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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8구간(큰재-민영봉-웅이산-용문산-무좌골산-들기산-금산-추풍령)
1.일시: 2018년 4월 13일 금요일~ 14일 토요일
2.참가인원: 전과동
3.날씨: 하고많은 좋은 날씨를 요리조리 피해, 하필이면 비오는 날을 골라 굳이 우중산행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고?
일정을 맞추느라 잡은 날이 비올 확률이 90%다. 90%라면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건데, 봄비는 농사에는 금싸라기지만 등산에는 그야말로 쥐약이다. 환절기에 내리는 비는 눈보다 더 위험하다. 저체온증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도 계속해서 비를 맞은 관계로 겉옷이며 속옷이 다 젖어 체온 조절하는데 애를 먹었다. 덕분에 눈물 젖은 빵이 아니라 콧물 젖은 빵을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먹었다.
4.산행 거리 및 시간
트랭글 어풀이 업그레이드 된 그림인데 이전 그림보다 더 허접한 것 같다. 정작 보여줘야 할 사항은 안나오고 엉뚱한 그림이 튀어나온다.
업그레이드 되어 새로 보여주는 그림인데, 어디가 어딘지 갔다 온 사람조차도 모르겠다. 미흡한 상태에서 그냥 기기에 적용했나 보다!
악천후를 감안하면 우리가 이 구간에서 할애한 10시간은 매우 양호한 시간이다. 우비를 타고 내린 빗물은 여지없이 등산 바지를 적시고, 급기야는 등산화까지 침범하는 사태에 이르러, 등산화 바닥이 찬 빗물에 찰랑일 지경이었다. 비바람 몰아치는 능선길, 그러나 함초롬하게 빗물에 젖어 활짝 핀 진달래가 우리의 고뇌에 찬 산행길을 위로해 주었다.
상주 천지연 찜질방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그리 심하게 비는 오지 않았는데,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굵어지며 몸을 윽박지른다. 찜질방에서 언듯 깨어 창 밖을 봤을 때는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고생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이다.
촉촉해서 좋기는 한데, 보기만 좋을 뿐이다! 상상과 현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곳곳에 지뢰를 묻어놓고 있다!
우리의 안빈낙도 회원들은 비가 오거나 말거나 소 닭 보듯이 나몰라라 하며 이빨을 까고 있다.
외면하면 비가 안 오냐?
그냥 비를 맞고 갈 수준이 아닌 걸 파악하고는 부랴 부랴 우비를 챙겨 입고는 대장정에 나선다. 비맞은 꽃들이 한결 밝은 빗깔들을 뽑내고 있다!
큰재 출발 시간 오전 6시 40분.
첫 봉우리인 민영봉에 도착하니 비바람은 드세지고 빗방울이 한층 굵어진다. 이때까지는 갈만 했는데 우비를 타고 내리는 빗물은 대비를 못했다. 그나마 영하의 날씨가 아닌게 다행이지만, 등산화로 들어가는 찬 빗물은 어이할 것인가?
국수봉은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 가운데 있어 부쳐진 이름이고 옛부터 이지역에서는 웅이산으로 불려진 것 같다. 해서 지역 민원을 수렴하여 국토지리원에서 2012년 5월 경에 웅이산으로 최종 고시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국수봉이 아니라 웅이산으로 불려야 마땅할 것이다. 곰의 귀를 닮았다 하고, 이곳에 웅신당이 있어 제사도 지냈다고 하니 웅이산이 제 이름을 찾은 듯 하다.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비바람에 사투를 벌이면서 지나 온 등로길이다.
얼굴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젖어드는 속옷과 바지는 지금부터 주장하고 있다!
이래도 계속 갈래 하고...
나의 우비는 근 삼십년이 다 된 것이라 우비의 구실은 못하고 기껏해야 밥 먹을 때, 깔판 정도의 역할 밖에 못하는 물건이지만 지금은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한방울의 물도 막아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이참에 우비를 개비해야 할 것 같다. 부실한 우비 덕분에 나는 이미 발바닥이 철퍼덩 철퍼덩거린다.
