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7회차
2012. 10. 28(맑음. 바람)
청학동~삼신봉~한벗샘~세석평전~영신봉(왕복)~거림골
18Km 6시간 15분
단풍놀이는 산으로 올라가지 마라.
그냥 바닥에서 감탄하고 환호하라.
10월의 나무는 다 가을스럽다.
동네뒷산에도 병원담장에도 떡볶이집 앞에도 가을은 찾아오는 것.
길가 가로수 떨어진 낙엽 밟으며 가을을 느껴버리고
공원 벤치에 앉아 고독을 씹어라.
멀리 가지 말라니까~~!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붉은 산등성이가
가을 하늘에 맞닿아 더욱 선명하다.
찬란히 빛나고, 쓸쓸히 떨어지고.
단풍구경은 차창 밖 풍경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산청군 감 익는 마을엔 감이 꽃송이처럼 피었다.
주홍 감 꽃송이가 새파란 하늘에 걸려 덕지덕지 탱글탱글.
한입 베어 물면 주홍빛 물들려나?
탐방금지구간(고운동~묵계치~외삼신봉)은 생략한 채
청학동에서 삼신봉으로 오르기로 결정.
덤으로 버스 타고 올라 800고지 청학동 도인마을에서 들머리로 오른다.
1000고지 이상엔 잿빛 거대한 능선이 하늘과 닿아있고
단풍은 겨우 산허리쯤에 남아있는 몇 가닥뿐???
서두에 말했듯이 산에 오르며 불타는 단풍은 기대하지도 마라~
계곡 물소리, 바람소리, 약초 썩는 숲 속 내음 맡으며
지리산 자락임을 실감하며 그렇게 오른다.
지리산!
‘바라만 봐도 가슴 뛴다’는 박 회장님이 함께하지 못함에 아쉽다.
10년 전 1차대간 산행하며 격주로 자주 찾았던 지리산.
지리산 골짝마다 박회장님 발길이 닿았을 듯.
몇 군데 골짝을 따라 나섰던 기억을 반추해본다.
2003년 11월2일. 묵계치~외삼신봉~삼신봉~수곡골의 산행기록을 보면
“외삼신봉 오르는 길에 산죽터널.
지붕 덮은 움막 같은 산죽길은 문닫은 방처럼 덥다.
둔하게 오르는 길인데 산죽낙엽에 뒤로 밀리고 밀리며
외삼신봉에 올랐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거대한 산죽터널이 인상적이었고,
사람 발길 흔적 없는 이끼 낀 수곡골로 하산했던,
잊혀지지 않는 곳 중에 한 곳이었다.
아쉽게도 외삼신봉을 눈앞에 두고 삼신봉으로 오른다.
삼신봉. 오르며 보았던 잿빛 능선의 암봉에 선다.
바람에 흔들리며 삼신봉 돌짝 끌어안고 단체사진 찍고
지리산 거대한 산마루금을 읽는다.
바라만 봐도 가슴 설레는 ––– 노고단, 반야봉, 영신봉, 촛대봉, 천왕봉
낙남정맥의 첫 줄기 영신봉으로 거슬러 오르며 “맥”을 느껴본다.
구간구간 끊어 다녔던 정맥길이 비로소 큰 그림으로 그려지고
대간과 정맥 따라 뭔지도 모르고 쫓아다닌 10년.
세석평전으로 은근히 오르며 이제서야 감 잡은
‘낙남정맥’ 줄기를 다시 한번 그려본다.
깊은 계곡과 거대한 산줄기를 품은 지리산을 조망하며
쉬엄쉬엄 간식 먹고, 다리 ‘쥐’잡으며 후미로 세석산장에 도착.
한 점 찍고 오리라 영신봉에 오른다.
되돌아오던 대원군님이 카메라 챙겨 들고 영신봉까지 다시 올라 인증샷 한 컷!
진정한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군요~!
모델 불문. 시간 불문. 보이면 찍는다!
두두두 ––– 구급헬기가 내려앉길래 구경하며 손 흔들고 –––
하산시간을 예상치 못하고 늦장을 부렸더니 남편이 서두르라 재촉한다.
오~잉! 거림 6.3Km. 2시간??
돌짝으로 정비된 길 따라 퐁당퐁당 뛰다가, 걷다가.
깊은 계곡 따라 물소리 따라, 힐끔힐끔 계곡에 눈길 주며,
행여 단풍잎새 떨어질까 두리번거리며,
낙엽 물들일까 ‘빨주노초’ 낙엽 골라 밟으며,
(거림골 끝자락에 해너미까지는 다다라야 할 텐데---)
어스름한 거림골 골짝을 뛰다시피 내려왔다.
돌과 발바닥. 아픈 만큼 성숙해지려나?
집중하라~, 침착하게~, 최선을 다하여 산을 내려왔다.
애들 수능시험을 이렇게만 치르면 1등급???
그러나 나는 그렇게 제일 후미가 되어 내려왔다.
직녀 씀
첫댓글 지리산 정맥산행 몇일전 날씨를 점검하니, 날씨가 쾌청 하다하여 지리조망과 단풍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삼각대 준비 했는데, 시간적으로 사용할수가 없어 무용지물, 그래도 영신봉에서 삼각대를 사용하여 한컷했죠. 카메라 사정상 흐리고 어두운곳은 삼각대가 필요한 것인데,,, 시간이,,, 그래도 거림골의 단풍이 환상적 이였습니다.
단풍은 산보다 계곡이 좋아요 수고하셨읍니다
언제 보아도 간결하고 멋진 문장... 사뿐히 걷는 모습이 상상되네요. 그저 감탄하고 갑니다.
ㅎㅎ 반갑습니다~~! 잊지않고 올올카페에 들러주시니 감사합니다!!
청원산악회원들도 안녕하시지요? 무진장 걷고싶은 날 올올에 한번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