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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꾸하면 된다. 칠판에 쓰고 도전한다.
2018년 제4회
중앙학생시조 암송경연대회 암송용 시조 50편
연번 | 작품명 | 연번 | 작품명 |
1 | 고매/조운 | 26 | 빛과 소금/이지엽 |
2 | 별/이병기 | 27 | 금강송/정수자 |
3 | 금강에 살으리랏다/이은상 | 28 | 영동선에 잠들다/김민정 |
4 | 달밤/이호우 | 29 | 연필을 깎다/오종문 |
5 | 봉선화/김상옥 | 30 | 강물소리 또 어쩌랴/김연동 |
6 | 아지랑이/이영도 | 31 | 완도를 가다/박현덕 |
7 | 첫눈/장순하 | 32 | 그 새/홍성란 |
8 | 삼월은/이태극 | 33 | 비 오는 날/권갑하 |
9 | 봄 오는 소리/정완영 | 34 | 나무야, 쥐똥나무/홍성운 |
10 | 강강수월래/송선영 | 35 | 봄날도 환한 봄날/이종문 |
11 | 내 사랑은/박재삼 | 36 | 길/강현덕 |
12 | 백제금동혜/이근배 | 37 | 늙은 사자/이달균 |
13 | 풍경(風磬)/김제현 | 38 | 오래된 시장 골목/박명숙 |
14 | 숲/조오현 | 39 | 쇠뜨기/박권숙 |
15 | 저물 듯 오시는 이/한분순 | 40 | 금환일식/서숙희 |
16 | 가는잎쑥부쟁이/윤금초 | 41 | 초생달/김강호 |
17 |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박시교 | 42 | 워낭소리/임채성 |
18 | 단풍물/이우걸 | 43 | 커서/이송희 |
19 | 둑방길/유재영 | 44 | 목도장 파는 골목/박성민 |
20 | 장국밥/민병도 | 45 | 해금/김남규 |
21 | 친구 생각/김일연 | 46 | 십 년을 살면서/송순 |
22 | 떡국/이승은 | 47 | 오우가/윤선도 |
23 | 친구야, 눈빛만 봐도/이정환 | 48 | 이화에 월백하고/이조년 |
24 | 구절초 시편/박기섭 | 49 | 한산섬 달 밝은 밤에/이순신 |
25 | 서귀포 바다/오승철 | 50 | 동짓달 기나긴 밤을/황진이 |
1고매
-조운
매화 늙은 등걸 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
2별(중학교 교과서 수록)
-이병기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 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 게요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3금강에 살으리랏다(교과서 수록 작품)
-이은상
금강에 살으리랏다 금강에 살으리랏다
운무 데리고 금강에 살으리랏다
홍진에 썩은 명리야 아는 체나 하리요
이 몸이 쓰러진 뒤에 혼이 정녕 있을진대
혼이나마 길이길이 금강에 살으리랏다
생전에 더럽힌 마음 명경같이 하과져
4달밤(고등학교 교과서 수록)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 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5봉선화 (중학교 교과서 수록)
-김상옥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 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보듯 힘줄만이 서누나
6아지랑이(중학교 교과서 수록)
-이영도
어루만지듯
당신
숨결
이마에 다사하면
내 사랑은 아지랑이
춘삼월 아지랑이
장다리
노오란 텃밭에
나비, 나비
나비, 나비
7첫눈
-장순하
산으로 난 오솔길
간밤에 내린 첫눈
노루도 밟지 않은
새로 펼친 화선지
붓 한 점 댈 곳 없어라
가슴 속의 네 모습
8삼월은
-이태극
진달래 망울 부퍼 발 돋음 서성이고
쌓이던 눈도 슬어 토끼도 잠든 산 속
삼월은 어머님 품으로 다사로움 더 겨워.
멀리 흰 산이마 문득 다금 언젤런고
구렁에 물소리가 몸에 감겨 스며드는
삼월은 젖먹이로세 재롱만이 더 늘어.