게다가 하염없이 찝찔한 국물이 입으로 들어가는데, 이런 날씨에 땀은 아닐 것이고 눈물도 아닐 것이며, 나올 곳이라고는 콧속 밖에는 없는디...
쌀쌀한 날씨에 안면이 얼얼하게 마비되어 하염없이 간이 밴 국물이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가지명위원회에서 2012년 5월에 웅이산으로 고시했다는 내용이다.
바바람은 몰아치지 배에서는 뭘 달라고 아우성치지 먹을 장소는 마땅치가 않지, 어디서 먹을 것인가?
빵을 한입 베어 물면 간이 밴 콧물이 자동적으로 빵에 묻어 삼삼한 맛을 낸다.
콧물에 젖은 빵을 먹어나 봤어?
이런 작태를 비웃기라도 하듯 진달래는 한껏 귀를 기울이고 우리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기껏 배 채우려고 숨은 곳이 하늘이 뻥뚫린 바위 뒤, 어느곳이건 우리가 편안하게 인생고를 해결할 장소는 없는 것이다!
먹고 살겠다고 우리도 아우성이다!
촉촉하게 젖은 진달래의 자태!
이 사진은 '그윽한미소 의 작품인데, 명색이 카메라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나의 카메라는 접사 기능도 있건만 이런 시진이 안나온다! "함초롬하다!" 라는 표현이 정말로 딱들어 맞는 그림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작점고개에서 철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계속해서 옷은 젖어들지 비는 그칠 기미가 안보이기 때문에 작전상 후퇴를 해야할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체온을 유지할 방법이 없고 자칫하면 저체온증에 걸릴 염려도 있기 때문이다.
용문산이란 지명의 유래는 1800년 무렵 박송이라는 유생이 산세를 보고 중국의 용문산과 닮았다하여 붙였다고 한다. 용문산 동쪽에 있는 용문산 마을은 1940년경 나운몽 목사가 애향숙이라는 기도원을 만들었다는데, 현재는 지역 최대의 신앙촌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벗꽃의 자태!
고요한 숲속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오케스트라를 방불캐한다. 높낮이가 제각각인 후둑 후드득 툭 투툭!
높은 곳에서 직방으로 떨어지는 놈, 나뭇잎 사이로 미끄럼타며 내려오는 놈, 공력을 들여 공중에 떠다니는 작은 물입자를 포집하여 나뭇잎에 모아 다소곳이 떨어지는 놈, 이런 녀석들이 모여 모여서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것이다.
가만히 귀기울이면 이런 속삭임이 들려온다.
우중에 그나마 귀와 눈에 위안을 주는 존재들인 것이다!
무좌골산을 지날 무렵에 일단의 산행객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안내 산악회 소속으로 우리보다도 연배도 있는데 싹씩하게 우중 산행을한다. 이걸보니 갑자기 전투력이 급상승한다. 저 사람들도 우중 산행을 하는데 우리가 못갈소냐!
우리는 이미 힘든 구간을 주파한 뒤 아닌가!
작점고개에 도착하니 아까 산에서 조우했던 산악회 회원들이 작점고개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안내 산악회 후미 그룹이다.
입에 뭣인가 들어가니 얼굴들이 펴진다. '그윽한 미소' 가 싸온 육포다. 후미그룹에게 추풍령은 언제 출발했냐고 물으니 작점고개에서3시간 거리라고 한다. 그 소리에 생각을 고쳐먹고,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내쳐 추풍령까지 가기로 했다.
아닌게 아니라 여기서 도중 하차하게 되면 해골이 복잡해진다.
땜빵 구간을 가려면 또 번외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다음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니 목표대로 가는 게 남는 것이다!
돈도 남고 시간도 남고 일정도 남고 해골 복잡한 것도 풀리니,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동전 줍고, 님도보고 뽕도따고, 꿩먹고 알먹고, 발 담그고 물구경 하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일석이조, 일거양득, 일타쌍피 등등등...
나의 바지랑 등산화를 보시라! 철퍼덕 철퍼덕 젖은 옷에 또 젖은 옷, 층층히 입어도 한기는 없어지지 않는다.
