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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욱아빠의 평화강정! 스크랩 강정 구럼비 해안, 완연한 봄날의 소소한 변화와 일상들.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111 13.05.08 12:1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한동안 강정에 소홀했었습니다.  사실 저와 같이 가끔 들르고 마는 사람이 소홀했다 말하는 것도 쑥쓰럽긴 하지만, 그리고 상황의 연속성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판단과 반응이 중요한 강정이라는 공간에서 가끔 들른다는 것은 되려 방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인 일이기에, 소홀이라는 말은 이래저래 그닥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말입니다.  적어도 저의 입장에서는 말이지요.  


  그래도 마음 한 켠에서는 언제나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공간 강정, 날이 따뜻해지고 시민사회의 행동이 본격화되면서 SNS에서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는 이곳의 상황은 소홀이나마 관심이상의 시선을 가지게 만들더군요.  화창하고 따스했던 완연한 봄날, 그렇게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강정을 찾았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카메라를 들이대는 저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일요일임에도 공사장 입구는 활짝 열려있고 이전보다 좀 더 위압적인 분위기의 경찰부대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입구 안쪽으로는 덩치 좋은 남녀 용역들이 어슬렁거립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저를 보는 이들의 시선엔 짜증과 위압과 회피가 섞여 있었습니다.


  입구를 통해 건너보이는 바다의 풍경은 이곳이 바다와 아주 가깝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저 삼발이들이 쌓여있는 곳은 입구의 모래톱을 너머 구럼비가 있던 곳이지요.  카메라를 찍는 저를 살짝 피하는 용역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강정천쪽 입구에도 부산에서 온 경찰기동대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일요일임에도 분위기는 이렇게 위압적이기만 합니다.  이는 최근의 저항이 무척 거세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모습입니다.  얼마전 어느 활동가가 벌금형을 선고받고는 벌금으로 강정마을에 부담을 주느니 차라리 감방에서 살다 나오겠다며 구치소로 들어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양윤모 선생님은 여전히 구속중입니다.  최근 시민사회단체들의 저항메세지와 직접행동은 매우 적극적이어서 여러명의 단체임원들이 연행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장을 역임한 제 지인도 이 때문에 연행되어 48시간을 구치소에 있다 풀려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위압적인 분위기의 공사장 입구를 지나 강정천을 따라 동쪽 공사현장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전에 왔을때보다 길은 더 넓고 평편하게 닦아져 있더군요.


  정박장을 만들 케이슨에는 자갈을 채워넣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옆에서는 거대한 크레인이 삼발이를 들어올려 바다에 수장시키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제가 바라보고 있는 순간에도 트레일러에는 거대한 삼발이들이 실려 작업현장으로 운송되고 있었습니다.  삼발이의 크기를 보세요.  거대한 트레일러인데도 단 두 개밖에 올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맑고 청명하고 바다는 바람이 조금 불어 반짝이지만, 제가 보는 풍광은 땅과 바다로 공사판입니다.


  동쪽에서 바라보는 구럼비는 그래도 형체의 흔적이 조금이나마 보입니다. 


  동쪽 공사현장을 찾아들어가는 길은 강정천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오솔길입니다.


  강정천 맑은 물에 은어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용암이 부드럽게 녹아 매끈한 곡선을 이룬 물골에 맑은 물이 흐릅니다.  며칠 전 내린 비는 강정천의 수량을 어느 정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요즘 은어들을 보니 산란기를 맞은 듯 합니다.  무리를 지어 일정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회유하는 모습이 무언가를 지키거나 자리를 잡는 듯한 모습이었거든요.  여느때보다 수많은 개체들이 보이는 강정천은 풍성한 느낌입니다.


  다시 공사장 입구로 나옵니다.  이차선 작은 도로를 중심으로 공사장과 경찰병력, 그리고 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천막이 대치중입니다.


  안타깝게도 천막과 분위기는 예전에 비해 무척 작아지고 있는 듯 합니다.  수많은 경찰병력에 비해 저항하는 이들의 숫자는 너무도 미약합니다.


  문정현 신부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천막을 지키고 있습니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오전의 미사중에도 경찰병력의 난입으로 미사가 중단되고 한 분이 연행되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전해주셨습니다.


  앞에는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책과 서명지가 놓여있습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사실 저 의미를 알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요.  그것도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은, 스스로 찾아내고 깨달아야만 하는 진리..  굳이 파괴되는 구럼비와 폭력의 군사기지에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세상의 일반성에 기초한 저 진리는 반드시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삶의 근본입니다.


