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안선미/수필가
'지금 이시간이 가장 젊다’라는 말이 있다.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건강과 젊음을 유지관리하며 자신에게 철저한 많은 분들이 멋져 보이는 요즘이다. 그 분들을 뵐 때마다 삶의 지혜와 식견이 묻어나옴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멋진 분들을 인생의 모토로 생각하며 항상 배우고 반성하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이 참 행복하다.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지는 2년이 좀 넘은 것 같다. 우연히 염홍철 전 시장님의 글을 보게 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읽는 습관이 생겼다. 매일 올라오는 글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삶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고귀한 시간이 되면서 시장님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2년이 넘게 시장님의 글을 공감하다보니 이젠 시장님의 성품이나 생각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대전이라는 지역사회에 이런 분이 계시다는 뿌듯함과 긍지가 생긴다.
지난주에 대전 서구 협의회 민주 평화 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 연수가 있었다. 20대에서 80대까지 자문위원들의 연령대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특히, 이번 연수에는 자문위원 어르신들이 많이 참석하였다. 80이 넘으신 자문위원님의 쩌렁쩌렁한 말씀과 젊은이 못지않은 노래까지 그만 우리는 어느새 ‘오빠’ 라고 외치면서 손뼉을 치며 환호를 하고 있었다. 80이라는 연세가 무색할 정도로 어느 누구보다도 빠르게 해파랑 길을 다녀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새삼 실감되었다. 막걸리 한 사발 드린다고 해도 극구 사양하시며 한참 어린 나에게 먼저 배려해주시는 어르신을 보면서 겸손의 참뜻을 알게 되었고, 앞서 소개한 시장님이나 자문위원님의 예의 바르신 모습에서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또한 수필가로서의 길로 들어서게 해주신 김용복 스승님도 연세와 상관없이 ‘김용복의 우리말 우리글’이라는 제목으로 매일 중도 일보에 올바른 한글표현에 대해 자세하게 게제하시며 활동을 하신다. 가끔 쓰시는 스승님의 매서운 칼럼은 어떤 기자보다도 예리하실 때가 있다.
독일의 정치가이자 세계적인 문학가인 괴테는 ‘무언가 큰일을 성취하려고 한다면, 나이를 먹어도 청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동안 가까이에서 본 분들은 그 어떤 청년들보다도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나이가 인생의 중반을 향해가는 나에게 아름다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분들이 당연히 롤모델(role model)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반듯한 자세에 항상 한 템포 쉬면서 말씀하시는 모습까지 노후의 내 모습이기를 바랄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된다고들 흔히 말하곤 한다. 나 또한 맞장구를 치며 맞다 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하시는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 그랬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 또한 똑같은 입장이 될 것도 잊은 채...
하지만 지금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어 오히려 그런 말을 만든 누군가가 혐오스럽다. 연륜과 경륜을 무시한 젊은 사람들의 이기심에서 발로(發露)된 말이거나 아니면 겸손하신 어르신들께서 그렇게 하신 말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본인의 성향이나 아니면 관리를 잘못하여 피해 아닌 피해를 주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들이 함께 극복하고 그 당사자가 바로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일본의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는 올해 80이 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나이를 먹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며, 그것을 안 뒤에 실현해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말을 몇 번 읽으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퍼지는 짜릿함이 느껴졌다.
고령화 사회로의 속도가 빠르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현실은 노인 인구가 14%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낮은 수치이며 고령층에 속한 분들의 높은 교육 수준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큰 자산으로서, 사회전반에 걸쳐 커다란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러니 고령화의 사회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멋진 자신의 노년을 위해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미래 우리 세대들에게도 지금의 어르신들처럼 인생 멘토로, 더 나아가 조력자 역할까지 해줄 수 있을 만큼 노력해야한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