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제천산악회 신년맞이 산행 및 신임 회장단 인준 행사에, 충북협회
산악회 안병길 회장, 최창하 산악본부장 그리고 이택수 자연부장께서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신 배려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충북협회 산악회 신년맞이
산행을, 충주시에 위치한 보련산으로 가는데, 처음으로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오늘따라 금년 겨울 가장 추운 영하 15도에, 찬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오는
살을 에는 듯한, 혹한의 이른 아침 5시 30분에 방한복을 입고, 집을 나서니
볼이 시리어 눈만 빼꼼히 나오는 벙거지를 눌러 쓰고 버스에 오르니 안경알에
성에가 끼어 앞을 분간 못했다. 모란에 하차하여 전철 분당선으로 환승 선릉역
을 경유, 1호차 출발 장소인 사당역에 7시 30분에 도착, 대기 중인 1호차
월드컵 관광버스에 승차 하였다.
2호차와 만나는 중부고속도로 하남 만남의 광장으로 이동, 제천 산악회원
들이 승차한 2호차량에 합승하고, 이천 나들목에서 영동고속도로 접어들어,
여주에서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감곡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 제천으로
통하는 38번 국도로 접어드니,벌서 고향에 온 느낌이다.
2호차는 유명상 총무부장께서 리드했는데, 처음 참여한 회원 소개를 하는
동안, 필자는 10분의 시간을 할애 받아 예로부터 산수가 수려하여, 천혜의
자연환경과 푸른산 맑은 물이 어울어진, 청풍명월의 본향 제천의 오늘,
그리고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비련의 전설이 이어 오는 박달재의 유래에
대한 왕 수다를 늘어놓았다.
그러는 동안 출발지에서 두 시간 달려, 오전 10시경 목적지인 노은면 하남
고개에 하차,아이젠을 착용 등산 준비를 완료 하고, 좌측 아스팔트 등산로를
따라 산행은 시작 되었다.
처음부터 약간 가파른 오르내림의 능선 길을 걷다 보니, 하남고개 1.1km,
보련산 정상 1.6km 라는 이정표가 반겨주며 절벽 너머로 이어지는 능선
따라 우뚝 솟은 보련산 정상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가파른 내리막을 조금 내려가니, 완만한 오르막 능선길이 이어지는 아기자기
한 산행 코스로, 약간의 내리막을 지나면, 다시금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며,
보련산 정상을 향한 마지막 깔딱 고개의 오름이다.
산행시작 약 1시간 반이 지나서 정상에 올랐다.
보련산 정상에서니 능선은 노송군락으로 이어져 있고, 산협에 흰눈이 햇살에
반사 되어 눈이 부시어,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끝자락에 능암 온천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남한강 중류 줄기가 나지막한 산들 사이로 굽이쳐 흐른다.
그 뒤쪽에 자리한 충주시와 제천시가 날 오라고, 산 너머에서 부르는듯하다.
이 산의 능선은 아름드리 노송군락으로 이어져 있고, 정상에는 두 개의
정상표석이 있는데 하나는 노은면에서 세운 것과 다른 하나는 충주시에서
세운 것으로 나란히 이웃하고 있다. 정상에서 잠시 깊은 쉼 호흡을 하며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니, 비슷한 3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보이고, 손과 볼이
시린 칼바람에 눈보라를 맞으며, 몸은 움추려도, 등줄기에는 땀이 흐르도록
숨 가쁘게 올라온 능선이, 발아래 엎드려 있고, 나무사이로 멀리 보이는 들과
집들이 가뭇하게 보이니, 정상에 오른 성취감에, 마음도 몸도 한결 가벼우니
이런 짜릿한 맛에 산행을 하게 되는가 보다.
오늘따라 디카를 챙겨오지 않아, 핸드폰으로 정상 기념사진을 찍고, 매서운
바람 소리에,앙상한 나무 가지들은 휘파람 소리를 내는데, 햇살이 고인 남향
잔디밭에, 동그란히 둘러 앉아, 각자 준비한 간식에 정상 주 한잔씩 나누고
보니, 우리 일행이 제일 후미 그룹이 되었다. 하산은 동쪽에 낮은 봉우리
쇠바위봉을 지나, 내려오는 길은 능선을 따라, 푹신한 낙엽이 눈 속에 덮여
있고, 우측 건너편에 치솟은 국망봉도, 흰 눈으로 반쯤은 덮여 있다.
눈보라가 날리는 차가운 겨울산의 빛깔은 그토록 거칠고 차갑지만,
마음으로는 순수한 색깔을 낼 수 있어, 봄에 활짝 핀 신록의 연록색의
산 색깔을 칠하여 본다.
주능선에 이르러 이정표를 보니, 쇠바위에서 동막고개 까지 4Km의 거리지만,
평탄한 산길이 송림 속으로 이어 지고, 낮은 능선 여기저기에, 흰 눈이 덮여
있어, 겨울 산행의 묘미를 더한다. 열린 숲 사이로 능암리 온천지대가 시야에
들어와, 보련산은 그렇게 높은 산이 아니면서도,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따금씩 좁은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기이한 모습으로 뒤엉켜진 노송의 나무
가지가, 시린 바람에 흔들린다. 쇠바위봉에 이르기 직전의 남쪽 사면은 온통
바위로 되어있어, 이곳을 쇠바위봉 이라고 불렸나 보다. 바위와 소나무가 많아,
소나무 가지 사이 아래로 보이는 들판의 전경과,위로 보이는 정상능선은,
하늘에 하얀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앙상블이다.
내려오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낙엽과 눈이 덮인 구불구불한 등산로
를 걷는 것이, 즐겁고 편안하여 봄 산행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을 자아냈다.
오후 2시경 하산하여, 탄산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원가든에 자리잡고,
소주잔을 나누는 무리들도 있었다. 하산 뒤풀이로 충북의 별미 올갱이국에,
막걸리와 소주를 곁들여,즐겁고 융숭한 점심 식사를 대접 받았다. 처음으로
함께한 산행에, 안병길 회장님의 각별한 배려에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얼어
붙은 마음이 녹아 따뜻하고 포근한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 했다.
많은 도움을 주신 집행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다소곳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