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모두 떨어진 3평짜리 숲
갈라진 나무 한 그루가 멍하니
질퍽한 바닥이 잡아당기는 대로
그대로 가라앉는다
목 늘어난 셔츠만큼 누런 책상 마주하고
굳은살 가득 담긴 기본서 여백에
내 젊음, 스프링 늘어난 볼펜으로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다 써 내려갔지만
고향 부모 새벽 걸음으로 보내 준 학원비 봉투는
이젠 메말라버린 성적표로 바뀌어
끝내 열어보지 못하고
묵묵히 씹어 삼킨다
눈-귀-입까지 모두
짓이긴 진흙으로 찐득하게 틀어막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곳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곳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곳
그 깊은 곳에서 오도카니
떠나버린 시간을 잊고
다가올 시간도 붙잡지 않고
세상의 걱정도 관심도 없이
편안히 숨만 쉰다
그렇게 계절이 몇 번 숲을 스치고 나면
나 그때, 그 누구도 모르게
푸르름으로 다시 태어나겠지
소나기 같은 햇살 온몸으로 다 받아내며
다시 비좁은 책상 위로 솟아 나와서
늘 주저앉히던 세상을 향해
짙푸른 잎사귀
활짝 펼칠 수 있도록
카페 게시글
김종훈 문학 창작실
[시] 3평짜리 숲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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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14 11:2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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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첫줄에 가슴이 쿵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