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박 사장이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조 과장, 잠깐 이리로 와 보겠나."
"사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내 친구 말이, 요즘 중소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보험을 파는데 성과가 아주 좋다고 하더군. 뭐, 보험금을 퇴직금으로 가져가면 절세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니 솔깃하지 뭐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조 과장은 혹 그 내용 좀 아나?"
"그, 글쎄요. 한번 알아보고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조억만 과장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료 요약〉
「법인사업으로 운용되는 중소기업 CEO들은 근로소득보다는 퇴직소득으로 소득처리하는 것이 세금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따라서 대표이사가 퇴직 전까지 저축성 보험에 가입한 뒤 퇴직(또는 중간정산) 시에 보험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면 개인 및 법인도 절세할 수 있고 자금운영 측면에서 유리하다.」
"조 과장. 우리는 개인기업이니 해당사항이 없어 아쉽군. 하지만 머지않아 우리도 법인을 만들면 이 부분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그렇습니다."
기업 CEO들은 왜 퇴직소득을 선호하나
기업(법인기업을 말함)을 창업한 사람들은 주주인 동시에 근로소득자인 경영자가 된다. 따라서 이들이 기업의 이익을 가져오는 방법은 다른 근로자나 주주들보다 훨씬 다양하다. 예를 들면, 근로소득이나 배당소득 또는 퇴직소득 중의 하나 또는 두 가지 이상의 방법으로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그 금액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물론 상법이나 세법 등에서 지급금액에 대해 규제를 두고 있지만 미리 이런 부분을 고려해 정비해 두면 문제가 없다. 구체적으로 정관 등에서 지급한도를 높여두면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소득에 대해서 높은 세율이 적용되어 많은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근로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은 6~38%로써 누진세율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득이 높은 층은 많은 세금을 떼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봉에서 각종 공제(근로소득공제와 종합소득공제)를 적용한 금액이 1억 원인 경우 대략적인 세금과 가처분소득은 다음과 같다. 다만, 공제를 적용하기 전의 연봉소득은 1억 3,000만 원(결국 3,000만 원이 이런 공제금액인 셈인데, 실무적으로 공제금액이 이보다 낮을 수 있다)이라고 하자.
● 세금=과세표준×세율=1억 원×35%-1,490만 원(누진공제액)=2,010만 원
● 가처분소득=1억 3,000만 원-2,010만 원=1억 990만 원
이렇게 결정된 세금이 연봉의 약 15.5%(=2,010만 원/1억 3,000만 원)을 깎아 먹어 결국 가처분소득을 줄이게 된다. 그래서 소득을 조절할 수 있는 경영자들은 근로소득으로 과세받는 것보다는 퇴직소득으로 과세받는 것을 선호한다. 퇴직소득으로 과세되면 근로소득이나 배당소득과는 다른 과세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의 1억 3,000만 원이 퇴직소득으로 과세된다고 하자. 그리고 재직 기간은 10년 5개월이다.
● 퇴직소득 과세표준
퇴직소득금액-퇴직소득공제(퇴직급여 공제+근속연수 공제)
=1억 3,000만 원-(5,200만 원+480만 원)=7,320만 원
● 퇴직소득 산출세액
앞에서 본 방법으로 산출세액을 구하면 다음과 같다.
(7,320만 원/11년)×기본세율×11년=6,654,545원×6%×11년=4,392,000원*
* 2013년 개정 세법에 따른 계산
[(과세표준×5)÷근속연수]×6~38%÷5×근속연수
=[(7,320만 원×5)÷11년]×6~38%÷5×11년
=[33,272,727원×15%-108만 원(누진공제)]÷5×11년
=8,604,000원
근로소득과 퇴직소득의 세금을 비교하면 퇴직소득이 약 1,570만 원(개정안은 1,150만 원) 작다. 근로소득을 퇴직소득으로 처리했을 때 약 78%의 근로소득세가 절감된다.