웃음이 안 나올 수 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따끈한 라면 국물로 얼어붙게 생긴 뱃속을 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사야 할 막걸리를 못사고 소주로 사왔는데 날이 추워선지 입에서 거부한다. 헐! 입에서 술을 거부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번데기를 끓이다가 더운 국물을 좀더 먹으려고, 라면 국물에 번데기와 먹다 남은 김치를 들이붓고, 다시 끓이니 오묘한 맛이 난다.
라면 국물로, 잡탕 국물로, 마지막에는 엷게 탄 커피 국물로 삼차에 걸쳐 내장을 공격하니 한기가 그제서야 가신다.
이제 사물도 제대로 보이고 극강의 전투력을 회복했다. 그러는 사이에 점차 비가 잦아들고 있다.
연분홍 엷게 입은 흰색의 투명한 피부, 다소곳이 숨긴듯 나투는 노오란 암수 수술대랑 자줏빛 꽃받침대, 힘차게 약동하는 파아란 줄기, 어찌 이 아름다움을 말로 다 표현할까?
너무 힘주지 말거라! 똥 나올라!
조팝나무!
등산로 옆에 희한한 나무가 있어 찍어보았다!
누가 나무 사이에 바위를 꽂아 놓은 것 같이 박혀 있다!
혼자서는 들수 없는 무게의 바위를 누가 올려 놨을까! 산신령이 장난을 쳐놨나? 아니면 위에서 바위가 구르다가 나무위에 얹힌건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비와 어우러진 파란 녹색의 향연!
여기 저기서 봄의 아우성이다!
뭣이 그리 궁금한지 배 밖으로 삐쭉하니 고개를 내민 여린 봉우리!
가네 마네 하면서도 기어이 이곳 들기산까지 오고 말았다. 금산 거쳐 추풍령까지는 이젠 지척에 있다.
비도 잦아들고 마음속에 여유가 생기니 숲속의 새소리 바람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 속 시끄럽지 않으니 제대로 보이고 제대로 들리니 산속을 거니는 기쁨은 두배!
오직 나와 자연이 교감하는 시간!
금산의 흉물스런 모습!
국내 굴지의 철도용 궤도자갈 생산업체인 삼동흥산이 1968년 부터 경북 김천시와 영동군의 경계가 만나는 추풍령 금산을 궤도 자갈로 쓰기위해 개발하기 시작했다. 교묘하게 고속도로 방면에서는 보이질 않게 칼로 도려낸 듯이 정상 부근에서 부터 바닥까지 산을 반토막을 낸 것이다.
금산은 금수강산이라 불릴 때 금, 비단같은 산이란 뜻일진데, 지금은 그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복원도 어려운 것이 너무 심하게 훼손시켜 어떻게 손을 쓸수 없게 되어 있다. 난개발 시대에 개발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런 것부터 발벗고 원상 회복시켜 환경보호의 시금석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나무로 조림한 부분이 파먹은 원래의 금산이다.
한발만 앞으로 더 가면 머리에 구름띠를 두르게 된다. 지금 밟고있는 이 자리도 밑은 빈 공간인지 모르겠다!
으메 무시라! 얼른 이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다.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 인식체계이며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 중심 산줄기로서 총길이 약 1400km에 이른다. 백두대간은 그 가치가 매우 다양하고 중요하므로 백두대간의 개념과 가치를 유지 증진시켜 미래의 문화유산으로 후손에게물려 줄 자산이다!" 이렇게 팻말에 쓰여 있는데, 옆에 훼손된 산이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건드리지 않고 보전하는것이 온전하고 완전한 환경 보호인 것이다.
보존한다는 핑계로 이리 건들고 저리 파헤치면 역사의 죄인이 될 뿐만 아니라, 삼동흥산이 인구에 회자 되듯이 자자손손 산 흑역사의 표본이 된다.
'추풍령은 충청북도 영동군 추풍령면과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해발 고도는 221m이다.