9봄 오는 소리(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정완영
별빛도 소곤소곤
상추씨도 소곤소곤
물오른 살구나무
꽃가지도 소곤소곤
밤새 내
내 귀가 가려워
잠이 오지 않습니다.
10강강수월래(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송선영
어쩔거나, 만월(滿月)일래 부풀은 앙가슴을
어여삐 달맞이꽃 아니면 소소리래도……
목 뽑아 강강수월래 청자 허리 이슬 어려.
얼마나 오랜 날을 묵정밭에 묵혔던고
화창한 꽃밭이건 호젓한 굴헝이건
물오른 속엣말이야 다름없는 석류알.
솔밭엔 솔바람 소리 하늘이사 별이 총총
큰 기침도 없으렷다 목이 붉은 선소리여
남도(南道)의 큰애기들이 속엣말 푸는 잔치로고.
돌아라 휘돌아라 메아리도 흥청댄다
옷고름 치맛자락 갑사(甲紗) 댕기 흩날려라
한가위 강강수월래 서산마루 달이 기우네.
11내 사랑은
-박재삼
한빛 황토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춰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12백제금동혜
-이근배
생전에 짚신 한 켤레 못해드린 울 엄니
쉰 해 전 먼저 떠난 지아비 찾아가시는 길
어쩌나 신발 못 챙겨드리고 이리 늦게 땅을 치면.
김메랴 나무하랴 벗은 발로 사시더니
멀고 먼 돌 가시밭길 신 없이도 어이 가셨나
머리올 다 삼아드려도 풀리잖을 이 뉘우침
눈부셔라 천오백년 잠을 깬 백제 금동혜
황룡이며 귀면이며 그물 짜낸 저 솜씨 좀 봐!
그 옛날 그 사랑 보면 나는 지푸라기도 아니지
13풍경(風磬)
-김제현
뎅그렁 바람 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卍燈)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14숲(중학교 교과서 수록)
-조오현
그렇게 살고 있다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산은 골을 만들어 물을 흐르게 하고
나무는 겉껍질 속에 벌레들을 기르며
15저물 듯 오시는 이
-한분순
저물 듯 오시는 이 늘 섧은 눈빛이네
엉겅퀴 풀어놓고 시름으로 지새우는 밤은
봄벼랑 무너지는 소리 가슴 하나 깔리네
16가는잎쑥부쟁이
-윤금초
골 깊은
새벽잠
깬
푸른 고요 하늘 이고,
은입사
실구름 무늬
태산의 무게
받쳐들고,
낮벌레
울음밭 흔든
꼬리 짧은
저 메아리.
17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박시교
그리운 이름 하나 가슴에 묻고 산다
지워도 돋는 풀꽃 아련한 향기 같은
그 이름
눈물을 훔치면서 되뇌인다
어머니
18단풍물
-이우걸
가을에는 다 말라버린 우리네 가슴들도
생활을 눈감고 부는 바람에 흔들리며
누구나 안 보일 만치는 단풍물이 드는 갑더라.
소리로도 정이 드는 산개울 가에 내려
낮달 쉬엄쉬엄 말없이 흘러 보내는
우리 맘 젖은 물속엔 단풍물이 드는 갑더라.
빗질한 하늘을 이고 새로 맑은 뜰에 서보면
감처럼 감빛이 되고 사과처럼 사과로 익는
우리 맘 능수버들엔 단풍물이 드는 갑더라.
