살았는데요, 그 녀석조차 부모와의 애착관계에 형성되어 있다고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녀석은 저하고 애착관계 형성이 꽤 잘되서 함께 살아가는 2년반 동안 애정을 듬뿍 줄 수 있었고 지금도 이 녀석은 집에서도 저를 자주 거론하고 있다고 합니다.
행동으로 보여지는 전두엽 능력에 비해 완이녀석도 참으로 신기한 점이 저에게 애착을 진하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준이보다도 훨씬 끈끈해 보이는 녀석의 애착관계는 외부에 나가보면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별로 사람의식하지 않고 제 멋대로 행동하는 듯 하면서도 제가 눈 밖에 있으면 반드시 찾아서 옵니다.
일전에 섭지코지 산책길에서도 아이들 먼저 출발시킨 후 옥수수사기위해 완이를 준이한테 잠시 맡기고 다녀왔더니, 완이가 없어져버려 혼비백산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를 찾아서, 가던 산책길에서 준이를 뿌리치고 되돌아서 내려온 것이었죠. 근래에는 애정표현보다는 혼내는 일이 많아서 저를 좀 두려워하고 경외시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강하게 애착을 보이는 듯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들면서 아주 신기하게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지독히도 전두엽 기능이 먹통이었던 과거의 기숙생 안이와 유사한 점이 꽤 많으면서도 이 점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거의 6-7년을 평일 함께 살았지만 끝내 만들어지지 않던 안이와의 애착관계.
'애착'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정의하는 애착이란 '그 사람 아니면 안되는 대체불가의 끌리는 힘이 있는 관계. 편안하고 마음든든한 신뢰가 늘 바탕이 되는 관계. 어떤 기대를 해도 성취될 것같은 무소불능의 착각관계'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애착이 집착으로 자주 바뀌곤 해서 사회문제화되곤 하지만 애착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중요하게 작동해야 하는 호르몬이 있습니다.
바로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인데 옥시토신은 도파민 세로토닌처럼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로 역할을 하고 (뇌신경망을 가로질러 역할을 한다는 의미), 기타 인체에서는 혈액을 타고 각 내부영역에 호르몬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에서 설명하듯, 도파민(붉은색)은 뇌에서만 작동하지만 옥시토신(연두색)은 뇌에서도 작동하지만 다양한 신체 곳곳에서 그 역할을 하게 되어있습니다.
사람 간의 유대관계를 끈끈하고 애정넘치게 연결해주는 이 옥시토신이란 물질 역시 전두엽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불행한 사실! 그렇다보니 자폐아이들이나 ADHD아이들이 엄마와의 진정한 애착조차 못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앞에 도파민 보상기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직설적인 감정정보를 담당하는 변연계의 측두엽과 이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전두엽의 원활한 소통이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는데요, 옥시토신 역시 같은 원리로 작동됩니다.
이러니 어쩔 수 없이 인위적인 애정관계라도 만들어 가야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이런 애정관계 형성에서 요령이 없으면 결국 아이와 나 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옥시토신이 애착관계에서 필수적으로 작동해야 되는 이유는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끌림과 신뢰를 관장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입니다.
옥시토신이 작동되는 관계형성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스킨쉽 너무 중요합니다. 진정한 애정을 표현하는 손잡기, 끌어안아주기, 머리 등 다독여주기 등과 같은 잦은 스킨쉽은 옥시토신을 내뿜게 합니다.
● 자주 눈빛교환하기 너무 좋습니다. 비록 1-2초 짧게 마주치고 지나갈 지라도 최대한의 애정과 미소를 담아서 보내주는 것을 틈나는대로 해주어야 합니다. 저는 태균이와 하루에도 몇 번씩 눈을 마주하고 미소를 주고받습니다.
● 감각정보를 만족시켜 주어야 합니다. 비록 혼내고 꾸짖는 때도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좋게보여지는 모습, 애정담긴 목소리, 그리고 미각의 만족은 옥시토닌을 팡팡 내뿜게 합니다.
함께 살아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요리하는 모습을 아주 좋아합니다. 미각만족 경험이 클수록 더욱 그렇게 됩니다. 완이가 제게 그토록 혼나면서도 애착을 보이는 것은 먹는 것에의 만족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서 완이는 제게 기대하는 바가 확실하고 거의 그 기대가 만족되기 때문에 완이에게 저는 필요한 사람인 것입니다.
● 활동 결과가 즐거워야 합니다. 아이들 데리고 혹은 아이만 참가시키는 개별 활동일지라도 결과가 즐겁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개별치료로 많은 시간을 뺑뺑이 돌리는 아이일수록 세월이 지나보면 거의 도움이 별로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즐겁지 않으나 필요해서 해야하는 활동이나 교육은 전두엽 기능이 전면에 나서서 감수해주어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작동될리는 절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너무 즐거웠네~~라는 기분은 전두엽을 마구 공략해 줄 수 있습니다.
● 아이판단이나 요구에 따라 무조건 따라주는 것은 뇌물질들을 자극해주지 못합니다. 전두엽이 미숙한 상태의 판단이나 요구는 당연히 동물적 보호의식이 우선되는 자기방어적 자기자극추구적 행동들이 대부분입니다.
무턱대고 사람에게 안기고 늘 신체적 접촉을 버릇처럼 하던 완이의 행동들을 제지하고 각자 공간에 대한 거리둠을 계속 실행하자 오히려 필요할 때 손잡기, 머리쓰다듬어주기와 같이 의미있는 옥시토신 가동 신체언어들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등산길에 손을 꼭 잡고 손길 하나에도 애정과 관심을 마구 전달해볼 수 있으며 그 맛을 느껴갈수록 옥시토신 가동이 더욱 원활해 집니다.
제가 언급할 것들 상당수가 아래 그림에 다 설명되어 있습니다. 손잡기, 안아주기, 맛있는 요리해주기 오늘부터 바로 실천하세요^^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