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장미 스카프의 비밀
Tu me quisieras lo mismo
Que venite anos atras.
당신은 이십년 전과 똑같이
나를 사랑하겠지만
Con que tristeza miramos
Un amor que se nos va
사라져가는 사랑을
슬프게 바라봅니다.
-es un pedazo del alma que se
arranca sin piedad
처참하게 부서져 버린
영혼의 한 조각이지요.
- 중독된 고독 중에서 -
전 지혜의 방안에는 30호 크기의 액자가 있는데 그 그림은 사진으로 찍은 것 같은 장미가 실사 기법으로 그려진 동양화 이었다. 지혜는 이 그림을 무척 좋아하였다.
“아!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지혜는 오늘도 액자의 그림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절규하듯 내뱉으며 오열 하였다. 전지혜의 아버지 오전(烏佺) 전 국수(田麴囚)화백은 쾌 유명한 장미화가로 알려진 사람이다. 어느 날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장미그림에 앉으려다 그림을 망쳐 놓았다나 뭐래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뜬소문으로 장미 하나는 세계적으로 잘 그린다. 는 소문과 함께 그의 그림은 언제나 애호가들에게 회자되며 그리 많지 않은 작품은 누가 소장하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팔려나갔다.
오전(烏佺) 전 국수(田麴囚)의 실제 이름은 전국수(田國秀) 이었으나 본인이 스스로 전 국수(田麴囚)술 국(麴)가둘 수(囚)=즉 술 취한 죄인이라고
오전 까마귀 오(烏)에 신선이름 전(佺)의= 까마귀 신선이라는 호를 스스로 만들어 쓰면서 자기 자신을 조롱한 괴짜 이었다. 그런 그가 가을바람이 무섭게 불던 날 화실에서 자기가 평생 사용하던 붓을 입에 물고 죽었는데 사인은 붓에 묻어 있던 독약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경찰에서 타살을 의심하여 철저하게 조사했지만 어디에도 아무런 증거를 못 찾아 결국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그 의문은 남아 있었다. 그런 전 국수 화백이 딸에게 유일하게 남긴 것이 이 그림이었다.
미묘하게도 유심하게 보면 또 하나의 그림이 숨어 있었으니 그것은 아주 중후한 목이긴 여인의 초상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착시 현상이라고 하지만 분명 은밀하게 존재하는 여인이었다. 그래서 호사가들에게 알게 모르게 이사연이 전달되어 그림의 가격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올라가며 이 그림의 향방을 혈안이 되어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 그림이 신기하게도 꼭꼭 숨어버려서 그 어디에도 향방이 없었다.
이 그림을 변호사를 통해 전달 받은 것은 전 지혜가 성인이 되던 19살 때이었다. 그 그림을 받던 날 전 지혜는 그 동안 살아온 세월과 그리운 아버지 어머니 생각에 밤새도록 울었다. 자기의 운명이 서럽고 서러워서,,,
아버지가 그렇게 졸지에 비명에 가자 며칠 몇날을 두문불출하던 어머니 고 양설(高楊雪)이 갑자기 어린 다섯 살짜리 전 지혜의 목을 조르며 같이 죽자고 악을, 악을 써대며 이층 계단에서 지혜를 밀쳐서 지혜는 척추를 크게 다쳐 하반신 불구 가 되었던 것이었다. 딸의 사고소식에 자신을 자책하며 온전히 정신을 놓아버린 어머니 고 양설(高楊雪) 정신병원에 장기 입원했고, 스스로 절제를 못하던 어머니는 몇 달 만에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해 버렸다. 그래서 병원에서 퇴원한 지혜는 졸지에 고아가 되어 낯선 복지관계자 손에 이끌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희망 고아원에 맡겨져 자라게 되었다.
아버지 전국수 화백은 몸이 약해 늘 기침을 달고 살았으나 지혜를 무척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했었다. 늘 가슴에 꼭 안아주며 의미를 모르는 샹송을 즐겨 불러 주었다. 그녀는 그런 아버지의 체취 까지도 좋아했었다. 그런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어머니에 의한 불구와 어머니의 죽음 그 엄청난 비극을 겪으며 그녀는 말이 없는 조용한 여인이 되었고 그녀의 생활은 늘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를 끝났다. 그녀는 어지간해서 자신을 잘 들어내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말한 마디도 조심조심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면 이 서재의 한쪽 공간 그녀만의 안식처에서 아버지의 그림을 보고 실컷 울고 나서는 마음을 추스르곤 하였다.
같은 시각
아방궁의 지하 서고 비밀 공간에 조 아름 이 있었다. 그녀는 지치고 힘든 표정으로 매우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며 자신을 진정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의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마음을 추슬렀고, 그리고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많은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으로 가서 왼쪽 두 번째 서고 에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잡아 빼자
책장이 미끄러지듯 양쪽으로 열리고 벽면에 액자 하나가 걸려 있었다.