19둑방길(중학교 교과서 수록)
-유재영
개오동 밑둥 적시는 여우비도 지났다
목이 긴 메아리가 자맥질을 하는 곳
마알간 꽃대궁들이 물빛으로 흔들리고
빨강머리물총새가 느낌표로 물고 가는
피라미 은빛 비린내 문득 번진 둑방길
어머니 마른 손 같은 조팝꽃이 한창이다
20장국밥
-민병도
울 오매 뼈가 다 녹은 청도 장날 난전에서
목이 타는 나무처럼 흙비 흠뻑 맞다가
설움을 붉게 우려낸 장국밥을 먹는다
5원짜리 부추 몇 단 3원에도 팔지 못하고
윤사월 뙤약볕에 부추보다 늘쳐져도
하교 길 기다렸다가 둘이서 함께 먹던…
내 미처 그 때는 셈하지 못했지만
한 그릇에 부추가 열 단, 당신은 차마 못 먹고
때늦은 점심을 핑계로 울며 먹던 그 장국밥
21친구 생각(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김일연
등나무에 기대서서
신발 코로 모래 파다가
텅 빈 운동장으로
힘 빠진 공을 차 본다
내 짝궁 왕방울눈 울보가
오늘 전학을 갔다
22떡국
-이승은
살펴 자란 마디들이 이러구러 늘어나서
설날 차례 상에 한 그릇 담겼습니다
고명이 명치에 얹힌 듯 첫 술부터 뜨겁습니다
못다 그린 풍경으로 둘러앉은 밥상머리
엇비슷한 얼굴들의 희망 같은 숟가락질에
다초점 렌즈의 나이 미끄럽게 넘깁니다
23친구야, 눈빛만 봐도(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이정환
봄이면 꽃피는 소리
두 귀는 듣는단다
겨울날 눈 내리는 소리
두 귀는 듣는단다
친구야, 눈빛만 봐도
네 마음의 소리 들린단다
24구절초 시편
-박기섭
찻물을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습니다
살다보면 웬만큼은 떫은 물이 든다지만
먼 그대 생각에 온통 짓물러 터진 앞섶
못다 여민 앞섶에도 한 사나흘 비는 오고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내 몸은 그 강가 돌밭 잔돌로나 앉습니다
두어 평 꽃밭마저 차마 가꾸지 못해
눈먼 하 세월에 절간 하나 지어 놓고
구절초 구절초 같은 차 한 잔을 올립니다
25서귀포 바다
-오승철
친구여
우리 비록
등돌려 산다해도
서귀포 칠십리
바닷길은 함께 가자.
가을날 귤처럼 타는
저 바다를 어쩌겠나.
26빛과 소금
-이지엽
빛이 된다는 것, 바라보는 일입니다
어두운 그대 방을 꽃밭 되게 합니다
맨몸을 다 드러내고 혼자서도 오롯합니다
소금이 된다는 것, 스며드는 일입니다
자신의 몸 다 녹여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섬김의 낮은 자리라도 하나 되어 행복합니다
27금강송
-정수자
군말이나 수사 따위 버린 지 오래인 듯
뼛속까지 곧게 섰는 서슬 푸른 직립들
하늘의 깊이를 잴 뿐 곁을 두지 않는다
꽃다발 같은 것은 너럭바위나 받는 것
눈꽃 그 가벼움의 무거움을 안 뒤부터
설봉의 흰 이마들과 오직 깊게 마주설 뿐
조락 이후 충천하는 개골의 결기 같은
팔을 다 잘라낸 후 건져 올린 골법 같은
붉은 저! 금강 직필들! 허공이 움찔 솟는다
28영동선에 잠들다-영동선의 긴 봄날 77
-김민정
긴 겨울 물소리가
깨어나고 있을 무렵
아버진 가랑가랑
삶을 앓아누우시며
고단한
삶의 종착역
다가가고 있었다
봄날도 한창이던
사월도 중순 무렵
간이역 불빛 같던
희미한 한 생애가
영동선
긴 철로 위에
기적으로 누우셨다
29연필을 깎다
-오종문
뚝! 하고 부러지는 것 어찌 너 하나 뿐이리
살다보면 부러질 일 한두 번이 아닌 것을
그 뭣도 힘으로 맞서면
부러져 무릎 꿇는다
누군가는 무딘 맘 잘 벼려 결대로 깎아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불멸의 시를 쓰고
누구는 칼에 베인 채
큰 적의를 품는다
연필심이 다 닿도록 길 위에 쓴 낱말들
자간에 삶의 쉼표 문장 부호 찍어놓고
장자의 내편을 읽는다
내 안을 살피라는
30강물소리 또 어쩌랴
-김연동
노을도 지쳐 떠난 가을 하늘 바라 섰다.