CEO의 퇴직소득 재원은 어떻게 만드는가
근로소득보다는 퇴직소득으로 처리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런데 문제는 퇴직소득은 원칙적으로 퇴직 시에 지급되어야 하는데 퇴직 때까지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이러한 배경 아래 보험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기업의 CEO를 피보험자로 하고 수익자를 법인으로 하여 보험료를 지출하게 되면 그 보험료는 기업의 자산(단, 일부는 비용)으로 처리가 된다. 이렇게 사외의 금융기관에 재원이 쌓여가므로 추후에 현금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 후 CEO가 퇴직을 하게 되면 계약자 명의를 법인에서 CEO로 돌린다. 이때 보험금으로 지급받는 퇴직금은 퇴직소득세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물론 계약자 명의가 법인에서 개인으로 바뀌었으므로 개인은 자신의 형편에 맞게 보험금을 연금 형태로 나눠 수령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은 다음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업은 퇴직금 재원을 마련하는 동안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험 등의 자유로운 입출금식 기능을 활용하며 이를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다. 시중의 상품 중 유니버셜 기능(입출금이 자유로운 기능)을 가진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① 위험보장 기능
피보험자를 대표이사 등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약관에서 규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② 퇴직금 재원의 안정적인 마련
퇴직금 재원이 외부에 있으므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만일 퇴직충당금이나 기타 계정과목으로 퇴직금 재원을 사내에 유보하는 경우에는 현금 고갈로 퇴직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③ 법인세 절세 효과
보험금을 수령하고 이를 CEO의 퇴직금으로 사용한 경우 퇴직금은 기업의 비용에 해당하므로 전액 비용처리를 할 수 있다. 다만, 임원의 퇴직금 지급한도 규정을 지킬 필요가 있다. 아래의 팁(TIP)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상과 같은 내용으로 보건대 기업의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일명 'CEO 플랜'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기업의 자금 활용법에 해당한다. 하지만 개인과 법인이 엄격히 구별되는 상황에서 법인의 자금을 개인에게 과도하게 이전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현행 세법에서는 기업의 자금유출에 대한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의 내용들을 활용할 때에는 기업의 규모, 은퇴, 현금흐름 등 재무적 상황 등 여러 가지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실익분석을 하여 대응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TIP 임원의 퇴직금 처리 방법
종업원의 퇴직급여는 사전에 사규 등에 의해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종업원과 관련한 퇴직급여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임원들의 경우에는 주주총회를 통해 그 한도가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임원 퇴직금은 언제라도 과도하게 집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세법은 종업원의 퇴직금에 대해서는 무제한적으로 이를 인정하나 임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지급한도를 두고 있다. 그리고 임원의 퇴직금 한도초과액은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편 해당 임원에 대한 상여로 본다.
• 정관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 : 그 정관에 정해진 금액(정관에서 위임된 퇴직 급여규정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이에 규정된 금액). 이 금액은 반드시 주주총회를 거쳐서 확정되어야 하며, 이사회 결의만으로는 안 됨.
• 그 외의 경우 : 퇴직 전 1년간 총 급여액×10%×근속연수
참고로 임원은 월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딱 1회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하고 있다(단, 천재지변 등 법정 사유에 해당 시는 중간정산 가능).
TIP 임원 퇴직소득 한도 신설에 따른 세금 증가
최근 소득세법에서 임원들의 퇴직소득 한도 규정을 별도로 신설하였다. 즉, 정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지급되는 임원 퇴직금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모두 퇴직소득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 전 3년간 평균급여×1/10×근속연수×3배' 내의 금액만 퇴직소득으로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임원이 근로소득에 비해 조세 부담이 적은 퇴직소득을 과도하게 적립·지급하여 조세를 회피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임원이 2006년 초에 입사하여 2015년 말까지 근무 후 퇴직금 10억 원을 받았을 경우 이 중 근로소득으로 간주되는 금액을 알아보자. 단, 2011년 말에 중간정산을 하였다면 받았을 금액은 5억 원이고 퇴사 일부터 소급하여 3년간 지급받은 연평균 급여는 2억 원이라고 하자.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먼저 한도 적용대상 퇴직금을 계산해 보자. 일단 총 퇴직금은 10억 원이고 이 중 2011년 말에 중간정산을 가정한 경우 5억 원을 차감하면 5억 원이 된다. 세법에서는 기득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2011년 말 이전에 적립된 임원의 퇴직금은 이번 개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5억 원 중 퇴직소득 한도인 2억 4,000만 원(=2억 원×1/10×4년×3배)을 초과한 2억 6,000만 원이 근로소득으로 간주된다. 참고로 앞의 괄호 안의 식에서 '4년'은 적용대상이 되는 기간인 2012년 초부터 2015년 말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이렇게 퇴직금 중 일부가 근로소득으로 처리되면 세금이 종전보다 증가하게 된다. 앞의 경우 근로소득으로 처리되는 2억 6,000만 원에 세율 38%를 적용하면 9,880만 원 정도의 근로소득세가 예상된다. 그런데 앞의 금액이 종전처럼 퇴직소득으로 처리되면 2,300만 원 정도의 퇴직소득세가 예상된다. 퇴직소득은 근로소득과는 달리 퇴직소득의 40%를 퇴직소득공제로 받을 수 있고, 퇴직소득 과세표준을 근속연수로 나눈 후의 금액에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계산을 해 보면 2억 6,000만 원에 퇴직소득공제 40%를 적용하면 1억 5,600만 원이 나오고, 이를 근속연수 10년으로 나누면 과세표준이 1,560만 원이 된다. 이에 세율 15%를 곱한 후 근속연수인 10년을 곱하면 세금은 약 2,300만 원이 되는 것이다. 2013년에 적용되는 퇴직소득세 계산 규정에 의하면 대략 2,700만 원 정도의 퇴직소득세가 예상된다.
이처럼 임원 퇴직소득 한도의 신설로 인해 근로소득세가 증가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임원 퇴직금 지급을 매개로 한 CEO 플랜 활동에 다소 제약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