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8일 부터 22일까지 남해도를 일주하였지요. 사단 법인 우리땅 걷기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을 하였는데요. 그 기행문을 네 차례에 걸처서 실어볼까 합니다.
첫날 아침 7시 30분 광양 집에서 출발하다. 진주의 친구, 장법사 홍권 군에게 연락을 해보니 이미 진주를 출발하여 삼천포에 이르렀다고한다
도곡 유선생님과 통화를 해보니. 예정대로 우리 땅 걷기 본대는 어제 삼천포에 도착하여 유숙을 하고 오늘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당초 예상 했던 것 보다 도착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마음이 서둘러 진다. 급할 수록 돌아가야지. 광양의 섬진강 대교를 지나서 하동 IC 들어가는 교차로에서 남해길로 우회전을 하여 남쪽으로 내려간다. 오래전 이지만 많이 다녀, 눈에 익은 길이다. 남해대교를 지나서 남해읍을 우회하여 창선교를 지난다. 여기서 부터는 초행길이다. 본대와 연락을 해보니, 이미 삼천포를 출발하였고, 곧 삼천포 대교를 지날 것이라고, 본대와 만나는 지점을 다시 수정하여 대교를 넘지 않는 창선의 단항이라는 곳에 주차를 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단항의 여객선 터미널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8시 40분 장법사가 이미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내 친구 장법사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해야 겠다.
나와는 고교동기로서, 1970년대 서울 시내 모 대학의 미술학도로서 재학 중 입산하여 해인사에서 계를 받아 조계종의 스님으로 10여년 봉직을 하다가, 현재의 부인을 만나 환속을 하게 되었다. 환속이후, 산에서 지내다가 속세의 생활을 헤쳐나가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인데. 타고난 부지런함에다가, 회화, 그림에는 탁월한 미적 감각과 뛰어난 재주가 있어, 이런 저런 사업을 하여 재물을 제법 모았고, 이제는 그 동안 모아왔던 재물을 사회에 환원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진주의 시민단체 리더로서 불균형한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조직에 균형을 잡아주는 저울추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으며, 주약동에 있는 본인의 산장을 진주시민들에게 명상의 공간으로 제공하였고, 물론 불교포교활동도 하고 있다.
나와는 서로를 깊이 이해해 주는 知音으로 지내지만, 만나면 서로를 쪼아대는 웬수? 사이이기도 하다.
장법사는 내 권유로 오늘 우리땅 걷기에 처음으로 입회를 하여 오늘과 내일을 같이 걷기로 예정되어 있다.
장법사와 대교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머지않아 본대의 선두가 보인다. 타이슨님, 박길란님. 도곡 유선생님, 그리고 우리들의 행수 신선생님. 내가 우리땅 걷기 모임에 이번이 세 번째 인데, 벌써 낮익은 얼굴들이 절반을 넘는다. 반가이 일행과 합류를 하게 되었다.
날씨는 화창하나, 약간 쌀쌀한 편이고, 바람도 있다. 아직 봄이라하기에는 빠른 날씨였다.
지방도 2차선 갓길을 따라 걷고 있다. 차량통행이 많은 편이다.
차도를 따라 걷다가 마을로 들어서서 고샅길을 걸어보기도 하고, 사람이 살지 않아 폐가가 된 울타리 넘어로 핀 동백꽃을 보이도 하고, 동백은 피었지만, 아직 매화는 이른 듯 하다. 꽃망울만 맺어 있다.
두 시간여 걸어서 창선면소재지에 이르렀다. 1l시 반 쯤 약간 이른 점심을 하고 열 두시 쯤 오후 여정을 시작하였다.
남해는 본섬과 창선도로 되어 있는데. 창선도는 남북으로 섬이 구분되어져 있다. 섬의 북쪽은 오전에 우리가 걸어 왔던 곳이고, 오후에는 남쪽 섬을 일주할 예정으로 되어 있다. 물론 남섬과 북섬은 4면이 섬의 형태로 구분되어 지지만 육지로 연결되어 있다.
오전내내 동대만의 건너편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걸었는데. 오후에는 그 해안가 산자락을 걷는 것이리라.
찻길을 따라가니 가인리, 부윤리하는 갈림길 표지판이 나온다. 우리가 가는 방향은 가인리 쪽 이다. 차도를 조금 더 가다가 야지로 들어선다.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가니 방파제에 이르고 방파제안 간척지에 갈대가 아름답다. 방파제가 해안가 포장도로에 연결된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니 자그마한 섬까지 석축이 쌓여져 있어 그 섬에 들어갔다. 잠시 쉬는 동안 섬을 한바퀴 돌아봤는데 한 7.8분 걸리나 보다.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가니, 식포 마을이 나오고 식포 마을에서 바닷가 쪽으로 외딴집 정경이 펼쳐진다. 집 뒤쪽 산록에는 편백나무가 우거져 있고, 그 곁에는 대나무 숲. 그리고 경작지인 밭이 있고 벌써 우리 일행들이 외딴집 옆 산길로 들어서고 있다. 아름답지만 외로워 보인다. 나는 사진을 찍고, 장법사는 수첩에 스케치를 하고 있다. 외딴집을 지나서 산길을 올라서니 바다가 보인다. 장법사는 다시 그 정경을 스케치하고 있다. 나 처럼 보이는 것 그대로 사진기에 담는 것 보다 저렇게 스케치하는 것이 훨씬 예술적일 듯싶다. 눈에 들어오는 여러 대상 중에서, 나무라면 나무, 바위라면 바위, 어선이면 어선, 이미지 강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강조해서 그려 넣을 수 있기에.
