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선연사 에서
어느날 마음에 인연을 맺었던 것들이
하나 둘 겨울의 길목에서
벗어나고 있다.
잎도 지고 가지도 사라져야
새로운 생명의 모습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인연 따라 간 것인데
왜? 시선과 손길이 가는
이유 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제 와서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가슴을 헤치고 나오는 것을 보니
아마도 내게 많은 세월이 가져다준
흔적인 것 같다.
선연사!
참 고즈넉하고 예쁜 도량에
하얀 눈이 소복히 나렸습니다.
한편으로는 눈 치우는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지만
여유를 갖고 창살 너머로 바라보면
만 선녀가 소나무마다 내려 앉아
무정 설법을 하고 있으며
하이얀 솜털 모자를 쓴
지장 보살이 금생에 소중한 인연을 위해
베품과 존경
자비와 정진을
말씀 하시는것 같아
또 다른 경의심의 세계에 있는듯 하다.
그러나 더큰 충격은
하이얀 눈 위에 적어놓은 한마디 글이
나의 혼몽한 정신을
일깨어 주는 것 같다.
"너를 진정 묶어 놓은 것은 무었인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태어나
이 한세상에 나로인해 만들어 놓은
인연의 끈 속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었일까?
붙잡을 수 없는 많은 세월속에 던진 화두는
끝없는 무상의 밤 하늘을 떠돌다
중생의 업의 그림자에 눌러
답 없는 공허함 속에 머물고 만다.
단 하루도 해탈의 기쁨을 보지 못하고
이승을 접을까 아쉽다.
그리고 여전히 또 다른
부질없는 일을 회색 걸망에 담아 어께에 맨다.
이제는 비워 웃음만 담고
떠나고 싶다.
허 허 하면서.......
언젠가는 무진의 업을 털고 마음 비우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아가는 날을 위해
걸음을 옮기어 본다.
행복 하세요 ~~~~
오원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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