  자리를 뜨려는 순간 덤프트럭 한 대가 공사장으로 들어가는군요.  용역의 안내, 경찰병력들의 열병..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덤프트럭은 이 곳에서는 마치 황제의 입성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황제의 입성과 출성을 막는자, 그 무례함이 죄가 되어 열병한 병력들에 의해 끌어내어지죠.


  강정 방파제로 와서 다시 구럼비를 바라봅니다.  저 거대한 케이슨은 순식간에 만들어져 바다에 수장되기를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는 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빠른 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까요?


  바다위에는 좀 더 많은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분주한 공사판입니다.


  케이슨 안으로 골재는 분주하게 채워져가고 있었습니다.


  그 위에서 사람들은 자그마한 개미들 같습니다.  케이슨의 칸 안으로는 채워진 바위들이 비죽이 나와보입니다.  사람들은 무엇때문에 저 바다 한가운데 콘크리트 위에서 분주해하고 있을까요?


  아침까지 선명하게 보이던 한라산은 서서히 백록담부터 구름에 덮여가고 있는 일요일 이른 오후였습니다.


  이날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게는 처음인 광경인데 강정사거리에 생선좌판이 벌어진 것입니다.


  당일바리라고 하던가요?  방금 잡아온 생선을 손질하여 넘기기 전에 사람들에게 팔고 있습니다.  광어 뱀장어 대구 옥돔 상어 달고기 등등이 보이네요.


  옥돔의 우아한 자태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강정 앞바다에는 이렇게 옥돔이 많이 나기로도 유명합니다.  참고로 국산 옥돔은 꼬리에 사진과 같이 노란 줄무늬가 섞여 있습니다. 


  여기엔 부세도 보이고 참돔도 보이네요.


  참돔은 크기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갓잡은 생선의 신선함이 살아있습니다.  어느 분이 크기가 꽤 괜찮은 옥돔 한마리 가격을 물어보니 한마리에 만 칠천원이라 하더군요.  바로 구워먹을 거면 비싸더라도 한마리 사볼까 싶던데 아쉬움을 남기고 뒤돌아 서야 했습니다.  옥돔 가격은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이런 싱싱한 갓잡은 옥돔을 접할 수는 없기도 하죠.


 

 

  강정의 소소한 변화 중 하나는 평화책방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강정사거리에 있습니다.


 

  까페겸 독서공간, 아이들과 어른들의 모임터로 활용하기에도 좋을 뿐더러 도서관과 책을 주제로 한 마을공간 조성을 위한 첫 시작이라고 합니다.


  이곳엔 여러가지 음료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책상과 앉는 공간의 독특함도 살아있고 아담한 공간을 빙 둘러싼 벽면의 책장엔 책들이 한가득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기증하는 책들로 채워지는데, 지금도 하루에 세 박스이상 전달이 된다고 하는군요.


  주제별로 분류하여 책 목록관리만 잘 되면 도서관이라 해도 무방할 듯한 도서분량입니다.


  게다가 인테리어도 차분한 느낌으로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모여서 캐리커쳐를 그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강정마을 아이들로 관심을 보이고 공간 안에서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이 공간의 유용성도 느껴지고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건강하고 활발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메뉴들 중 댕유자차를 주문했습니다.  시원한 걸루요.


  이렇게 아이스 댕유자차를 한 잔 앞에 놓고 찬찬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강정에 오면 어디든 가만히 앉아 쉬거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거든요.  그저 스윽 돌아만 보고 아는 분이 계시면 인사나누고 몇마디 건네다 돌아가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오면 차분히 앉아 생각도 정리하고 시간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강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다양하고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제도속의 사고방식과 제도밖의 깨달음이 충돌하는 지점, 현실과 현실을 넘으려는 노력의 충돌, 그리고 현실을 지배하는 사실들에 대한 수긍의 어려움, 그리고 무념의 상태로 삶에 매몰되어 진공의 허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허탈함..  개인적으로 느끼는 강정과 세상의 모습은 거칠게나마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강정을 방문하는데 소홀했던 일도, 그리고 강정을 돌아보며 느끼는 허탈함과 무기력감도, 실은 제 안의 그런 느낌이 만들어내는 부정성이 담겨진 행위의 발현이겠죠.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움직이고 주장하고 저항하고 행동합니다.  제 스스로에 내재된 부정성을 드러내며 그들에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례함이자 오만함일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들앞에서 예전부터 느껴오던 일말의 미안함, 고마움등을 느끼는 것을 보면 제가 아직은 패배주의에 빠져버린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찬찬히,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켜가며 강정을 바라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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