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랑소와 오종
출연: 샬롯 램플링, 브루노 크레머, 자크 놀로, 알렉산드라 스튜어트

장과 마리아는 프랑스의 해변으로 둘만의 여름 휴가를 떠난다.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만에 여유를 즐기는
것도 잠시 수영하러 다녀오겠다던 남편 장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그 휴가는 단지 악몽일 뿐이었을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마리아의 곁에는 여전히 장이 있다. 그와 한 침대를 쓰고 아침을 함께 먹으며, 그를
위해 넥타이를 선물하는 마리. 하지만 문득 문득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가 잘못 되어 있음을 느낀다.
정지된 남편의 신용카드, 유부녀인 그녀에게 남자를 소개 시켜주려는 친구들, 게다가 시어머니는 장이
그녀에게 만족하지 못해 떠나버린거라고 하신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이렇게 가까이에서
장의 손길을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에겐 그가 보이지 않다니.











감독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부터 출발한 이 영화는 현실과 추억, 집착과 환상 속에 살아가는
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
샬롯테 랑플랑의 지적이면서도 완숙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로, 엽기적이면서도 자극적인
프랑소와 오종의 전작들에 비해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영화다.
사랑의 추억은 '8명의 여인들' '스위밍 풀' '바다를 보라'에 이어서 제가 4번째로 보게 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입니다. 1967년생인 젊은 감독 프랑소와 오종은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어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프랑스의 기대주로 1998년
시트콤이란 영화를 시작으로 장편영화를 만들어 벌써 10편이 넘는 작품을 완성한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작품들을 독립적으로 상영했을
정도로 고정 팬을 확보한 감독이죠.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들은 '몽환적'이며 '미스터리'분위기가 나며 '정적'이며
'초현실적'이며 신비롭습니다. 사랑의 추억은 '바다를 보라'나 '스위밍 풀'에 비하면 덜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흘러나오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50대의 중년 부부의 일상으로 시작합니다. 아이는 없지만 무척 평화롭고
사이가 좋은 듯이 보이는 이 부부는 어느날 해변으로 여행을 떠나죠. 그런데 난데없이
남편 장이 실종되어 버립니다. 당황한 아내 마리(샬롯 램블링)는 경찰에 신고하여
수색을 하지만 남편을 찾을 수 없죠.
이렇게 영화의 초반부에 남편이 실종되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남편 실종후에
살아가는 마리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영화는 이때부터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초현실적 분위기를 풍기죠. 분명 남편은 실종되어 나타나지 않았고, 마리는 젊잖은
중년남자인 뱅상을 소개 받고, 그와 데이트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그녀의 삶은
남편과 여전히 함께 합니다. 남편을 위해서 넥타이를 사기도 하고, 다른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남편의 이야기를 하며 남편과 함께 식사도 하고 잠자리도 하죠.
이러한 영화의 모습은 마리의 환상인지, 꿈인지, 아니면 은유적인 추상적 표현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남편을 잃은 공허한 삶 속에서 남편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리지 않는
마리의 안타까운 모습임은 분명합니다. 마리는 과연 꿋꿋하게 잘 살아갈까요?
언젠가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이와 비슷한 소재의 실화가 다큐멘타리 형식으로 방영된 적
있었죠. 아내를 잃은 60대의 어느 남자가 아내의 사진을 늘 가지고 잠자리에 들며
마치 아내가 있는 것처럼 대화를 하고 식사를 하는 안타깝고 슬픈 사연이었죠.
부부간의 긴 세월간의 깊은 사랑은 실제로 이런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 영화속의 마리도 현실에서는 남편이 실종되었지만, 자신의 마음속에서는 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의 추억안에서 마치 실제처럼 남편의 존재를 느끼고 살아가는 것이죠.
마리는 친구에게 소개 받은 뱅상이라는 남자와 만남을 갖고 잠자리도 같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결코 남편의 존재를 지우지 못하고, 어떤 때는 뱅상과 남편을
혼동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죠. 그러한 마리의 모습에서 이미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 뱅상은
안타깝게 바라보죠.
이 영화는 노부부의 사랑을 다룬 꽤 품격있는 젊잖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정작 함께 사랑을
하는 대상인 남자는 거의 나오지 않고 영화 초반부터 여주인공이 홀로 되는 독특한 방식이죠.
그런 면에서 영화 보는 내내 안쓰러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죠. 그렇다고 그들 부부가 나누었던
과거에 대한 추억의 장면이 따로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존재하지 않는 남편의 여운을 통하여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더욱 강하게 묘사하죠. 이 영화가 개봉한 당시인 2000년에
불과 33세였던 프랑소와 오종이 어떻게 그 나이에 이렇게 깊이 있는 중년의 심리를 표현한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이 영화는 여주인공인 샬롯 램플링이 내내 혼자서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봉당시 55세의 중년나이였던 샬롯 램플링은 참 품위있게 나이를 먹은 것 같습니다.
세련된 외모와 날씬한 몸매. 그래서 영화속에서 입고 나오는 여러 의상과 선글래스가 썩
어울렸습니다. 원피스, 정장, 수영복, 운동복, 나이트웨어 등이 모두 잘 어울렸죠.
대단한 미녀로 이름을 떨친 많은 배우들이 추한 50대의 모습을 보여준 반면 샬롯 램플링은
꽤 지적으로 보기좋게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되네요. 그래서인지 간혹 나오는 노출장면
에서도 별로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드라마적인 구조를 꽤 잘 이끌어가는 감독인 프랑소와 오종은 그런 장점 때문인지
특별히 오락적 요소나 액션 같은 장면 없이 그의 영화들을 이끌어 갑니다. 앞으로도 꽤
기대가 되는 감독이죠. 1998년 작품인 '바다를 보라'에서 처럼 해변장면이 나오고 분위기도
많이 비슷하였지만, 드라마적 깊이는 더 깊어진 작품이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작품이죠. 그리고 뭔가의 반전이나 극적인 요소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영화죠. 저는 빈자리를 채워주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여운이 깊이 남는
마지막 장면도 꽤 안쓰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프랑소와 오종은 얼마나 더 진화할까요?
기대가 되는 감독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