다시 포장도로에 올라서니 고갯마루에 느티나무가 서 있고 언포 마을 나온다. 언포 마을을 지나고 세심사와 가인리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지껏 걸어 오면서 오후내내 남섬은 비탈진 산자락이 밭으로 개간되어 늙어서 쇠어진 고사리 대로 덮혀 있었다. 아직은 마른 고사릿대의 용도를 모르겠다. 거름으로 쓰이는지? 아니면 농가에서 땔감으로 쓰일 것 인지? 천포의 촌로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고사리 주산지인데. 잘자란 고사리는 채취하여 상품으로 팔았고, 상품이 되지 못한 등외품은 저렇게 커서 놔두면 그 속에서 새봄에 고사리가 자라난다고, 창선의 남쪽 섬은 저렇게 우리나라에서 고사리의 주산지였던 것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렇게 고사리를 집단으로 재배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가인리에는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있었고, 그 해안가에 세심사 대금륜전이 있었다. 보통 대웅전인데 왜 금륜전인가? 장법사에게 물으니. 불교의 우주관에 의하면 이세상은 지륜, 풍륜, 금륜등의 돌아가는 바퀴로 되어 있다하는데 , 인류는 그 금륜에 살고 있다 한다.
가인리에서 포장도로가 끝난다. 막다른 길이다. 이제 대안은 없다. 다시 포장도로를 돌아간다는 것은 우리땅 걷기 회원들의 자존심에 문제이기도 하고, 오래 묵은 산길을 더듬어 간다.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나뭇가지를 제끼고, 멍금나무 가시를 피하며, 관목숲을 헤쳐가며
십 여분 가니, 우마차는 족히 다닐 듯한 너른 길이 나온다. 흙길이고 임도로 쓰이는 가보다. 길의 방향에 대해서 위로 아래로 설왕설래 하다가 아래쪽으로 그리고 해안가를 따라가기로 했다. 조금 가니 인가가 보여서 농장이려니 생각했는데. 개들만 모여있고, 개 짓는 소리만 요란하다. 아마 개 사육장인가 보다. 개 주인이 때 맞추어 사료만 주고 가는
그 임도를 따라가니 편안한 산길, 바다가 보이는 숲길이 계속되어 전개 된다. 호젓하고 아름답다. 우리 청소년 시절 눈물 찍이 가며 보았던, 연애 영화 ‘비련’이나 ‘비설’의 남녀 주인공 들이 마지막에 차를 몰고 갔었던 숲길이나 이미지가 흡사하다. 마른 나무와 낙엽 색깔하며, 흙빛하며
이십여분 걸으니 적량 마을이 나온다. 포장도로가 연결되는 지점이고 선착장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민박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해안가 포장도로를 따라가니 장포마을이 나온다. 제법 큰 포구이다. 어선이 수십 척 정박해 있다. 장포에서 잠시 쉬고 오늘 마지막 일정을 논의하고 점검해 본다. 그 동네 어른에게 물어보니, 마을 뒷길로 넘어가면 멋진 경치가 펼쳐 진다고 한다. 그 때가 오후 다섯시 반 쯤, 허기도 지고, 몸에 피로도 느껴질 때가 되었나 보다. 마을 뒷길 오르는데 힘이 들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지족해협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아!” 뉘라 할 것 없이 탄성이 일시에 터 진다.
남해 본섬과 창선도 사이를 가로지르는 해협이다. 여기저기 죽방렴이 설치 되어 있었고, 해는 바야흐로 원근의 산 그림자 사이로 지고 있었다.
죽방렴: 10미터 정도의 참나무를 갯벌에 박아 마치 어구처럼 만들어 고기를 잡는 시설, 예스러운 고기잡는 방법 임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 간다.
부윤 2리를 지난다. 산기슭에 마을이 있고, 여기저기 저녁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연기가 산록에 퍼져나간다. 옛날에는 먼 여행길에 이런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 고향집과 어머니를 떠 올리곤 했는데. 이제는 고향집도 없어졌고, 어머님도 가신지 오래되어 상실감만 남아 있다. 어서 오늘 묵을 숙소를 찾아가야지
첫댓글 준태넌 정말 좋은 취미와 친구를 가지고 사는구나, 이렇게 멋진 시간을 같이하며 지낼수있다는것이 행복이구 기쁨이잫니. 게속 올려줌 나두 널따라 다니는것처럼 생각하면서 볼께. 밥 잘먹구 잠 잘자라. 건강하구.
남자로 태어나서 좋겠다.나도 여행 좋아하고 그러는데 앞을 막는자와 방해물이 많아 맘대로 못한다. 건강이 허락 하는 날까지 멋진삶 즐기고 좋은글 많이 올려줘.
날씨가 만만치 않았을텐데 인내심이 대단하고 참좋은 여행길였을것같아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