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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세(아동문학가) |
ⓒ 고령군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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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운수면의 한 동네에서는 옛날부터 호랑이가 사람이 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옛날 깊은 산중에 살던 호랑이 한 마리가 산신령을 찾아가 애원했습니다. “신령님, 나도 사람이 되어 인간세상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산신령은 단번에 호랑이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고 그의 정성이 얼마나 갸륵한지 보기로 했습니다. 호랑이는 석 달 열흘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몸을 깨끗이 하고 산신령을 찾아가 간절히 빌었습니다. 백일 동안을 한결 같은 그의 정성에 감동하여 호랑이를 여자가 되게 했습니다. 여자로 변한 호랑이는 외딴 산골 마을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착한 농부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산골 마을 농부는 글공부를 하지 못해 까막눈이었습니다. 농부는 낮에는 땀을 흘리며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아내의 도움으로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아내 덕분에 농부는 과거에 급제하여 자기가 살던 고을의 사또가 되었습니다. 사또는 처음 얼마간은 착하고 어진 성품대로 고을을 잘 다스렸습니다. 그러나 날이 지나면서 사또의 마음은 차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산골 마을에서 어렵고 힘들게 살던 때 부인의 치성으로 사또가 된 것을 까맣게 잊고 못된 짓에 빠져들었습니다. 더욱이 부인이 있는 집을 팽개치고 술집 기생과 살림을 차렸습니다. 착한 부인은 자기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아내의 이런 기다림에도 아랑곳없이 못된 행동을 일삼던 남편은 사또의 자리도 잃게 되고 큰 병까지 들고 말았습니다. 병이 들자 함께 살던 기생은 사또를 집에서 쫓아내었습니다. 오갈 데가 없는 사또는 결국 자기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부인은 자기를 배신한 남편을 물리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여보, 내가 당신에게는 큰 죄인이요. 배은망덕한 나를 용서해 주구려.” “아니에요, 사또님! 지금이라도 돌아오셨으니 아무 걱정 말고 편안히 쉬십시오.” 착한 부인은 여전히 그에게 사또님이라고 부르면서 편히 쉬게 하였습니다. 부인은 용하다고 소문난 의원들을 모두 찾아가 약을 지어다 먹였지만 남편의 병은 조금도 차도가 없었습니다. 부인은 하는 수 없이 산신령을 찾아가서 간절히 호소하였습니다. “신령님, 저의 남편을 살려만 주신다면 평생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네 남편이 한 짓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으나 네 정성이 갸륵하니 내가 일러주는 대로 하여라.” 병든 남편에게 다른 여인의 젖을 10년 간 얻어 먹이면 완전히 나을 수 있다는 산신령의 말에 부인은 매일같이 부지런히 이웃 마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런 부인의 정성으로 차츰 기운을 차린 남편은 다시 바깥나들이를 하면서 술집 기생들과 어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부인은 남편의 병을 고치기 위해 매일 여인의 젖을 얻기 위해 아주 먼 마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하루 만에 돌아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인데도 다른 여인의 젖을 쉽게 얻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몰래 남편과 놀아나고 있던 기생이 너무나 궁금하여 하루는 부인의 뒤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한참을 가던 부인이 한적한 곳에 이르러 요술방울을 꺼내더니 흔들며 주문을 외자 금세 호랑이로 변했습니다. 호랑이로 변한 부인이 쏜살같이 달려가다 그만 요술방울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을 본 못된 기생은 달려가서 요술방울을 얼른 주워 깊은 물속에 던져버렸습니다. “이 요술방울이 없으면 다시 사람이 되지 못하겠지. 호랑이로 있어야 사또는 나와 함께 오래 살 수 있을 거야.” 먼 마을까지 달려가서 다른 여인의 젖을 얻어오던 부인이 어느 한적한 곳에 이르러 다시 사람으로 변신하기 위해 요술방울을 찾았으나 없었습니다.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호랑이 모습으로 다시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산중에 돌아온 호랑이 부인은 너무나 억울하여 산신령에게 간절히 호소하였습니다. “신령님, 오늘이 10년째 되는 마지막 날인데 부디 사람의 모습이 되게 해 주시면 남편에게 이 젖을 먹이고 이곳에 돌아와 다시 호랑이로 살겠습니다.” 산신령은 호랑이의 지극한 정성과 고운 마음씨에 감동하여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게 해 주었습니다. 병든 남편에게 젖을 먹이고 완전히 낫게 한 부인은 지금까지의 일들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사또는 그때서야 눈물을 흘리며 자기의 잘못을 크게 뉘우쳤습니다. “부인, 다시는 부인을 배신하지 않을 테니 여생을 나와 함께 재미있게 삽시다.” “사또님, 나는 이제 다시는 사람으로 돌아올 수 없는 몸이니 부디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사십시오.” 부인은 마지막 인사를 한 후 다시 호랑이로 변해 남편을 한 번 바라보고는 산속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들은 호랑이를 산신령이라고 부른답니다. ※ 이 글은 《우리 지방의 민담․전설 및 지명 유래》(88. 고령r문화원).「호랑이 여인과 사또」(한대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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