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바에서 일하는 스트립 걸들의 노출신과 지금 생각으로는 상당히 마일드한 정도였던 성적표현으로 인해 이 영화는 R등급으로 분류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봉될 때는 어느 정도 삭제되었을 지 궁금하다. (참고로 필자는 국내개봉전 오리지널판을 봤다) 무엇보다, 영화적 장치에 불과하긴 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스스로의 자존심과 꿈을 잃지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의 파릇한 이미지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환상을 심어주기에도 충분한 영화였다. 극중에서 남자 주인공(마이클 누리)가 실의에 빠진 여주인공에게 일갈한 '꿈을 포기하면 넌 살아 있는게 아냐(When you give up your dream, you die!)'라는 문장이 유행처럼 번졌다.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의 타이틀곡 'Flashdance....What a Feeling'과 'Maniac'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로 동시에 올랐고, 타이틀곡이 골든 글로버상에 이어 아카데미상까지 받았다. 아이린 카라는 1980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영화 'Fame'에서 주역을 맡고 주제가를 부른데 이어 두번 째 쾌거를 이뤘다. 1988년 서울올림픽 테마송 'Hand in Hand'를 작곡했고,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아메리칸 지골로, 네버 엔딩 스토리, 티프 오브 하트, 캣 피플, 스카페이스 등 숱한 영화에서 음악작업을 맡았던 조르지오 모로더는 이 영화에 이어 1986년 영화 '탑건'의 주제가 'Take My Breath Away'로 연거푸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거머쥔다.
킴 칸스의 'I'll Be Here Where The Heart', 조 에스포지토의 'Lady, Lady, Lady', 로라 브레니건의 'Gloria'와 'Imagination', 도나 썸머의 'Romeo', 카렌 카몬의 'Manhunt', 싸이클 V의 'Seduce Me Tonight' 등 영화 전체를 쉴새없이 꿰고있는 히트곡들과 오리지널 스코어로 꽉 채운 OST는 한 곡도 허투로 고른 것이 없을 정도다. 플래시댄스의 사운드 트랙 앨범은 미국에서만 600만 개가 팔려나갔고, 1984년에는 '오리지널 베스트 앨범' 부문의 그래미상을 받았다.
공동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와 감독 애드리안 라인은 영화 곳곳에 뮤직 비디오를 삽입한 듯한 스타일을 영화에 접목시켜 성공을 거두었고, 이런 스타일의 영상작업은 3년 뒤 '탑건'으로 이어졌고, 다른 많은 영화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주인공의 샤워댄스, 오디션을 받는 장면 등 영화 곳곳에 나오는 많은 장면들이 패러디되기도 했다. 캐빈 코스트너가 남자주인공 역의 오디션을 봤고, 그룹 KISS의 리더 진 시몬즈가 남자주인공 역에 제의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아버지가 흑인계였던 제니퍼 빌즈는 크면서 인종적 피해의식과 사회적 소외감을 가졌다고 한다. 배스킨 라빈스에서 알바를 뛰기도 한 그녀는 어쨌건 분발했고, 아름답고 영특한 재원이 되었다. 그녀는 모델 일을 겸하며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동급생으로 X파일의 데이비드 듀코프니가 있다. 재학중 '플래시댄스'에 출연한 그녀는 이 영화로 큰 주목을 받고 골든글로버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댄스 대역'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인기하락을 겪는다.
이후 스팅과 'The Bride(1985)', 니콜라스 케이지와 '뱀파이어의 키스(1989)', 덴젤 워싱턴과 'Devil in a Blue Dress(1995)' 등을 찍었지만 범작에 그쳤다. 1986년 독립영화 감독인 알렉산더 록웰과 결혼했다. 1992년 그가 찍은 'In the Soup'에 출연했는데,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았다. 1995년에는 타란티노, 로드리게스를 포함한 네 명의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인 '포룸'에서 그가 찍은 분량에 출연했지만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암튼, '플래시댄스'에서 보여준 그녀의 깜찍발랄, 청순과 섹시미가 어우러진 또 다른 역작의 기대는 영원히 물건너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