추풍령은 예로부터 영남지방과 중부지방을 잇는 핵심지역이었으나 영남대로로 일컬어지는 문경새재에 비해 규모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조성된 경부선 철도로 인해 문경새재와 죽령, 이화령의 모든 물류가 모이게 되었으며, 이후 낮은 고도와 완만한 경사로 인해 경부고속도로와 국도등이 모두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을 지나는 유생들 중 일부는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낙방한다 하여 괘방령으로 넘는 경우가 있었다.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계 역할을 하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나 완만한 지형적인 특성상 각종 도로와 휴게소 등으로 인해 1km 이상 마루금이 단절된 지역으로 마루금과 실제 종주 노선이 상이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상은 팻말의 내용이다.
깨알같은 팻말을 찾아 읽는 사람들은 당연히 없기에 수고롭지만 옮겨 적는다.
드디어 추풍령에 도착했다. 도착시간 오후 4시 48분.
장장 10시간의 우중 산행이었다.
젖은 양말도 짜고 베낭을 정리하고 있으니 김천 택시가 온다. 김천터미널에 도착하니 선택의 여지없이 오후 6시가 막차다.
상주보다는 김천이 버스 시간이 더 많은 줄 알았다고 한마디 하니, 그말을 기다리기나 한듯 '바람'이 '경상도' 는 '경주' 와 '상주' 의 이름을 따서 붙인 만큼 당연히 상주가 더 큰도시라는 것이다!
헐 하고도 허거걱! 공부를 많이한 태가 물씬나는 '바람'!
한수 배우고 갑니다요 '바람' 님!
점심에 먹다 남긴 쇠주를 옆에 끼고 터미널 입구에 있는 오뎅집에 들러, 정확하게 종이컵에 삼등분 해서 쇠주, 아니 수면제를 오뎅과 떡볶이에 섞어 입에 털어 넣었다. 아까는 입에 그렇게 쓰더니만 지금은 입에 착 달라붙는다!
간사하고 간사한 그 이름하야 입맛이여!
김천발 동서울터미널 마지막 버스는 우리 말고 두명이 더 탔으니 전세낸 거와 진배가 없다.
젖은 옷을 말릴 절호의 찬스를 놓치겠는가? 버스기사에게 스팀 왕창틀어 달라고 신신당부하고 꿈나라로 직행함.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할 즈음 어느새 옷은 뽀송 뽀송하게 말라 있고 새로 산행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단지 한가지 놓친 것이 있으니 양말과 등산화를 말리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뒷좌석에 있던 '그윽한미소'는 이미 그렇게 하고 왔던지 등산화도 다 마른 상태다. 어느 정도는 말랐지만 아마도 발바닥이 불어터졌을 것이다.
미리 도착한 '딱선생' 이 미리 주문한 상태라 우리는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언제나 먹어도 맛이 있는 도루묵구이와 주꾸미 데침으로 저녁을 대신하니 이아니 좋을손가!
우중 산행 때를 생각하면 여기는 천국인 것이다!
'딱선생' 의 수구가 큐를 떠났다! 어렵지 않은 배치인데 과연 맞았을까요?
이 게임은 누가 누가 이겼을까요?
'딱선생' 이 심혈을 기울여 쳤건만 오늘도 간발의 차로 '그윽한미소' 가 일등을 했다. 초반에 세개를 연속해서 친 것이 승인인 것 같다.
엇비슷한 실력으로 확실한 공을 실수하거나 쉬운 공을 내주면 필패로 연결된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그것도 필패의 요인이다.
사람 사는 것이 당구랑도 닮아 있다. 욕심부린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요행도 아니니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생 아니던가!
기차 시간 때문인지 꼴찌하는 꼴이 보기 싫었던지 '바람' 은 먼저 갔고, 우리는 '그윽한미소' 의 승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2차 생맥주집으로 갔다! 물론 2차는 '그윽한미소' 가 냈다!
돈내도 좋으니 나도 일등 한번하고 싶으다 아흐!
우중 산행하느라 고생한 안빈낙도 회원 여러분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나의 집 도착시간 오전 1시
첫댓글 고생들 많았다..고생은 했지만 좋은 추억 거리가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