슬픔 한 점 머물 곳 없이 환한 머리맡을
바람아 불지 말아라
구름 몰고 오지 마라
중병처럼 짙어 오는 우수일랑 접어버리고
전신을 옥색 물에 옥 죄고 싶다마는
발치에 무수히 찢긴
강물소리
또 어쩌랴
31완도를 가다
-박현덕
주루룩 면발처럼 작달비가 내린다 바람은 날을 세워 빗줄기를 자르고 지하방, 몸을 일으켜 물빛 냄새 맡는다
첫차 타고 눈 감으니 섬들이 꿈틀댄다 잠 덜 깬 바다 속으로 물김 되어 가라앉아 저 너른 새벽 어장에 먹물 풀어 편지 쓴다
사철 내내 요란한 엔진소리 끌고 간 아버지의 낡은 배는 걸쭉한 노래 뽑았다 그 절창 섬을 휘감아 해를 집어 올린다
32그 새 (중학교 교과서 수록)
-홍성란
갠 하늘 그는 가고
새파랗게 떠나버리고
깃 떨군 기슭에 입술 깨무는 산철쭉
아파도
아프다 해도
빈 둥지만 하겠니
33비 오는 날(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권갑하
하루 종일 내리는 비, 창가를 맴돈다
친구는 지금 쯤 무얼 하고 있을까
지웠다 다시 그려보는 친구 얼굴 내 얼굴
34나무야, 쥐똥나무
-홍성운
변두리 나무들도
저간엔 서열이 있어
쥐똥나무는 한사코 중심에 서지 못한다
낙향한 술벗 현씨처럼
오일장에나
들앉는 것
밀감꽃향 마구 토하는 섬의 오월햇살
좁쌀만한 꽃들을
좌판에 풀고 보면
쥐똥꽃
쥐똥나무꽃
아이들이 깔깔댄다
몇 년째
세금고지서를 받은 적이 없다
늦가을 끝물쯤에
동박새가 거두어 갈
쭉정이
쥐똥 열매들
노숙자의 동전 몇 닢
35봄날도 환한 봄날
-이종문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호연정(浩然亭)대청마루를 자질하며 건너간다
우주의 넓이가 문득,
궁금했던 모양이다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호연정(浩然亭)대청마루를 자질하다 돌아온다
그런데 , 왜 돌아오나
아마 다시 재나 보다
36길
-강현덕
길이 새로 나면서 옛집도 길이 되었다
햇살 잘 들던 내 방으로 버스가 지나가고
채송화 붙어 피던 담 신호등이 기대 서있다
옛집에 살던 나도 덩달아 길이 되었다
내 뒤로 아이들은 자전거를 끌며 가고
시간도 그 뒤를 따라 힘찬 페달을 돌린다
37늙은 사자
-이달균
죽음 곁에 몸을 누이고 주위를 돌아본다
평원은 한 마리 야수를 키웠지만
먼 하늘 마른번개처럼 눈빛은 덧없다
어깨를 짓누르던 제왕을 버리고 나니
노여운 생애가 한낮의 꿈만 같다
갈기에 나비가 노는 이 평화의 낯설음
태양의 주위를 도는 독수리 한 마리
이제 나를 드릴 고귀한 시간이 왔다
짓무른 발톱사이로 벌써 개미가 찾아왔다
38오래된 시장 골목
-박명숙
누구는 호객하고 누구는 돈을 새는
양미간이 팽팽한 노점 앞을 지나는데
꽃집의 늦은 철쭉이 여벌옷처럼 펄럭인다.