그 그림은 피에테르브뤼겔의 바벨탑 그림이었다. 하늘 높이 까지 쌓아올린 바벨탑 신의분노로 바벨탑은 무너지고 혼비백산하는 인간의 군상들 ,
“피- ”
하고 아름이 실소를 머금고 액자를 들어냈다. 거기에 나타난 커다란 금고 하나 아름은 리드미컬하게 번호를 눌렀다. 팅 하며 문이 열리자 거기에 유난히 검은 옷 칠이 반짝거리는 작은 상자가 나왔고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 상자를 꺼내 앉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길게 쉬고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상자를 열었다. 달칵하며 상자가 열리자 검은 비로도 보자기가 나왔고, 그 보자기를 펼치자 번쩍하며 아담한 권총 한 자루가 나왔다. 그녀는 권총을 꺼내 기름천으로 총구에서부터 닦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그 총은 놀랍게도 침묵의 해결사라는 명칭이 붙은 쏘련제 소음권총 S4M <Silenceol pistol> 이라는 작고 아담한 권총이었다. 총길이 :140mm 총열길이: 88mm 장탄 수: 2발 싱글액션으로 작동되는 암살자로서 꼭 필요하고 몸에 늘 지니고 다니는 한 몸 같은 권총이었다. 이 소음권총은 1960년대 소련에서 자국의 첩보원들을 위해 개발 생산된 획기적인 무기 이었다.
“ 아! 바보 같은 아버지! 흑흑 ”
조 아름이 총을 껴안고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조 아름의 아버지 조기만(趙基滿)은 커다란 무역업을 하는 회사의 사장이었다. 조 아름은 그런 아버지의 사랑 속에 공주처럼 자랐다. 그 사건이 있기까지의 여섯 살까지 그녀는 아주 유복한 집안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금지옥엽 그야말로 불면 날까? 떨어지면 깨질까? 유모와 도우미만 3명이나 붙을 정도로 보호를 받으며 살았다. 조기만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일찍이 미국으로 망명 아닌 이민을 가서 미국에서 자수성가하고 무역업을 하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는 호탕하고 정이 많고 주변에 사람이 많은 대단히 수완이 좋은 사람이었고, 가정에도 충실한 그렇게 큰 사업을 하면서도 스캔들 하나 없는 아주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아름이 엄마 박설희(朴雪姬) 여사는 재미교포로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 우연하게 조기만 사장을 만나 그의 유머러스한 그의 언변과 듬직한 그의 행동에 반해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해서 아무도 없는 이곳 한국으로 따라 들어왔다.
그런 그녀를 조기만은 여왕 모시듯 하여 주변에서 마누라위해 사는 팔불출 중에 팔불출이라고 수군수군 거렸지만 조기만은 개의 치 안했고 아주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그렇게 엄청난 큰일을 저질렀으니 그것은 백주 대낮에 사냥엽총으로 카페 “장미의 성” 마담 정 성희(鄭 惺凞)를 쏘아 죽이고 자기는 사장실에서 이 소음 권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을 했던 것이다.
이것은 조기만 사장의 유일한 유품이었다. 아버지가 죽고 나자 그렇게 번창하던 사업도 그 많던 재산도 모두가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되어 버리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 박설희(朴雪姬)는 너무 충격을 받아 집을 뛰쳐나가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해버리고 졸지에 천애고아가 된 조 아름은 “천사의집” 고아원에 맡겨지게 되었다. 조 아름이도 충격이 커서 말이 없고 늘 울기만하는 그런 아이가 되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조 아름이 히스테리 컬하게 웃기 시작하였다.
“호호호 호호호 끼 리릭 낄낄 호호 허허허 흐흑”
그녀의 웃음은 그렇게 계속되더니 또다시 흐느끼는 울음이 되었다.
그녀는 상자 안에 있는 장밋빛 스카프를 꺼내 펼쳐보았다. 이것은 원 수연 어머니 정 성희 씨의 유품이었다. 아니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끈 마녀의 스카프 이었다. 자기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이끌고 아버지ㅡ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밀은 저주받은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을 조 아름은 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장미꽃 속에 있는 여인의 모습을 연상해 보았다. 이 알 수없는 미소 이것이 정말 아버지를 홀린 그 마녀의 얼굴인가? 사랑이란 어쩌면 이리 무방비적인 것이고 그리 격정적인 것일까?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을 믿지 못한다.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은 없다. 것 잡을 수없는 욕망만이 존재 할 뿐이다. 그 허탈함! 그 공허한 몸부림!
“ 치~ 남자들이란? 웃겨 정말 웃겨! 호호호 히히히 으하하하”
그녀가 미친것처럼 그렇게 웃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런 몸부림은 그녀가 지쳤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 아름! 그녀는 여자 중에 여자!~ 끝내주는 여자이고,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고 그녀를 통해 이시대의 모든 남자들이 구원받는 여신 중에 여신이다. 그런 그녀의 스트레스는 이렇게, 이렇게 아프게 해소되고 있는 것이다. 사랑 그 몹쓸 놈의 시련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