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과 흡연의 거리
自旺招溫人
최근 흡연과 금연의 문제가 시민들 사이에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강남구와 서초구가 '보행 중 금연 거리' 지정에 따른 과태료 액수, 그리고 시행 시기 등의 문제로 시민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한다.
강남대로를 중심으로 해서 서쪽 보행로(서초구)에서는 과태료가 5만 원, 동쪽 보행로(강남구)에서는 10만 원이며, 서초구는 이 계획을 6월초부터 단행하게 되지만, 강남구는 이 방침을 7월초부터 실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6월 한 달 동안에 특정 거리의 경계선을 중심으로 이쪽 거리에서는 흡연이 허용되는 반면, 저쪽 거리에선 금연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 납부'라는 덫[올무]에 걸리게 되어 있다. 그 한 달이란 기간 동안에 무슨 첩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극적인 일들이 더러 벌어질 것만 같다는 예감마저 든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주 심한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세상이 여기까지 왔는가 하는 생각에서이다. 애연가들의 그 끽연(喫煙) 행동을 비록 특정 지역에서나마 통제할 수 있는 조례가 '힘'을 발휘하는 세상이 다 오다니! 참으로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힘'의 발휘가 지금의 그 힘 있는 자들의 아량으로 인해 이루어지게 되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지난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 문제가 어떻게 진행돼 가고 있었던가를 예의 주시했던 사람이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일이다. 언필칭 힘 있는 자들의 부류에 속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 건강'을 앞세운 약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여 '상비약 약국 외 판매'가 국민 대다수의 바라는 바임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폐기 처분해 버리려고 했었음을 우리 모두가 확실히 지켜보지 않았던가.
마찬가지이다. 금연 구역의 지정이란 문제도 소위 그 힘 있는 자들의 아량에서 베풀어진 것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다. 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간절히 바라던 평범한 시민들의 소박한 열망이 역시 이 금연 구역 설정을 간절히 바라는 열망 쪽으로도 분출되어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 오늘의 '금연 거리 지정'이란 모양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말이다.
'국민 건강'이란 말이 사용자의 자리에 따라 천차만별로 쓰일 수도 있음을 상비약 투쟁 과정에서 우리가 익히 보았거니와, 진정한 '국민 건강'을 위해서 최소한의 '금연 거리 지정'이 필요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진정한 '국민 건강'을 위해서 상비약 약국 외 판매가 국민들에게 절실히 요구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애연가들은 자신들의 흡연권(吸煙權)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 같다. 그들의 주장대로 그들에게 '담배를 피울 권리' 곧 흡연권이 있음을 우리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담배연기를 거부할 권리' 즉 혐연권(嫌煙權)이 있음도 그들이 용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권리가 같은 조건에서 서로 충돌하게 될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이것이 문제이겠다.
지난 2004년 이 양자의 권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다수의 비흡연자들(남녀노유 포함)이 소수의 흡연자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건강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간접흡연이 폐암, 선암(샘암) 등 각종의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를 우리가 부인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혐연권이 흡연권의 상위 기본권이란 법적 판단[해석]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하겠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쌍팔년(1988)부터 발족돼 활동하고, 2004년에는 '담배없는세상연맹' 한국지부가 결성되었으며, 2009년 설립된 '맑은공기건강연대'가 2011년에는 '한국담배제조 및 매매금지추진운동본부'로 격상돼 아예 담배 제조와 판매를 거부하는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니, 앞으로의 본격적인 금연운동의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국채보상과 절제 운동의 차원에서 일제 때부터 금연운동을 철저하게 추진해 왔다고 하겠으며, 그 점에서 볼 때 매우 선구적인 종교 단체로서의 모습을 스스로 자랑할 만도 하지만, 그러나 국민 생명 보호(아니, 국민 건강 지키기)의 차원에서 오늘의 각종 금연운동 단체들과 연대해서 본격적인 금연운동, 실효성 있는 담배와의 전쟁을 수행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
-<교회연합신문> 제886호(2012. 2. 26), [-토요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