가끔씩 여벌처럼 세상에 내걸려서
붐비는 풍문에나 펄럭대는 내 삶도
마음이 지는 쪽으로 해가 지듯, 저물 것인가
퍼붓는 햇살까지 덤으로 얹어놓아도
재고로만 남아도는 오래된 간판들을
쓸쓸히 곁눈 거두며 지나는 정오 무렵
39쇠뜨기
-박권숙
불가촉 천민으로 이 땅을 떠돌아도
너는 가을벌레처럼 흐느껴 울지 마라
풀밭에 온몸을 꿇린 소처럼도 울지 마라
세들 쪽방 하나 없어 어린 뱀밥 내어주고
흙 한 뼘 햇살 한 뼘 지분으로 받아든 죄
무성한 바람소리에 귀를 닫는 저물녘
뽑히면 일어서고 짓밟히면 기어가는
너는 끊긴 길 앞에서 아무 말 묻지 마라
허공에 흩뿌린 풀씨 그 길마저 묻지 마라
40금환일식
-서숙희
태양은 순순히 오랏줄을 받았다
팽팽하게 차오르는 소멸을 끌어 안아
일순간
대명천지는
고요한 무덤이다
입구와 출구는 아주 없으면 좋겠다
시작과 끝 또한 없으면 더 좋겠다
캄캄한 절벽이라면 아, 그래도 좋겠다
빛을 다 파먹고 스스로 갇힌 어둠굴레
오란 듯이 또렷한 금빛 맹세로 남아
한 목숨,
네 휜 손가락에
반지가 되고 싶다
41초생달(고등학교 교과서 수록)
-김강호
그리움 문턱쯤에
고개를 내밀고서
뒤척이는 나를 보자
흠칫 놀라
돌아서네
눈물을 다 쏟아내고
눈썹만 남은
내 사랑
42워낭소리
-임채성
습관처럼,
천형처럼,
멍에 하나 끌고 간다
성근 터럭 옥은 어깨 굴피 살 옹이지고
뱃구레 다랑논에도 쟁기 골 깊어진다
산 그림자 막아서도 땅거미는 내리고
고수레 잔술 앞에 주절대는 악머구리
놀 비낀 워낭 소리가 저녁 이슬에 젖는다
구불텅한 길 어디쯤
묵정밭 또 놓였을까
일굴수록 반짝이는 내 별에도 밤이 오면
쫑긋한 두 귀 사이로 광배 같은 달 뜨겠지
43커서
-이송희
호흡이 가빠진다
입술이 바짝 탄다
떨리는 눈썹 끝에
그렁그렁 맺힌 문장
창백한 저녁 무렵에
그림자가 지나간다
44목도장 파는 골목
-박성민
노인의 손끝에서 이름들이 피어난다.
이름 밖 나뭇결이 깎여나는 목도장
움푹 팬 골목길 안도
제 몸 깎고 피어난다.
캄캄한 음각 안에 웅크려 있는 고독
나 아닌 것들이 밀칼에 밀려날 때
촘촘한 먼지 속에서
울고 있는 내 이름.
노인의 이마에서 전깃줄이 흔들리고
골목에 훅, 입김 불자 길들도 흩어진다.
도장에 인주를 묻혀
붉은 해 찍는 저녁.
45해금
-김남규
또 다른 살 속으로
파고드는 맨살이다
마찰과 마모 사이
켜는 것과 켜지는 것
몸속에
갇힌 폭풍을
서로에게
겨눈다
어둠이 활을 안고
뒤쫓는 우리의 밤
끝에서 끝으로
눈물 없이 울어도
밑줄로
음 높이는 위로들
꽃잠으로
흩어진다
46십 년을 살면서
-송순
십 년을 살면서 초가삼간 지어 냈으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 한 간 맡겨 두고
강산은 들일 곳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47오우가
-윤선도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물)
구름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서리 맑다하나 그칠 때가 하도 많다
좋고도 그칠 때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바위)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빨리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다가 누르는가
아마도 변치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소나무)
더우면 꽃피우고 추우면 잎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 모르는가
구천에 뿌리 곧은 줄 그로 하여 아노라
(대나무)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곱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
(달)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의 광명이 너 만한 것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48이화에 월백하고
-이조년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49한산섬 달 밝은 밤에
-이순신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긴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50동짓달 기나긴 밤을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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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50개라고 하니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나갈가에요!!!
와~~~이거 다 어떻게 외워요?
저는 기억력이 안 좋아서 못 외울것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